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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사설] 日, 나치 수용소를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는 독일 보라/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9. 6. 20:21

입력 : 2012.09.05 23:31 | 수정 : 2012.09.06 05:22

독일 튀링겐주(州)가 엊그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바이마르 교외에 만들었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튀링겐주는 '나치 범죄와 독일 역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 위해'라고 신청 취지를 밝혔다.

부헨발트 수용소는 1937~1945년 유럽과 소련에서 끌려온 유태인, 정치범, 집시 25만명을 강제 수용했고 그중 5만6000명이 여기서 죽었다. 수용소장의 처(妻)는 수용자들을 죽이고 그 살갗으로 핸드백과 전등 갓을 만들어 '부헨발트의 마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수용소가 있던 자리에는 지금도 죽은 유태인을 태웠던 소각로, 생사람을 인체 실험했던 건물들이 남아 있다. 유네스코는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1979년 이미 세계문화유산에 올려놓았다. 독일인들은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스스로 자국(自國) 내에 있는 강제수용소를 하나 더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으로 영구 보존하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기 위한 민간협의회가 만들어졌다. 나가사키 조선소가 "동양 최초의 대형 조선소로서 일본이 비서구(非西歐)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나가사키 조선소가 태평양전쟁 때 수많은 한국인을 강제로 끌고 가 군함을 만들게 했던 대표적 전범(戰犯) 기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 나치의 자손과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들로 구성된 '생명의 행진' 참가자들이 폴란드 전역의 나치 강제수용소를 돌아보는 5년에 걸친 2253㎞의 순례를 마무리했다. 한 나치 후예는 "내 조상의 범죄를 마주하는 수치심과 고통, 공포를 겪고서 비로소 이웃과의 평화와 유대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독일은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속죄(贖罪)했고, 주변 피해 국가들도 독일의 진실된 참회 노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전후(戰後) 진정한 유럽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뒤이어 통일을 이루고 지금 유럽의 중심 국가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일본이 세계가 다시는 인도(人道)의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군 성노예의 한(恨) 맺힌 현장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리자고 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