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想像나래 마당

[스크랩] 어느 학도병의 편지

鶴山 徐 仁 2011. 11. 22. 19:53

 

 

포항시 용흥동에 있는 전몰학도충혼탑 공원에 한 학도병의 편지비의 편지 내용입니다. 이 편지비는 6/25전쟁 당시 중학 3학년의 나이로 전쟁에 참가했던 학도병 이우근이 전쟁 중에 어머니께 쓴 편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편지를 쓴 이우근 학도병과 그의 동료들은 모두 포항여중 앞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시신을 수습하다가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붙이지 못한 편지의 내용이 비문에 새겨진 건데요. 그 어린 나이에 전쟁에 나가서 사람을 죽이고 자신 또한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어머니께 쓴 편지의 내용이 참으로 구구절절합니다.

다음은 편지 내용 전문입니다.

어머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十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二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제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잇습니다.

 

어머님!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님!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옆에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엎디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엎디어 이글을 씁니다.

괴뢰군은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희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괴뢰군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저희들은 겨우 七一명 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이!>하고 부르며

어머님 품에 덜썩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비눗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제가 빨아 입은

그다지 청결하지 못한 내복의 의미를 말입니다.

그런데 어머님 저는 그 내복을 갈아입으면서

왜 수의를 문득 생각 했는지 모릅니다.

 

어머님!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저희들을 살려두고 그냥은 물러갈 것 같지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님 죽음이 무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랑 형제들도 다시 한 번 못 만나고 죽을 생각을 하니

죽음이 약간 두렵다는 말입니다.

허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왜 제가 죽습니까.

제가 아니고 제 좌우에 엎디어 있는 학우가

제 대신 죽고 저만 살아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천주님은 저희 어린 학도들을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어머님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되는군요.

어머님 저는 꼭 살아서 어머님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게걸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거운 냉수를

벌컥벌컥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어머님!

놈들이 다시 다가 오는 것 같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뿔사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이따가 또...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 학도병 이우근

출처 : 직암산악회
글쓴이 : 황글라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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