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 정부案보다 실천 가능한 현실적 代案 제시해야
입력 : 2013.09.27 03:18
야당이 집권당의 공약 수정이나 후퇴를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앞으로 5년간 국민 세금 197조원이 더 들어가야 하는 '보편적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새누리당보다 66조원이나 더 들어가는 약속이었다. 무상 보육에 12조8000억원, 반값 대학 등록금과 무상 급식, 고교 무상교육에 28조7000억원,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통한 사실상 무상 의료에 42조8000억원, 일자리 마련과 주거 복지에 80조5000억원의 세금을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공약을 실천하려 할 경우 계산한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무상 의료'만 해도 민주당은 해마다 예산 8조5000여억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학자들은 민주당 추산보다 배가 많은 최소 15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고, 정부는 최소 13조600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선 시절이나 지금이나 막대한 예산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약 하나하나가 엄밀하게 예산 소요를 추정하지 않고 눈대중이나 어림짐작해 만들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의 모든 공약을 그대로 실천하겠다고 할 경우 국가 부채가 초고속으로 늘어나거나 국민 부담 가능성을 무시한 무리한 증세(增稅) 정책 도입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집권당이 됐다면 무작정으로 국채(國債)를 발행하겠는가 아니면 세금을 해마다 몇 십%씩 인상하겠는가.
민주당은 기초연금 문제는 "대기업 법인세율을 올리고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올리면 재원을 매년 수조원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장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인지, 반대로 기업들이 이익을 더 내게 만들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 추세와 어긋난다"고 한다. 고소득자 세율을 올려 거둘 수 있는 세금은 수천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명확한데 만약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공약 후퇴, 나아가 공약 파기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제시했던 복지 공약 규모나 재정 조달 방안을 국민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현 정부의 복지 공약 수정에 손가락질만 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수권(受權)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다. 잘하면 다음, 아니면 다다음 국정(國政)을 다시 맡게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정부를 향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들을 무조건 실행하라고 몰아세우면 자신의 수권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올 뿐이다. 민주당은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다면 현 재정 상황에서 어느 복지를 우선하고 어느 복지를 뒤로 미룰 것인지에 대해 여당보다 실천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代案)을 제시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쟁을 벌이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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