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에 대해 알기 위해 숙소에서 한국방송이 얼마나 방송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kbs 월드라는 위성방송 외에도 주요 일본 방송사들에서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현직 코디네이터의 설명으로는 주요 7개 지상파 방송사에서 한주간 내보내는 한국 프로그램의 숫자가 무려 95개나 된다고 했습니다. 믿기 어려운 수치였지만 이틀동안 텔레비전을 들여다 보면서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쿠보역에서 바라본 일본내의 한류는 조금의 과장이나 왜곡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국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습니다.
한국 연예인이나 노래, 드라마에 대한 관심에서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는 양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선 한류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주로 중하위계층의 20대에서 40대까지의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에 어떤 면이 그렇게 한류에 빠져들게 하는지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현실의 팍팍함에 대한 탈출구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돌변하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또 한 가지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이 뚜렷이 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제공된 한류라는 것이 지극히 단편적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대해서만 보자면, 삼겹살의 인기는 언젠가 식을 겁니다.
부정적인 정보가 벌써부터 많고요.
한국 음식을 삼겹살 정도로 이해한다면, 삼겹살의 인기 폭락과 더불어 한류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일본인들이 더 다양한 한식을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일본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소홀히 하다간 우리 불고기 문화가 완전히 일본화 해서 ‘야기니쿠’가 된 것처럼, 일본 문화의 일부로 그냥 흡수돼버릴지도 모를 일이죠.
일본 현지에 막걸리를 팔려는 사람으로서, 느낀 바도 많았습니다.
우선 당장은 한류에 힘입어 현지에 막걸리 전문점을 차리기만 하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점 가능성을 자세히 알아볼수록 일본이라는 곳이 진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비싼 임대료에 더해 ‘천문학적’ 인건비가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 때문입니다.
게다가 좋은 식자재를 공급받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더군요.
현지에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둘째, 막걸리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나 한국 문화 모두 품질 면에서 빼어난 것들을 수출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현지에 수출하는 막걸리를 구해 수입선과 같이 시음해본 결과, 품질이 형편없었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맛이 변질된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성껏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한국 음식들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당장 돈이 되니까 서둘러 물건을 만들어 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좋은 품질의 한국 물건을 일본에 제 때 공급해 시장을 확보할 기회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이 점을 두고 일본 수입선과 많은 토론을 벌였습니다.
결실을 맺을지 여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한류를 보고 막걸리와 우리 전통문화가 일으키는 붐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한류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이 한류를 계속 문화로 이어가려면 제대로된 문화를 제때 건네주는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류를 바라보는 시선, 한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우리가 지금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할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