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5 남침부터가 그렇다. 전쟁은 자기들이 먼저 일으켰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 평화가 이룩되지 않고 있는 책임은 그들의 일관된 전쟁 협박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안보적 대응에 뒤집어 씌고 있다. 그들의 이른바 ‘평화’ 공세라는 게 그렇다. 자기들의 ‘남조선 혁명론’과 천안함-연평도 식 무력도발 앞에서 우리가 상응한 안보적 대응을 취하지 않는 게 ‘평화’라는 식이다.
개성공단에 관한 북한의 반응이 꼭 그 짝이다. 재발방지 보장은 자기들이 해야지 왜 우리도 공동으로 해야 하는가? 개성공단이 저렇게 된 건 순전히 자기들의 일방적인 폭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자기들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해 주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아무 일도 한 게 없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었을 뿐인 우리더러 ‘공동책임’을 지자고?
또, 북한이 설령 그 어떤 다짐을 한들 그게 무슨 보장책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이 언제 약속을 지켰던가? 그들에게 ‘혁명적 타도의 대상’과 하는 약속이란 언제라도 휴지처럼 구겨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하면 약속을 하고 필요하면 깨버리는 것, 이게 그들의 사전 속에 있는 '약속‘이란 개념이다.
문제는 남쪽 일각의 세력도 마찬가지 궤변을 일삼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말한다. “북한이 백기투항을 했으니 이제는 정부가 너그럽게 해야” “공은 남쪽으로 넘어왔다” 운운. 너그럽게 하자니? 우리가 그 동안 무얼 어떻게 ‘너그럽지 않게’ 했단 소린가? 공이 남쪽으로 넘어왔다니,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우리를 왜 북한과 똑같은 류(類)로 색칠 하는가?
우린 느닷없이 뒤통수 맞고 “왜 때려?” “다신 그렇게 뒤통수치지 마!”라고 한 것밖에 없다. 이건 인간의 자연본능이다. 김대중 노무현 때는 “총 쏴와도 즉각 반격하지 말라고” 했던 모양이지만, 정상적인 인간이 그렇게 살 수 는 없다. 지금 우리더러 자기들처럼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시비하는 건가?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이런 남쪽 일부를 도대체 어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언제 개성공단 깨자고 했나? 하자고 했고, 하기 위해 북이 다신 깽판 놓고 싶어도 못할 안전장치 만들자고 했지! 그렇다면, 경우 바른 인간이라면 마땅히 북을 향해 “우리 정부가 맞아, 당신들 왜 그랬어? 다신 그러지 마!”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애꿎은 우리를 향해 “너그럽게...” 어쩌고 하며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를 내는가? 억울한 피해자에게 '너도 그러지 마'라고 씌우는 무경우가 그들이 자처하는 '진보'인가?
류근일 2013/8/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