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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신년특집] 두만강서 北군인에게 전달한 보자기 봤더니…/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 1. 18:15

[2013 신년특집] 두만강서 北군인에게 전달한 보자기 봤더니…

  • 특별취재팀

     

  • 입력 : 2013.01.01 03:00 | 수정 : 2013.01.01 05:56

    [CROSS media] '천국의 국경을 넘다' 제3탄은 바이블루트
    칠흑같은 두만강의 밤 휘파람 신호내며 나타난 北군인 DVD·현금 들고 어둠속으로
    北 "남조선 황색문화 막아라" 김정은 집권 후 경계 더 강화

    2012년 5월 10일 오후 9시. 달빛 한 점 없는 어둠이 강변을 덮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물소리만 요란한 이곳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인 두만강이다.

    말이 많던 탈북자 출신 브로커는 강변에 다다르자 유난히 예민해졌다. 취재팀의 카메라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표시등조차 테이프로 가렸다.

    "100m 단위로 북한군 초소가 있어요. 여기서 불빛이 반짝거리면 다른 초소 군인들도 볼 수 있단 말입니다."

    강 건너 100m 간격으로 서 있는 북한군 초소 중 한 곳에 뇌물을 줬다고 브로커는 설명했다. 강변에는 2m 높이의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다. 탈북자들의 도강(渡江)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최근 만든 것이다.

    브로커는 북한 밀수꾼을 기다린다고 했다. 약속 시간을 넘기자 초조해진 브로커는 북한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편은 받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전파 방해가 심해진 탓이라고 했다. 잠시 후 누군가가 강을 건너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시커먼 그림자가 강을 넘고 있었다. 중국 쪽 강둑에 닿은 그는 준비한 천을 철조망에 얹더니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그리고는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브로커가 휘파람 소리를 향해 뛰며 "왔어?" 하고 물었다.

    강을 건너온 밀수꾼은 다름 아닌 북한 현역 군인이었다. 왼쪽 옷깃에 중사 계급장이 선명했다. 브로커는 준비한 보따리 두 개를 내밀었다. 북한에 보낼 한국 드라마 DVD 30장, 촬영용 카메라 2대, 구급약 10세트, 중국 돈 2000위안(약 34만원) 등이 들어 있었다.

    북·중 국경지대인 두만강변에서 북한 군인이 한국 드라마 DVD가 담긴 보자기를 한국 기독교 단체가 고용한 브로커로부터 건네받고 있다. 북한 군인 옷깃의 중사 계급장은 잘 보이도록 본지가 컴퓨터그래픽 처리를 별도로 했다. ‘겨울연가’ ‘한반도’ ‘아이리스’ 등 한국 드라마 DVD에는 약 3분 분량의 성경 내용 강의와 탈북할 경우 구조를 요청할 연락처가 삽입돼 있다. /특별취재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겨울연가' '아이리스' '한반도' 같은 DVD에는 북한 주민을 위한 설교 영상을 짧게 편집해 넣었고, 탈북할 경우 구조를 요청할 한국 내 연락처도 담았다. 물건을 확인한 군인은 미소를 짓더니 바람처럼 사라졌다.

    북한에서도 한류(韓流)가 인기다. 미국과 한국 선교회에 고용된 브로커는 사전에 북한 밀수꾼에게 한국 드라마 DVD를 북한 내부에 퍼뜨려 줄 것을 요구했다. 휴대용 카메라로 북한 내부 모습을 촬영해달라고도 했다. 브로커는 "배고픈 북한 군인들은 한국 드라마처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 쥐여주면 뭐든지 한다"고 했다.이날 한류와 현금을 이용해 북한 내부로 성경 내용을 밀어 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DVD에 집어넣은 성경이 들어갔던 루트를 되밟아서 북한 내부 모습이 넘어왔다. 굶주린 사람들, 주민들의 결혼식과 환갑잔치 영상이 국경을 넘어왔다.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북한 내부의 지하 교회 영상도 이렇게 입수했다. 북·중 국경지대의 이른바 '바이블루트'가 본지 특별취재팀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취재팀은 바이블루트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목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1년 12월부터 그들의 활동을 기록했다. 김 목사는 한류의 인기를 이용해 북한 내부에 한국 드라마 DVD를 비밀리에 뿌리고, 이 루트를 통해 북한 내부 정보를 빼내고 있다.

    김 목사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다. 끼니는 굶어도 한국 드라마 DVD를 시장에서 몰래 구하겠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며 "한국 드라마를 이용하면 뭐든지 위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갈렙선교회가 본지에 단독 제공한 북한 내부 문건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하여'에는 "불순 록화물과 출판물을 보고 듣거나 류포시키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라" "USB 기억매체를 통하여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상 문화가 류포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규률을 철저히 하라" 등 '남조선발(發) 황색 문화'의 범람을 경계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남한 문화가 유포되는 걸 북한 정부가 상당히 경계한다는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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