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 표결이 마무리된 뒤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본회의는 정회됐다.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민주당 의원 몇몇이 “조 후보자 표결 뒤 곧바로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 표결을 가장 먼저 처리하자고 합의한 것 자체가, 새누리당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신호로 봤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조 재판관 표결 뒤 미디어렙법이 기다리고 있어 새누리당이 찬성표를 많이 던질 줄 알았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에 대한 예의나 그동안의 관행을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명시적인 당론은 정하지 않았지만 웬만하면 찬성표를 던져달라는 권고였다.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도 지난달 “조 후보자 문제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표결 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이 70여 명밖에 출석 안 했고 민주당 일부에서도 반대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있어 우리 쪽에선 40명 이상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원내수석부대표 접촉 때 ‘우리 당에선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기 때문에 자유투표로 가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리 알렸는데도 민주당이 표결에 응한 것은 민주당도 조 후보자를 털어버리고 다른 인물로 대체하고 싶어하는 속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손학규 대표 시절 지명된 인사이기 때문에 한명숙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조 후보자를 고수해야 할 필요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나도 원내대표의 뜻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다. 정치적 계산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손학규 전 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며 간곡히 부탁할 정도로 우리는 조 후보자 표결에 성의를 다해왔는데, 우리 당 일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있었다는 새누리당의 지적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실 “무능 민주당, 거저먹으려 드나” |
등록 : 2012.02.10 12:27 수정 : 2012.02.10 14:17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이 부결된 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주변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조용환 부결’ 새누리·민주에 거센 비난
노회찬 “심볼로 엎어진 요강 채택하더니 나라 엎을건가”
누리꾼 “표결불참 민주통합당 12명 누구냐” 분통
“조용환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이 될 수 없는 세상인가. 어이없다. 19대 국회 가서 하자 했거늘. 민주당 첫 작품이 겨우 이거냐. 전략전술도 없는 나이브함. 새누리 완전 극우. 어디 두고 보자.”(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kangkumsil)
국회가 조용환 헌법재판소재판관 선출안을 부결한 것을 놓고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야당 몫’ 헌법재판관인 조 후보자 선출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전체 투표 의원 252명 중 찬성 115명, 반대 129명, 기권 8명으로 선출안을 부결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 당시 조 후보자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선출에 반대해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찬성 당론 요구를 묵살하고 끝까지 자유 투표를 고수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전략 부재와 안이한 태도로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 소속 의원 89명 가운데 이날 표결에 12명이 불참해 소속 의원 이탈표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야당 몫 헌법재판관 선출이 색깔론을 앞세운 여당의 반대와 야당의 무능으로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력 정치인들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부결 사태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moonriver365)은 “‘조용환 부결’,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그의 천안함 발언에 대한 시비부터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라며 “우리의 수준이며 우리 국회의 현주소일까요? 상식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쇄신을 말할까요? 비상식이 판치는 세상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라고 썼다.
천정배 민주통합당 의원(@jb_1000)도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국회에서 한 첫 일이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 부결”이라며 “새 이름에 민심을 담길 기대했더니 낡은 색깔론을 담았다. 역시 한나라당, 이름과 로고를 바꾼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변장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위터 등에는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안이함을 질책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일부는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이번 헌법재판관 부결사태가 민주당에 좀 더 큰 치명상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hcroh)은 “참 포악한 당입니다. 새누리당 심볼로 엎어진 요강 채택하더니 이 나라 들어 엎을 건가요”라며 “스스로 추천해놓고 관철 못 시킨 쪽의 정치력도 참 한심합니다”라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트위터 이용자들도 민주당에 대해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jeon***는 “한심한 민주당~! 자기 몫의 대법관 임명동의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수권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법관의 합법적인 신념도 지켜내지 못하면 그대들이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바보들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비난의 화살은 원내대책 총지휘자인 김진표 원내대표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12명 의원에게 향했다. mettay***는 “김진표가 민주통합당에 있는 한 어떤 일도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한미 FTA 강제 비준도, 미디어렙법 통과도 막지 못하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하나도 건져내지 못하는 자가 무슨 원내대표인가. 만날 당했단다”라고 말했다.
Jusgentiu***은 “불참한 12명의 민주당 의원이 누구누구인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라고 썼고, paux2***는 “12명 불참이라니, 이것은 거대여당의 횡포가 아니라 민주당 너희들이 무능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민주당의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woogik***은 “오늘 문성근을 버리고 통합진보당에 입당했다. 문성근에게 내던 월 5천원도 통합진보당에 1만원을 내기로 했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나라당, 언제든 국민을 배신할 민주통합당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이게 바로 국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강남부자들이 두 주머니 찬 까닭은…
과도기 투자법 살펴보니
기사입력 2012-02-10 03:00:00 기사수정 2012-02-10 03:00:00
“코스피가 너무 잘나가 오히려 고민이 많으시죠? 이제 변화를 생각해 봐야죠.”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 설명회장. 참석자들은 일반인들이 아닌 수억 원대 자산가를 상대하는 국내 시중은행의 내로라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었다. 1월부터 증시가 상승랠리를 펼쳐 포트폴리오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PB들이 ‘SOS’를 쳐 긴급 상품 설명회가 열린 것이다.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안전하게만 운용을 하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증시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는 오른 주가가 부담스러운 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 ‘불씨’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반 박자 앞서는 법. PB들에 따르면 강남권 고액 자산가들은 안전자산에서 일부 자금을 빼 발 빠르게 ‘두 주머니’ 굴리기에 나섰다. 큰 자산은 안전하게 묻어두되 소액 자산은 대안투자처를 이용해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 작은 주머니는 과감하면서도 스마트하게
서서히 ‘투자 페달’을 밟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이 눈여겨보는 대표 상품은 해외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 펀드다. 하이일드 채권은 말 그대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이다. 신용도는 다소 낮지만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는 셈. 최근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7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은 ‘골드만삭스 글로벌하이일드 C’가 5.62%, ‘블랙록 미국달러하이일드(H) A’가 4.53%를 나타내고 있다.
CTA(Commodity Trade Advisory·주로 원자재에 투자하며 헤지펀드 전략 구사) 펀드도 ‘보험’ 용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의 채권 통화 원자재 등 다양한 선물상품에 투자하는 CTA 펀드는 가격의 방향성을 쫓는다. 상승 추세의 신호가 있을 때는 매수하고 하락 추세라고 판단되면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해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강한 ‘추세’가 있으면 수익을 거둔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목동PB센터 박순현 투자자문 과장은 “자산가들이 큰 자금은 안정적으로 가되 자산의 5∼10%는 리스크는 있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에 옮겨 담고 있다”며 “한 달 새 포트폴리오를 바꿔 달라는 문의가 잇따랐는데 특히 미국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증시도 주시하며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외면받았던 자문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 어카운트)에도 서서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귀띔이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조완제 팀장은 “증시가 상승세를 펼치자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SNI점포에서는 랩 어카운트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 큰 주머니는 안전하게
‘큰 주머니’에는 여전히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아두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금융상품 보유 순위를 조사한 결과, 국채가 8309억 원(42.1%)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부터 판매된 미래에셋증권의 ‘월지급식 글로벌채권(브라질)’은 새해에도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2월 현재 잔액이 5892억 원에 이른다. 유전펀드 ‘한국 ANKOR 유전자원개발펀드’는 15년 만기 상품인데도 연 10%의 배당수익과 분리과세 혜택을 앞세워 6일간의 청약을 통해 2800억 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았다. 신한금융투자 전현진 PB팀장은 “주가상승기에 진입은 했으나 투자심리가 덜 풀린 까닭에 여전히 ‘자산 지키기’에 관심이 많다”며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취하되 현금 비중을 늘리며 증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대기업 안부럽다" 연봉4300만원에 해외유학도…
[중앙일보] 입력 2012.02.10 03:00 / 수정 2012.02.10 06:01신입 연봉 4300만원, 호주 연수 … 대기업 빰치는 중견기업
2012 취업 백서 발간
109곳 연봉·근무여건 소개
인재 모으려 복지 혜택 많아
대기업 얘기가 아니다. 중견 화학업체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이렇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8일 펴낸 『2012 한국의 중견기업』에 소개된 내용이다.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2010년 매출 2536억원에 영업이익 5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3.5%로 국내 제조업 평균(6.9%)의 세 배가 넘는다. 이 회사 인사총무팀의 최대훈 차장은 “튼실한 중견기업이지만 대기업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인재를 모으기 위해 보수와 복리후생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2012 한국의 중견기업』은 구직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기업 취업 정보를 담은 책이다. 109개 중견기업의 개황과 각종 근무 여건을 소개했다. 이 중 77개사가 대졸 초임을 공개했는데, 27곳(35%)이 연봉 3000만원 이상이었다. 복리후생제도가 잘 갖춰진 중견기업도 상당수다. 대졸 초임을 밝힌 77곳 중 79%인 61곳이 자녀 학자금을 지원했다. 산업·선박용 보일러 업체인 강림중공업과 LCD 소재기업 미래나노텍 등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의 의료비까지 대준다. 33개사(43%)는 명절이나 직원 생일·결혼기념일에 선물 또는 상품권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견기업연합회 박양균 조사기획팀장은 “연봉과 복지 시스템이 대기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 중견기업이 많은데도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이런 현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취업 준비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정보를 모아 책을 발간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국내 계열사의 자산 총계가 5조원을 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중소기업에서 벗어나 중견기업이 되려면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고 자본금이 80억원을 넘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 총액이 5000억원을 넘거나 하면 중견기업으로 분류한다. 현재 국내에는 약 1300개 중견기업이 있다. 전체 기업의 0.05%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은 2.4%가 중견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