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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초점] 대기업을 때려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2. 13. 23:08

 

[경제초점] 대기업을 때려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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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12 23:19 | 수정 : 2012.02.13 20:05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한국 경제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수출과 내수, 성장률 지표 모두 걱정이다. 지난 1월 중 수출은 24개월 만에 1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작년 4분기 성장률(국내총생산)은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쳤다. 건설회사가 줄줄이 무너지는 가운데 부동산을 포함한 내수 시장도 더 얼어붙고 있다. 이란 사태 여파로 원유값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럽발 재정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며, 미국 경기의 회복세도 더디다. 특히 우리나라는 4월과 12월에 총선과 대선을 치른다. 선거 때가 되면 경기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대기업을 심하게 공격하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같은 예전 대기업 규제책을 다시 꺼내서 손질하고 있다. 보수 우파 정당이라는 새누리당이 어찌 보면 야당보다 더 대기업 때리기에 앞장선다. 여기에 검찰·국세청·공정거래위까지 편승하는 분위기다. SK그룹 최재원 부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SK 사건은 최태원·재원 형제가 재산상 피해를 보고, 나머지는 피해를 본 사람이 없는데 두 사람이 기소된 사건이다. 김승연 회장 사건도 재벌 회장이라 역차별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민심이 떠난 이유가 대기업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기업을 때리면 인기가 올라간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민심이 집권당을 떠난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물가는 치솟고, 가계 빚 늘어난 게 대기업 책임일까?

    지난번 대선에서 국민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생겼던 많은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이 대통령과 집권당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인기 영합) 정책을 내놓는 데 정력을 쏟았다.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립 구조는 훨씬 심각해졌다. 그렇게 복지 타령을 했건만 서민 생활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부자와 서민 간 갈등만 심해졌다.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구경하는 대통령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소신을 가지고 시위대에게 맞아 죽을 각오로 당당히 맞서 설득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야당이 대기업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 배를 갈라서 알을 꺼내 나눠 먹자고 해도 청와대는 막았어야 했다. 이 대통령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신을 끝까지 밀고갔다면, 지금처럼 대기업·중소기업 양쪽에서 욕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은 앞으로 대기업을 구분해서 때렸으면 한다. 수출을 많이 하고,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은 좋은 대기업이다. 힘없는 자영업자 영역을 침범해서 돈을 버는 대기업은 나쁜 대기업이다. 예컨대 재벌 2·3세가 운영하는 패션 회사는 국내 브랜드 육성은 뒷전이고, 해외 브랜드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에 해외 브랜드가 하나 입점하면 그 자리를 만들어 주느라 국내 브랜드 3~4개가 쫓겨난다.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국내 브랜드는 대기업 등쌀에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시장에서 쫓겨난다. 이런 나쁜 대기업은 혼이 나야 한다. 그러나 선거에서 표를 얻겠다고 좋은 대기업마저 적(敵)으로 몰아, 다양한 규제책으로 괴롭히는 모습은 앞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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