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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키아 몰락 앞에서 'IT 한국'의 내일을 생각한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9. 5. 09:15

[사설] 노키아 몰락 앞에서 'IT 한국'의 내일을 생각한다

 

 

 

입력 : 2013.09.05 03:02

 
세계 휴대전화 산업의 최강자였던 핀란드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대한 대응 실패로 끝없이 추락하다 결국 휴대전화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54억4000만유로(7조8700억원)를 받고 휴대전화 기기와 서비스·특허 분야를 넘기기로 한 것이다.

노키아는 1998년 세계 휴대전화 업계 1위에 오른 이후 한때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절대 강자였다. 그런 노키아가 작년 말 본사 건물을 매각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끝에 휴대전화 사업을 매각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도 핀란드 국민도 다른 나라 사람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과거 전통 산업시대에는 한번 정상(頂上)에 오른 일류 기업은 보통 30~40년 동안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어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의 수명도 급속히 짧아지고 있다. PC 시대의 도래와 함께 IBM을 비롯한 대형 컴퓨터 업체들이 쇠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운영 소프트웨어나 PC 제조 업체들이 번창하더니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IT산업의 주도권을 구글에 넘겨야 했다. 노키아는 IT 시대 기업의 영화(榮華)가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허망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경제는 IT·자동차·조선(造船)의 세 바퀴에 얹혀 굴러가는 삼륜차(三輪車) 경제다. 조선은 중국의 거센 추격에 쫓기고 있고, 자동차도 노사 관계를 비롯한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 세세연년(歲歲年年) 이어질 것 같던 노키아의 영광은 20년도 채 안 돼 막을 내렸다. 이 성자필쇠(盛者必衰)의 이치 앞에서 나라와 국민과 기업 모두가 한편으론 더 겸손해지고 또 한편으론 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보다 앞서 세계의 조선산업·자동차산업·IT산업을 선도(先導)하던 나라와 기업이 누구였는가를 기억하고 그들의 오늘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쇠퇴의 날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영광의 날을 지속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 연구개발(R&D) 투자의 35%, 법인세 세수(稅收)의 23%를 차지했다. 그런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특정 기업, 특정 상품에 의존하는 번영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남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곳에서 따라 넘어지지 않도록 허리띠를 바짝 매는 자세, 그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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