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난' 안철수 갤럭시 성공에 답하라
<칼럼>아이폰 선풍 때 “삼성은 구글 하청업체 전락할 것” 조롱
절치부심한 삼성전자 갤럭시S 대반격, 3분기 판매서 아이폰 압도
절치부심한 삼성전자 갤럭시S 대반격, 3분기 판매서 아이폰 압도
이의춘 편집국장 (2011.11.25 08:09:57)
◇ 이의춘 편집국장 |
“몇년전부터 스마트폰시대가 예견됐는데, 아이폰 쇼크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안철수같은 사람이 국민연금측 사외이사였다면 충분히 지적했을 것이다.”(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삼성전자 경영진은 매출 극대화에 골몰한 탓에 2, 3년 뒤밖에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애플은 살아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역할을 등한시해 전자산업 전체가 동력을 잃고 있다.”(곽승준 위원장)
삼성전자가 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아이폰으로 세계 휴대폰시장을 호령하고,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대응에 나섰을 때 안철수 교수와 곽승준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올 중순 모 유력지들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거대 관료조직으로 변질돼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선풍에 대해 대응 제품을 내놓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이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것은 협력업체와의 상생형 생태계를 만든 것이 원동력이지만, 삼성은 공생발전형 생태계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관료화된 삼성과 견제받지 않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을 견제하기위한 방안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방안까지 내놓았다.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삼성을 혼 내주겠다는 메가톤급 폭탄 발언을 한 것으로 재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그가 삼성을 비난할 때는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 시장을 휩쓸며 애플 일극체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잡스의 완벽주의와 디자인 미니멀리즘에 흠뻑 빠진 애플 컬트족들은 아이폰에 열광했다. 잡스는 아이찻, 아이폰, 아이패드를 시리즈로 내놓고 전세계 고객들의 돈을 쓸어 담았다.
폭발적인 판매 덕분에 애플 주가도 평생의 라이벌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업 가치도 급격히 증가해 세계 1등기업으로 우뚝 섰다. 애플을 창업한 잡스가 애플에서 추방당한 후 와신상담하며 재입성해 위기에 처해있던 애플을 세계 최고기업으로 일군 것이다.
애플의 2분기 실적은 아이폰 대박에 힘입어 매출과 순익이 두배가량 늘었다. 2분기 순익은 59억 9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30억 7000만달러보다 95%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도 246억 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나 급증했다.
잡스의 눈부신 경영성과로 인해 전세계 휴대폰업계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세계 1위 휴대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공룡으로 전락했다. 삼성도 일반폰(피처폰) 시장에서 노키아에 이어 2위를 달렸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기 대응 미흡으로 위기론이 비등했다.
국내외 언론에선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졌다. 혁신과 창의성이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부족해 휴대폰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기사가 봇물을 이뤘다. 삼성이 아이폰킬러로 내놓은 옴니아Ⅰ과 옴니아 Ⅱ가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삼성 휴대폰사업의 위기설을 부채질했다. 제조 기술 및 생산 등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 인력이나 기술력, 디자인경쟁력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대세를 이뤘다. 삼성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경고성 발언이나 기사가 대세를 이뤘다.
삼성은 실지회복을 위해 ‘전지전능한(omni potent)' 스마트폰이란 의미의 옴니아Ⅱ를 내놓고 아이폰에 맞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대선 후보로 부상한 안철수 교수의 삼성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은 삼성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국민들에게도 삼성의 미래에 대해 우려감을 높였다.
그는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과 관련, “삼성전자는 구글과 동반자관계에서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삼성 위기론은 아이폰이 등장할 당시 옴니아 시리즈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옴니아가 MS의 윈도우 모바일에 기반한 OS를 채택해 구동속도가 느렸고, 다운받을 만한 어플리케이션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수십만개에서 수백만개의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열광시킨 것과 대조적이었다. 삼성의 기대에도 불구, 옴니아는 아이폰을 잡기는커녕 아이폰의 명성만 되레 높여줬다. 삼성으로선 뼈아픈 실패 사례였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시장을 휩쓰는 것을 지켜보던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임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삼성은 절치부심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독려,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사장의 필사적인 추월의지와 강렬한 승부사 기질이 위기 때 빛을 발했다. 이 회장은 종전과 달리 서초동 사옥에 수시로 출근해 수뇌진과 얼굴을 맞대고 대응방안을 협의하고, 큰 그림을 그려줬다. 해당 부서 임직원들과 연구원들도 아이폰에 밀린 수모와 굴욕을 더 이상 당하지 말자며 독기를 품은 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무엇보다 유능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휴대폰 연구원들은 밤샘을 하며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 오너에서 경영진과 개발진, 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된 대반격작전이었다. 기흥 연구소 식당에선 카레 냄새가 진동했다. 인도 등지에서 온 유능한 연구개발 인력들을 배려한 식단을 별도로 짰기 때문이었다.
삼성 기마군단의 애플 컬트에 대한 공격은 성공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의 견고한 아성은 뚫렸다. 삼성의 전략무기는 갤럭시 S와 SⅡ. 옴니아시리즈를 마감하고 아이폰의 대항마로 내놓은 첫 제품은 갤럭시A로 2010년 5월에 선보였다. 하지만 아이폰에 맞서는 성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는 미흡했다. 삼성은 갤럭시A보다 품질과 디지인 등 완성도를 한층 높인 갤럭시S를 전 세계에 출시하며 타도 애플, 타도 아이폰을 선언했다.
삼성은 갤럭시S를 더욱 업그레이드시킨 갤럭시SⅡ를 런칭시켜 드디어 아이폰과 주요시장에서 건곤일척의 경쟁을 벌였다. 승부는 뜨거웠다. 삼성이 무섭게 치고 나오자 애플과 잡스는 특허소송으로 삼성의 발목을 잡으려했다. 잡스는 생애를 마감하지 전까지 독일 네덜란드 미국 호주 등에서 무차별로 갤럭시S 시리즈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등 삼성을 견제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은 독일에선 가전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애플이 소송을 제기해 삼성매장에서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인 갤럭시 탭을 철수해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지난 3분기 판매실적은 이같은 수모와 아픔을 날리는 쾌거였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의 전 세계 판매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2780만대를 팔았다. 2분기에 비해 무려 42.8%나 급증했다.
반면 애플은 이 기간 1710만대를 팔아 전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삼성의 대대적인 반격에 애플이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더욱이 애플의 모든 것을 상징하는 잡스가 췌장암으로 타계하면서 구심점을 잃은 애플로선 삼성에 빼앗긴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로선 1년 4개월만에 애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갤럭시 신화는 “1등 아니면 죽는다”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독기와 오기, 자존심, 주말과 연휴까지 반납하며 열정과 혼을 바친 고도의 집중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전광석화같은 신속한 기동력과 기민한 판단력을 장점으로 하는 삼성 기마군단이 애플과 잡스에 무조건 열광하는 컬트군단을 무찌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에 디자인 등 소프트 파워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한면만 본 것이다. 삼성전자는 90년대부터 소프트 인력 확보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이건희 회장은 90년대 신경영을 추진하면서 소프트 인력 2만명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소 뒤늦게 출발해 애플을 단기간에 제친 것은 90년대 이후 꾸준히 소프트인력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애플은 자체공장이 없다. 중국 하청공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해외생산 30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친화적인 제품을 신속히 생산, 판매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해외진출 시 공장 착공에서 생산까지의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조기정상화시키는 삼성식 생산방식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은 세계 2위의 특허권(1위는 IBM)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독일 IF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CES등에서 디자인상과 혁신상을 가장 많이 수상했다. 그만큼 생산 등 하드웨어와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동시에 탄탄하게 구축해온 것이다.
애플은 한개 종류만 갖고 전세계 고객을 상대하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고가에서 중저가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로인해 제품 포트폴리오가 우수한데다, 지역별 통신사와의 협력관계도 잘 구축돼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오로지 자사의 사과 로고만 부착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T 로고 등 통신사별로 로고를 부착해주고 있어 통신사 친화적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애플과 통신사와의 관계가 노예계약과 같다면, 삼성와 통신사와의 관계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지난 9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한 회동을 가진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삼성이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조롱했던 안철수 교수는 삼성의 눈부신 성공과 신속한 애플 추월에 대해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 여전히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성과를 낸 것이라고 비아낭거릴 것인지...삼성이 중소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빼앗아가서 반짝 실적을 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할 것인지...우리는 안 교수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제는 뭐라고 변명할 것인지...
그동안 정계 진출을 노려온 안 교수는 이제 내년 대선의 유력한 후보가 됐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안 교수는 그동안 대세론을 유지해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크게 앞지르며 앞서가고 있다.
그는 경제분야에선 진보를 자처하며 삼성, LG,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을 비난하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2040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지분 절반(1500억원어치)를 사회환원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극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그는 이에대해 가진 자, 성공한 사람으로 해야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할 뿐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그는 양극화 등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확대시켜주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던진 그의 따뜻한 기부선언은 효과 만점이었다. 청년들은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격려해주고, 나눔까지 베풀어주는 안 교수에게 열광했다. 그들의 희망이 됐다. 안철수현상은 단순한 거품이 아닌 견고한 실체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다.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은 정도를 걷는 경영, 국민적 존경을 받는 경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를 제외하곤 기존 다른 기업들, 특히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들은 영혼이 없는 기업이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이는 그동안 그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약탈하고 있다고 비난해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대기업들을 싸잡아 영혼이 없는 기업으로 매도하는 인상을 준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삼성동물원, LG동물원을 언급하며 재벌동물원에 갇힌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죽어야 빠져나온다고 비난해왔다. 그의 비난은 참으로 일면적인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고사됐다면, 삼성 LG 현대차 등이 이들 대기업들이 거둔 눈부신 성과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소기업들이 최고의 품질을 가진 부품을 납품하지 못했다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됐을 것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협력업체해서 질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았기에 세계시장을 장악했을 것이다. 안 교수는 왜 이런 것은 보려하지 않는지 의문스럽다.
삼성과 현대차 LG가 해외 주요거점에 생산기지를 건설할 때, 반드시 협력업체도 동반진출하게 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업체로 성장하도록 모기업이 배려하는 것이다. 물론 납품단가를 둘러싸고 모기업과 협력업체는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단가를 깎아 협력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폐단이 적지 않았다. 동반성장과 상생방안은 이래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온정적인 거래만 한다면 부품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간 치열한 납품경쟁을 거쳐야 질좋은 부품이 생산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비추어 불가피하다. 납품이 보장된다면 기술개발을 등한시 할 것이고, 투자도 게을리할 것이다. 이래서는 부품경쟁력은 추락할 것이다. 이는 모기업인 대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
영혼이 있는 기업상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기업의 영속성을 위태롭게 하는 기업관이 될 수 있다. 그는 이전에도 기업이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것에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이 생존하기위해선 때론 영혼을 팔아야 할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생결단의 생존게임을 벌이는 대기업들의 경우 투자및 제품개발, 사업재편 등에서 과감한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너나 최고경영자는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으면서 앞으로 전진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수만명, 수십만명의 종업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배당을 하고,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선 미래 신수종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거나 퇴출시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안 교수식으로 모든 것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버는대로 임직원, 주주끼리 다 나눠갖고, 남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면 그럼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공기업, 공익기업, 나아가 사회주의국가의 기업으로 만들 것인가? 영혼을 기업세계에 끌어들인 것은 견강부회다. 그의 말대로 소꿉장난하듯이 기업을 경영한다면 세금은 누가 내서 나라곳간을 채우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 점증하는 복지 재정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다가올 통일 재원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물론 안철수연구소처럼 종업원이 수백명에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라면 오손도손 경영을 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는 거의 100% 내수기업이어서 해외기업과의 치열한 경쟁도 별로 겪지 않을 것이다. 반면 수십조, 수백조의 매출을 올리고, 매출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대기업들은 한가하게 아름다움으로 치장된 영혼을 거론할 겨를이 없다.
제품개발과 마케팅등에서 순간순간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입에 단내를 내가며 생존을 넘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기위해 분투하고 있다. 영혼운운은 사치일 뿐이다. 그런 미사여구로 젊은이들을 선동하거나 그들의 의식을 마취시킬 틈이 없다. 오히려 그들이 입사하고픈 기업을 만들기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해야 한다.
영혼이 있는 기업과 영혼이 없는 기업의 이분법은 위험하다. 이는 공연히 반대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 졸면 도태되는 험난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순수한 영혼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나이브한 발상이다.
안 교수의 나눔 소식은 2040세대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있다. 그의 기부는 자체는 아름다운 행위다. 사회적 지도층이나 부자, 기업인들도 우리 사회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 안 교수의 기부문화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사재 출연을 확대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안 교수가 내놓으면 열광하고, 다른 총수들이 환원하면 색안경을 끼거나 평가절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재계 2위 정몽구 현대· 기아차회장이 안교수에 앞서 사재 5000억원을 재단에 출연키로 했지만, 안 교수의 기부 소식에 비해 큰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대가의 정몽준 의원도 계열사와 함께 5000억원을 내놓았지만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인의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안 교수의 기부선언은 대권을 염두에 둔 치밀한 행보인데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행보는 순수하게 보이고, 다른 총수들의 기부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던 것. 그런 면에서 안 교수가 타이밍을 잡는데는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 같은 정치 9단 못지않은 탁월함을 갖고 있다.
곽승준 위원장의 편견도 이제 검증해보자. 그의 섣부른 삼성 비난은 지금보면 한참 잘못된 단견임이 드러났다. 삼성이 단기간에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애플을 추월하고 저 만치 달려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삼성은 거대 관료화된 조직이 아니라, 위기를 맞아 기동성과 조직력을 발휘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그의 기우는 공연한 것이었다.
관료가 기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시시콜콜 간섭하고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판명됐다. 대기업들은 관료가 걱정하기 전에 생존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에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삼성 오너경영체제가 문제라며 국민연금을 동원해 견제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던 곽 위원장의 시각은 권위적인 관료의 행태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물론 삼성의 길이 아직은 탄탄대로가 아니다. 지금 애플을 추월했다고 하지만 애플식의 인문학과 기술,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은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을 갖춘 글로벌 소프트인재를 더욱 확충해서 애플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라 하겠다.
곽 위원장과 안 교수의 잘못된 예견과 섣부른 비난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에 대한 애정과 충고라기 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흠집내기나 관료우월주의에 입각한 정치공학적 대기업 때리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갈수록 반대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반시장적 규제가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은정부, 감세, 규제완화 등 이명박정부의 경제원칙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일명 버핏세)가 현실화하고 있다.
좌파성향을 노골화하는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순환출자 규제를 골자로 하는 재벌개혁안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대기업을 때리고, 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징벌적 세금징수가 화두가 되고 있다.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의 고삐가 마구 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고용 창출을 견인하는 대기업 때리기가 기승을 부리면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2030들이 그렇게 입사하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이 난타당하고, 규제의 올가미에 걸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한민국호 밑바닥에 구멍을 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좌파정당과 민주당이 한미FTA를 결사반대하며 국회 통과를 방해했던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악의 작태였다. 입만 열면 청년실업을 개탄하고, 그들을 위한 복지예산 증액과 반값등록금을 강조했던 좌파세력들은 정작 미국과의 FTA가 대미수출확대와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해 소중한 일자리를 대거 만드는 것을 저지해왔다.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라고 있는 안교수도 국가적 현안인 한미FTA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익이 걸린 문제라면 당연히 국가지도자로 부상한 이상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좌파세력과 야당, 좌파매체들이 워낙 반대하고, 이들에게 오염된 젊은이들마저 반FTA운동을 벌이는 것을 감안했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아쉬움이 크다.
안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개방화와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경쟁상대가 국내 기업이 아닌 해외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FTA에 책임있는 견해나 소신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지지세력에게 감점을 당하지 않겠다는 보신주의, 꼼수로 보여 개운찮다.
한미FTA는 물리적 대결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들은 대미 수출에서 날개를 달게 됐다. 국운상승의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수출대국, 무역대국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수출이 늘면 우리 청년들의 취업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청년들이 공연히 대기업 비난을 노골화하는 안 교수에게 열광만 할 게 아니다. 좌파정당과 시민단체의 맹목적인 개방 반대에 대해서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2030들이야말로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좌파세력들과 훈수꾼들에게 오히려 반기를 들어야 한다. 개방을 반대하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세력들이야말로 매국노요 제2의 이완용이다.
경제관료들도 군림하려 들지 말고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훨훨 날도록 추임새를 놓아야 한다.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대기업들에게 회초리로 등을 때리는 이적행위를 그만둬야 한다. 관료들은 마냥 기업을 통제만 하려 해서는 안된다. 대기업들에 특혜를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재계가 불법 탈법을 저지르지 않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데 힘써야 한다.[데일리안 =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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