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松山(송산)공항에 내려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기사는 직접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 다만 언어소통은 문제가 있었다. 버스 터미널에 가자고 하니 못 알아 들었다. 몇 번 말했더니 그제서야 알아 들었다. 택시기사가 내 말을 알아 듣고 하는 말이 “하이웨이 패스 빠스(BUS) 店(점) 오케이, 오케이”라고 했다. 옛날 우리가 ‘뻐스-’라고 한 것처럼 된소리로 ‘빠스’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한자로 筆談(필담) 성공
타이페이 버스터미널에서 新竹市로 가는 표를 구매했다. 대만은 중국 본토처럼 簡字體(간자체)가 아니라 글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버스에 올라 출발을 하는데 문득 대만을 여행한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버스를 잘못 타 고생했다는 글이 떠 올랐다. 옆사람에게 물어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 버스가 新竹市까지 직행으로 가는 것이냐는 것을 묻고 싶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바로 필담(筆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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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을 꺼내서 “新竹(신죽) 直行(직행) 버스?”라고 쓰고 옆사람에게 보여 주었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漢字로의 필담 중 첫 성공 케이스 같다. 결국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모노세키 조약', 그리고 朝鮮과 대만
朝鮮(조선)과 대만은 19세기 末 같은 역사를 걸었다. 바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 淸日(청일)전쟁을 승리한 전리품으로 일본은 대만을 청나라로부터 넘겨 받았다. 시모노세키 조약(下關條約)이 조선과 대만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일반적으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시점을 1910년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청일전쟁 後부터 조선은 대만과 함께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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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공군기지와 新竹 공군기지 위치 |
시모노세키 조약은 4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조약의 1항은 ‘청국은 조선이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한다’라고 시작한다. 그 당시 일본은 조선을 독립국이 아닌 청의 속국으로 보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약의 2항은 청국은 遼東半島(요동반도)와 臺灣(대만) 및 펑후섬[澎湖島(팽호도)] 등을 일본에 할양한다고 명시했다. 그렇게해서 조선과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외에 3항과 4항은 ③ 청국은 일본에 배상금 2억 냥을 지불한다, ④ 청국의 沙市(사시)·重慶(중경)·蘇州(소주)·杭州(항주)의 개항과 일본 선박의 揚子江(양자강) 및 그 부속 하천의 자유통항 용인, 그리고 일본인의 거주·영업 ·무역의 자유를 승인할 것 등이다.
淸日전쟁으로 조선과 대만이 일본의 손에 넘어간 것처럼 해방도 비슷했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자 조선과 대만은 독립했다. 대만에서 國父(국부)로 추앙받는 장개석 총통은 조선의 독립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전승국의 일원으로 <카이로 선언>에서 朝鮮과 대만의 독립을 약속받을 수 있는 문구를 넣었다.
<카이로 선언>에 따르면, ① 3국은 ‘일본에 대한 장래의 군사행동을 협정하였다’. ② 3국은 ‘야만적인 적국에는 가차 없는 압력을 가할 결의를 포명하였다’. ③ ‘일본의 침략을 저지, 응징하나 3국 모두 영토확장의 의도는 없다’. ④ ‘제1차 세계대전 후 일본이 탈취한 태평양 제도(諸島)를 박탈하고, 또한 만주 ·타이완[臺灣] ·펑후제도[澎湖諸島] 등을 중국에 반환하고 일본이 약취한 모든 지역에서 일본세력을 驅逐(구축)한다’고 되어있다.
원래는 4개항이 이것이 <카이로 선언>이었으나 막판에 특별조항으로 ‘현재 한국민이 노예상태 아래 놓여 있음을 유의하여 앞으로 한국을 자유 독립국가로 할 결의를 가진다’라고 明示(명시)하여 처음으로 한국의 독립이 국제적으로 보장받았다.
일본이 미국에 제시한 무조건 항복은 태평양 전쟁 직후, 일본이 획득한 영토를 반납한다는 조건이었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한국은 독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개석은 일본의 침략전쟁의 기점을 태평양 전쟁이 아닌 淸日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한국과 대만은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교적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만의 공군기지
아시아의 상당수 공군기지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 해군이 건설한 것이 많다. 대만의 공군기지는 특히 일제시대 때 일본 해군항공대의 주요 發進(발진)기지였다. 특히 대만의 新竹 공군기지는 프랑스에서 만든 ‘미라지 2000-5’가 배치된 가장 중요한 공군기지다.
대만 공군은 중국의 압력으로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機體(기체)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팽창을 우려한 미국이 정책을 바꿨다. 대만에 F-16최신형 모델을 수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에 비하면, 한국은 韓美동맹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중국의 압력을 그나마 막을 수 있다. 앞으로 韓美연합사 체제가 해체된다면 과연 중국의 압력을 한국이 어떻게 막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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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공군의 주력 요격기 미라지20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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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新竹 공군기지 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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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新竹 공군기지 내에 있는 장개석 총통 동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