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07 23:30
오바마 미 대통령이 6일 재선됐다. 시진핑 중국 부주석은 8일 시작되는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돼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게 된다.
오바마 정부는 올 1월 국방 관계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두는 미국 경제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방의 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긴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대외 전략은 '유럽 또는 아시아 지역 전체를 장악할 패권국의 등장은 미국의 국익을 위협한다'는 원칙에 바탕을 둔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귀환' 전략은 중국이 아시아 전체를 장악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전망에 바탕한 대(對)중국 견제 전략이다. 미·일 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는 이 전략은 오바마 2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며 일본에서 미·일 동맹 강화로 중국의 부상(浮上)에 맞서려는 자민당 아베 정권이 들어설 경우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 차기 지도자 시진핑은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 개막식에서 미국을 상대로 "신형 대국 관계(新型 大國關係)"를 요구했다. 시진핑은 '신형 대국 관계'를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각자의 이익을 존중하며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서 협조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 속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귀환이 중국의 아시아 지역 핵심적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중국의 경계심이 담겨 있다. 시진핑이 지난 9월 방중(訪中)한 패네타 미 국방장관에게 "미국이 중·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주권 분쟁에 개입해 모순을 격화시키고 국면을 복잡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이 그 구체적인 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귀환' 전략과 중국의 '신형 대국 관계' 구상이 직접적으로 부닥치는 곳이 한반도다. 12월 19일 선출될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3대 세습 체제의 성격·의도(意圖)·지향(指向)을 정확히 파악하고 남북 관계의 틀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해 연말 김정일의 급사로 갑작스레 닻을 올린 북의 새 지도부가 김정일 체제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1인 지배 체제인지 김정은을 얼굴로 내세운 사실상 집단지도체제인지, 또 이 체제가 김정일 시대의 선군(先軍) 노선을 그대로 밀고 가려는 것인지 주변 국제 질서의 재편을 기다리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안갯속에 묻혀 있다. 차기 정부가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고 대북(對北) 관계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느냐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면 미국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한국이 추구하는 정책이 국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남북 관계는 미·중(美·中) 대립 구도에 갇혀 한·미(韓·美) 관계와 한·중(韓·中) 관계가 서로 발목을 잡는 딜레마를 경험해왔다. 아시아 지역의 미·중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고 충돌은 잦아지고 있으며 이런 양상은 오바마·시진핑 시대에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이완시켜 한·중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든지, 반대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무릅쓰고 한·미 동맹에 더욱 매달려야 한다는 주장은 모두 동맹(同盟)의 기본 원리를 일면적(一面的)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일본 나카소네 총리 시대의 미·일 관계는 표면적으론 일본이 양국 동맹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일방적 대미 경사(傾斜) 외교로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은 자기들의 전략과 노선을 전폭적으로 이해하고 뒷받침하는 미국의 신뢰 우산을 바탕으로 재무장의 길을 트고 패전국·전범국이라는 족쇄에서 해방돼 독자적으로 국익을 추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가 한·미 동맹이 담고 있는 양국 간의 약속에 충실할 때 한국의 남북 정책·통일 정책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그런 양국 신뢰의 외교적 공간에서 한국이 독자적 국익의 관점 아래 중국과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동맹의 역설(逆說)이다. 반대로 동맹 관계가 부실해지고 삐걱대면 서로 상대방 국가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의심하고 까다로운 주문을 붙여 동맹은 공동화(空洞化)하고 독자적 국익 추구의 길에서 여러 장애물과 만나게 된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은 강력한 외교적 리더십으로 한·미, 한·중 관계가 미·중 관계에 종속돼 대북 관계를 비롯한 독자적 외교·안보 추구가 위협받는 안보적 딜레마를 풀어가야 한다.
만일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동북아의 이런 지정학적(地政學的) 역학(力學)관계를 심층적으로 꿰뚫어 보지 못하고 표면의 파도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외교적 포퓰리즘에 흐르게 되면 우리는 통일의 계기를 비롯한 결정적 국면에서 손잡이를 놓치고 실기(失機)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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