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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추석 民心' 제대로 읽을까?/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9. 21. 18:41

[데스크에서] '추석 民心' 제대로 읽을까?

  •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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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9.18 02:59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년 전 안철수 대선 후보가 추석 연휴를 열흘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것은 표심(票心)의 풍향계인 추석 민심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부동(不動)의 선두였던 박근혜 후보는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등(急騰)한 안철수 후보에게 41% 대(對) 50%로 크게 뒤졌고, 여유 있게 앞섰던 문재인 후보에게도 45% 대 46%로 뒤집혔다. 추석 이후에도 그대로 민심이 굳어질 경우엔 문·안 단일 후보 쪽으로 승세가 확연하게 기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추석 일주일 뒤 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와 45% 대 48%로 격차를 좁혔고, 문 후보와는 48% 대 45%로 역전에 성공했다. 박 후보가 추석을 거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타며 승기(勝機)를 잡은 것이다.

    작년 대선뿐 아니라 역대 선거마다 추석 민심은 승부처 역할을 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면서 민심이 섞이고 녹아들며 새로운 민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수도권 자녀가 지방의 부모를 찾아 뵈면서 도시 여론이 농촌으로 퍼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부모가 자녀에게 쉽게 설득당하지 않기 때문에 명절 민심의 방향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처럼 큰 선거가 없는 해에도 추석 민심은 향후 정국(政局) 흐름을 좌우하는 지표로 정치권 초미(焦眉)의 관심사다. 올해 추석 안방에선 대선 후보 인물평이 아니더라도 '정담(政談)' 소재가 많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민주당 장외투쟁 및 국회 파행 등과 함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 논란과 청와대의 사퇴 외압설이 추석 밥상머리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추석 안방의 화제가 정치적 이슈로만 가득 채워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誤算)이다. 장사가 너무 안 돼 조그만 가게를 접은 아버지, 편찮으신 시부모 병원비로 고민이 깊은 어머니, 대학을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취업 준비생인 아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급등한 전세금에 짓눌린 시집간 딸에게는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여유조차 없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경기 회복, 경제 활성화'(14%) '일자리 창출, 실업 문제'(11%) '물가 안정'(8%) '부동산 가격 안정'(8%) '서민을 위한 정책 추진'(7%) 등이 꼽혔다. 정부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상위 5개가 모두 경제 문제였다. 최근 추석 민심을 파악하고자 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91%였다. '중산층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67%가 '아니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 과제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42%)이 '복지 확대'(21%)의 두 배에 달했다.

    올해도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고향에서 민심을 탐방한 여야(與野) 의원들이 연례행사처럼 '싸늘한 추석 민심은 네 탓'이라며 각기 다른 진단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입맛대로 민심을 걸러서 듣고 왜곡할수록 민심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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