“권력과 조직 논리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경고하고 압박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특징인가?'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이 한 말이다. 경찰청이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사전보고 없는 언론 인터뷰 등 자의적인 행동에 대해 경고장을 보낸 것을 두고 한 비난성명이었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상하관계와 위계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국가 조직, 특히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경찰의 구성원이다. 당연히 상사와 상급기관의 명령과 허락 절차에 매이는 것을 의무로 받아들여야 할 신분이다. 따라서 경찰청은 권은희 과장이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간주할 경우 그것을 경고할 정당한 권리를 보유한다. 배재정은 이걸 아주 우습게 보는 모양이다.
배재정은 군과 경찰 등이 하급자의 기율준수를 명령하고 감독하고 지시하고 경고하는 것을 고작 '압박' 정도로밖엔 보지 못하는가? 그는 무정부주의자도 아닐 것이고, 군과 경찰을 친목단체 정도로 보지도 않을 터인데 어떻게 경찰 상급기구가 하급기구의 수하에게 감독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해괘한 노릇이다. 이런 식이라면 군과 경찰을 무슨 수로 유지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갈수록 무슨 운동권 단체처럼 돼가고 있다. 책임있는 대안정당이라기보다는 학생운동권 수준이다.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민주당은 물론 '죽어도 찍어주는' 고정 지지자들을 가지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이석기는 '국민 눈높이보다는 당원 눈높이를 더 중시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그래서야 되겠는가?
경찰 상사가 경찰 수하에게 '왜 그렇게 했느냐, 그럼 안 된다'고 하지도 못한대서야 그걸 어떻게 경찰이라 할 수 있겠나? 어린이 경찰놀이에도 그런 엉터리 가짜경찰은 아마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그런 순 콩가루 경찰을 만들 작정인가? 민주당은 대변인을 갈아치워야 한다. 비판을 하더라도 논리만은 일정한 수준을 갖춰야 할 것 아닌가? 참으로 한심하고 유치하고 무책임하다.
류근일 2013/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