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성장 상징인 한국서 자본주의 미래를 논해… 의미심장한 일"
입력 : 2012.03.06 03:47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자본주의 4.0 -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길(3월 6~7일)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오늘 개막… 한국 온 세계적 명사들의 一聲
프로디 前 이탈리아 총리 - 한국이 보여준 성장 저력, 분배의 묘로 이어질 것 믿어
빔 콕 前 네덜란드 총리 - 동전 한 닢이라도 잘 써야 합리적 복지 가능
라이시 前 미국 노동장관 - 자본주의 위기라는 문제 제기, 매우 시의적절한 지적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3일부터 인천공항에 입국하기 시작한 세계적 명사들이 던진 일성(一聲)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우리 시대 가장 뜨거운(hot) 이슈를 두고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4~5일 이틀 동안 6명의 전직 총리들이 입국하면서 각국의 주한 대사관 직원들도 새벽부터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자본주의 4.0'이라는 주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전직 정상들이었다. 4일 오후 1시, 전직 총리 중 가장 먼저 입국한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성장과 복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탈리아나 한국처럼 소득이 높은 국가들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복지를 펼칠 여건이 된다"고 했다.
한국 방문이 세 번째라는 그는 "이탈리아에서 일본 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을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 제품이 완전히 점령해버렸다"면서 "산업경제학을 전공한 나를 매번 놀라게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프로디 전 총리는 또 "한국이 보여준 '성장의 저력'이 분배의 묘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 세계 정계·학계·자선단체의 주요 인사들이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참가를 위해 5일 잇따라 입국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CEO, 톰 헨더슨 셸터박스 CEO,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그는 또 "대담 주제인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은 큰 주제이고 다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정해진 시간을 넘길 것"이라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등 한국의 정치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고 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장관은 4일 오후 6시, 부인과 함께 입국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조선일보의 문제제기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와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무엇인지 이제는 얘기해야 할 때"라고 했다. 라이시 전 장관은 또 "이번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보여줄 통찰이 많은 나라에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5일 오전 7시 서울에 도착한 압둘라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한국의 성장은 아시아 국가들에 늘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내일(6일)부터 쏟아질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논의들도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중에 'NO' 할 수 있는 리더십 필요"
특별취재팀
입력 : 2012.03.07 03:09
[자본주의 4.0 -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나라 경영해본 리더들의 충고]
"개혁은 누군가에게 고통… 안하면 모두가 더 큰 고통"
"58개국 선거, 자본주의 개혁할 강력한 리더 뽑아야"
"역사상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자본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통해 성장해 왔다.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이 자본주의를 살려냈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하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자본주의 4.0 :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주제로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7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번 콘퍼런스에선 위기 극복 경험을 지닌 전직 총리 7명을 비롯해 석학, 글로벌 기업 CEO 등 41명이 참석해 위기 이후 나아가야 할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자본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력성이 크고 회복력이 세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세계 각국이 지혜를 모아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8개국 선거에서 선출될 새로운 리더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중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들이 자본주의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정치인은 올바른 일에는 '재선(再選)에 실패해도 좋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건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경제 위기 때 격렬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재정·복지 개혁을 단행, 스웨덴 경제를 되살린 그는 "위기는 리더를 겸손하게 만든다. 총리가 돈을 구하려고 20대 뱅커(banker) 앞에 고개 숙여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가 천재일 필요는 없다. 무엇을 해야할지는 누구든지 알 수 있다"며 "어려운 일은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손 전 총리는 "모든 개혁은 누군가에게는 고통이지만 개혁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더 끔찍한 결과를 맞는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하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시작됐다.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제1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샤드 살라맛 블룸버그TV 앵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압둘라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그는 또 "리더십의 성패는 디테일에 좌우된다"고 했다. "국민이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유권자 동의를 받아 놓으면 상황에 따라 방법을 바꾸더라도 복지의 원칙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오찬 연설에서 "자본주의 4.0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극단적인 자유, 무조건적 평등 요구는 배제하는 '우애(友愛) 정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자본주의"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개회식 축사에서 "이제 자본주의는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도덕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며 "각국은 포퓰리즘의 유혹을 털어내고 정직한 토론과 신중한 선택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12.03.07 03:09
[세션 1.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 다양한 제언]
프로디 前이탈리아 총리 - 1·2차 산업 육성하고 노동시간 조정해 실업 해결을
페르손 前스웨덴 총리 - 국가가 노년 보장할수록 청년들 노동 기회 빼앗아
올메르트 前이스라엘 총리 - 의회제도 합의 과정 무시 땐 더 큰 위기상황 초래할 것
이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실업 문제였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자본주의의 위기는 '실업'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며 "합리적 복지는 리더가 '돈'을 분배하는 형식이 아니라, '일'을 분배하는 형식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노동시간 조정, 3차 산업 중심에서 1·2차 산업 육성으로 산업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국민 수준에 맞는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실업 해소를 위한 재교육 시스템과 중장년 근로자의 양보를 강조했다. 그는 "청년 실업자를 최대한 노동시장의 근(近)거리에 둬야 한다"며 "국가가 노년을 보장할수록 청년들에게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통해) '직장'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 문제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페르손 전 총리는 "빚을 진다는 것은 정치적인 자율성을 잃는 것"이라며 "빚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위기는 리더를 겸손하게 만든다"며 네덜란드가 부채 위기에 빠졌을 때 경험한 일을 소개했다.
"1994년 재무장관에 취임했을 때 네덜란드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 120%에 달했다. 나는 해외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20대에 불과한 뱅커들 앞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설명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들에게 돈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경험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올바른 일을 했기 때문에 재선(再選)할 수 있었다."
- (위 사진)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제1 세션에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왼쪽 네번째)가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장관은 "오늘의 위기를 자본주의의 위기라기보다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부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닌 지역에서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민주주의적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해서 자본주의를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다."
토론자들은 그래도 민주주의의 합의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비록 어렵더라도 민주주의 의회제도를 사용해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더 큰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페르손 전 총리도 "사회적 합의는 포퓰리즘의 유혹을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을 이끌기 위해 포용적 정치(inclusive politics)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아시아적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정치의 역할은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라며 "이전까지 GDP 중심의 경제 발전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아시아적인 가치를 접목해 '행복'을 얼마나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포퓰리즘 비판을 받았던 자신의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프로 골퍼와 경기를 하려면 핸디캡이 주어져야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듯이 빈곤층에겐 (이들을 도와줄) 정부의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는 "포퓰리즘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회균등의 원칙'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영토권 분쟁이 일어나는 이웃국가들과도 각각 우호와 협력 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주변 국가와의 우정관계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지금까지 해오던 자본주의의 형태를 바꿔서 어떻게 자본주의를 생존시킬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12.03.07 03:09
[세션 2. '2050년 수퍼파워는 누구' 놓고 맞짱 토론]
프리드먼 "美가 패권 유지" - 영국 출신 퍼거슨, 영국처럼
미국도 실패할 거라 기대하나… 美 상황, 심각하나 치명적 아냐
퍼거슨 "中이 美 대체" - 中 빈곤해서 美 못제친다고?
프리드먼의 논리는 B학점짜리… 떠오르는 중국에 베팅하라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는 전혀 다른 형식의 세션 '조선 디베이트(debate·논쟁)'를 마련했다. 서로 추켜세우며 점잖게 이야기하는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슈에 팔을 걷고 각자 견해를 부딪치는 것이다. 청중 또한 듣기만 하지 않고, 태블릿PC로 전자투표를 해 표로 찬반을 표시했다. 주제는 '2050년,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수퍼파워가 될까'였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것이라 보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여전히 미국의 패권이 유지된다는 미국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의 조지 프리드먼 소장이 맞붙었다. 진행을 맡은 CNN의 앵커 짐 클랜시는 "규칙은 단 하나, 재미없으면 발언권을 빼앗겠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프리드먼 "1970년대 日이 美 제친다고 했지만 결과 어떻나"
퍼거슨 "38년이면 세상 급변한다… 中 패권은 역사의 흐름"
◇토론 전: 미국 58%, 중국 42%
토론 전 대형 화면에 청중들의 1차 투표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58%, 중국 42%가 나왔다. 일단 프리드먼에 힘이 실렸다.
퍼거슨: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2016년에 미국을 추월한다고 했어요. 미 의회예산청은 2032년 미국이 걷은 세금 중 4분의 1 이상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그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습니다. 글을 하나 인용하지요. '미국에선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 난 미국이 지금처럼 미합중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글은 내 옆에 있는 프리드먼이 쓴 겁니다. 제 의견이 맞죠? (청중석에선 박수가 터졌고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프리드먼: 제 책 중 한 문단만 읽으셨군요. 퍼거슨은 젊기 때문에 아마 1970년대를 기억 못할 겁니다(퍼거슨은 48세, 프리드먼은 62세).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졌을 때 물가상승률이 연 12%를 넘었어요. 다들 미국이 망할 거라고 했어요. 일본이 미국을 대체할 거라 했죠. 근데 그랬습니까? 물론 중국 성장세 대단합니다. 하지만 중국인 중 92%는 볼리비아 평균보다 소득이 낮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이 영어가 언제쯤 중국어로 바뀔까요? 중국은 아직 문화와 아이디어를 수입합니다. 미국은 경제·문화·군사 모든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첫째날인 6일 ‘2050년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조선 디베이트’에 토론자로 참가한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CEO(왼쪽)와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관객의 실시간 투표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프리드먼: 영국 사람들은 미국이 실패하길 기대하겠죠(퍼거슨은 영국인, 프리드먼은 미국인). 한 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실패할 것을 기대합니다. 중국은 사회적인 불만과 불안을 통제하고 공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관리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중국은 해결해야 할 딜레마들이 쌓여 있어요. 앞으로 30년동안 중국이 지난 30년처럼 발전하기 힘들 겁니다.
◇토론 후: 미국 38%, 중국 62%
이때 중간투표가 있었다. 2050년 미국이 수퍼파워일 거라는 청중이 68%로 오히려 더 늘었다. 프리드먼은 물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했고, 퍼거슨은 쓴웃음을 지었다.
퍼거슨: 1960년대 한국은 사하라 이남 국가보다 빈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이죠. 똑같은 일이 중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왜 미국이라는 틀에 갇혀 보십니까. 떠오르는 중국, 가라앉는 미국. 올바른 편에 베팅하길 바랍니다.
프리드먼: 물론 미국엔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심각할 수 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아요. 중국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도 미국과 같은 수퍼파워가 되기 힘듭니다. 연안을 제외하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섭니다. 베트남과의 전쟁에서도 거의 패배했죠.
퍼거슨: 그건 20세기 전쟁의 이미지입니다. 다음 전쟁은 사이버 공간의 전쟁입니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봉쇄됐다는 개념은 구식입니다. 역사는 완만한 경사길을 걷는 게 아니라 벼랑처럼 뚝 떨어지는 겁니다. 38년 전 유럽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세요. 소련도 망했습니다.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할 겁니다. 38년 뒤 다시 서울에서 만나서 얘기해 봅시다. 내가 얼마나 옳았는지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디베이트가 끝났다. 청중들은 다시 탭을 들고 투표했다. 미국 38%, 중국 62%. 의견이 완전히 뒤집혔다.
특별취재팀
입력 : 2012.03.08 03:00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폐막… 칼레츠키·라이시, 정부 역할 놓고 열띤 논쟁
청중들 부자세 찬성 65%… 작은 정부엔 찬성 78%
'자본주의 4.0 :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주제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한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7일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 진행된 콘퍼런스에선 국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가진 전직 총리 7명과 글로벌 기업 CEO, 석학 등 41명이 참석해 금융 위기 이후 함께 만들어야 할 자본주의의 미래상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주제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한‘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7일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 진행된 콘퍼런스에선 세계적 석학과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후 열린‘조선 디베이트’에서 아나톨 칼레츠키 더 타임스 에디터와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왼쪽부터)이‘자본주의 4.0 시대 정부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세(稅)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칼레츠키는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 질문하기 전에 부자가 세금을 더 낸다고 해서 재정 적자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부자세로 추가 공공지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했다. 라이시는 "30년 전에 비해 미국 중산층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현재 전체 부(富)의 40%를 상위 1%가 갖고 있다. 부자의 소득에 더 세금을 매기거나 금융 거래에 0.5%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했다.
'부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에는 65%가 찬성했고,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중 어떤 게 바람직한가'에는 78%가 작은 정부를 선택했다. 부자세 필요성엔 라이시의 손을, 작은 정부론엔 칼레츠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격적인 토론 전 실시한 사전 투표 결과(부자세 찬성 67%, 작은 정부 선호 75%)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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