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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그년'엔 잠잠… 진보 여성단체의 이중잣대/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8. 11. 23:22

김경화 기자

 

입력 : 2012.08.11 03:09

'강용석 여성 비하' 땐 1년간 논평·회견만 18건… 이번엔 달랑 성명 1건
'여성 내세운 정치단체' 비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에 대한 막말 논란을 일으킨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10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를 향해 '그년'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파문이 확산된 지난 닷새 동안 진보 성향 여성 단체에서는 별다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과거 여권(與圈) 인사들이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보여준 태도와 크게 달랐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 단체로는 진보 성향의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4곳과, 보수 성향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등을 꼽는다. 이들 중 이 최고위원의 막말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곳은 여연과 여협뿐이다.

여협은 지난 8일 대한간호협회, 한국우먼스클럽 등 63개 단체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여성 전체의 자존감을 지극히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여성 모독성 비하 발언"이라고 밝혔다. 여연은 9일 오후 "4선 의원 이종걸의 품격은 진심 어린 사과에 있다"는 성명을 냈다.

여연은 2010년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 파문 때는 1년여 동안 논평과 성명·기자회견문을 총 18건 발표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강 전 의원이 한나라당에서 제명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고, 본회의에서 제명 결정이 부결된 국면마다 의견을 내고 국회를 압박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함께 정치인의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강 전 의원 사건 때는 여성민우회와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도 대부분 공동 대응했다.

이번 총선 때는 여야에 각각 여성 문제와 관련된 악재가 터졌다. 새누리당에서는 김형태 의원(현 무소속)의 제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고, 민주당에서는 '나꼼수' 김용민씨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여연은 당시 김형태 의원 사건에 대해서는 논평·성명 5건을 냈고, 김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을 냈다. 1인 시위도 이어갔다. 반면 김용민씨 건에 대해서는 여연과 성폭력상담소, 여성의전화가 공동으로 성명을 1건 냈고, 여연이 한 차례 더 "김씨를 전략 공천한 민주당은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 올 초 나꼼수의 '비키니 시위' 논란 때도 여협은 성명 2건을 냈지만, 진보 성향 단체 중에서는 여연만 "나꼼수는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간단한 '트위터 논평'을 냈을 뿐이다.

이런 이중적 잣대 때문에 여성 단체도 진영(陣營)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성을 내세운 정치단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에는 이 단체 출신 인사가 많다. 한명숙 전 대표와 이미경·남윤인순 의원이 여연 대표를 지냈고, 김상희 의원이 여성민우회 출신이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희 의원은 여성의전화에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건마다 경중(輕重)이 다르긴 하지만 여성 인권은 보편적 가치인데 단체마다 자기와 가까운 편에 치우친 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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