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혼외아들 의혹 첫 보도 직후 잠적했던 임씨는 나흘(10일) 뒤 “내가 낳은 아들은 채 전 총장의 아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편지를 해당 언론사에 보낸 뒤 또다시 잠적했다. 임씨는 보름 전부터 자신의 친척들과 함께 K아파트에서 지내왔다. 이곳 주차장에는 주씨의 에쿠스 승용차와 임씨 소유의 회색 벤츠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주민 김모(63)씨는 “주씨는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어 알려진 게 별로 없다”며 “추석을 전후해 못 보던 벤츠 차량이 왔고 그 이후로 움직이지 않아 의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5일 전쯤 마트에서 산 물건을 가득 담은 비닐봉투를 양손에 들고 올라간 여자 2명 말고는 주씨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안에 인기척은 있었지만 취재진이 수차례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집 전화와 주씨 휴대전화로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30분쯤 임씨와 친척들이 있는 집 안에서 격한 목소리가 복도까지 흘러나왔다. 높은 톤의 중년 여성(A씨)과 경상도 억양이 강하고 더 나이가 든 것 같은 여성(B씨) 간 대화였다. 울부짖듯 고성을 지르는 A씨가 주로 말을 하고 B씨가 맞장구를 치는 형태였다.
“….”(B씨)
“내 정체성 망가져…. 내가 살아가는 건 그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잖아요”(A씨)
이어 대화 중인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듯한 A씨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화를 받더라도 이런저런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세요.”(A씨)
취재진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내가 행동하다 보면 노출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세요. 나는 여기서 나가야겠고, 니가 워딩은 하든지 하라고, 그대로 얘기하겠다. 직설적으로…. 그 인간 얘기 듣고 행동 취할 거야. 난 언론에 노출될 거야. 여권도 있잖아. 비자 받아서 미국도 갈 거야.”(A씨)
잠시 멈췄다가 대화가 이어졌다.
“그 인간이 지금 천하의 거짓말쟁이가 돼서 제정신이 아닌 거야…. 무엇보다 나쁜 건 자기 자식 부정한 거라고….”(A씨)
“퇴임식? 뭐가 그리 영광스럽노. 딸? 왜 눈물은 흘리노.”(B씨)
“가증스러워.”(A씨)
“부산에 와서 얼마나 XX을 떨었나.”(B씨)
실제 A씨와 B씨가 누구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장 상황을 종합해 보면 채 전 총장의 지난달 30일 퇴임식과 전 가정부 이모(여)씨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채 전 총장의 반박을 보고 분노한 임씨와 친척 간 대화일 가능성이 크다.
대화의 당사자가 임씨와 친척이 맞다면 임씨는 친척 중 누군가를 통해 채 전 총장과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채 전 총장 측에서 아무 대응도 하지 말고 한 달간 칩거해 있으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채동욱 "숨으라고 한 적 없다”=이에 대해 채 전 총장은 측근을 통해 “내가 임씨와 연락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한 달간 숨으라는 얘기를 할 수가 있겠느냐”며 "자기 아들임을 부정했다는 부분도 내가 아니라 실제 아버지를 지칭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채모(11)군에 대해서도 친자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평=정종문·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