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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연예인과 세금/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9. 9. 12:07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연예인과 세금

입력 : 2011.09.06 23:44

프랑스에선 대혁명 때 민중을 상징한 여성을 '마리안'이라고 부른다. 브리지트 바르도를 비롯한 프랑스 '국민 여배우'들이 마리안상(像)의 모델이 됐다. 2000년 배우이자 수퍼모델 래티샤 카스타가 마리안의 모델이 된 지 1년 만에 '탈세 도피'를 해 파문을 일으켰다. 언론은 카스타가 수입의 52.9%를 납세해야 하는 조국을 떠나 34.9%만 내는 영국으로 집을 옮겼다고 전했다. 여론이 들끓자 그녀는 슬그머니 귀국했다.

미국 영화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는 흥청망청 돈을 쓰다 2008년부터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독촉에 시달렸다. 지난해 밀린 세금이 1400만달러로 불어나자 "왜 할리우드 스타들은 세금을 제때 안 내느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케이지는 "빠른 시일 안에 완납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지난 연말 34만달러만 겨우 냈다.

▶우리 방송계에서 '국민 MC'로 불리는 강호동이 세금을 덜 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여배우 김아중도 이번에 비슷한 액수의 추징금을 내게 됐다. 국세청은 두 사람의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을 분석한 뒤 탈세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추징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람들 관심은 도대체 한 해에 얼마를 벌길래 추징금이 수억원이냐는 데 쏠려 있는 것 같다.

▶지상파 4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강호동은 한 해 출연료만 20억~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속 CF 출연 계약금이 5억원 안팎이고, 기업 행사 등에 나가 사회를 봐주는 출연료가 한 차례 2000만원쯤이라고 한다. 그가 대주주인 고깃집 프랜차이즈 수입까지 합치면 한 해 50억원쯤 벌 것이라는 게 연예계 추정이다. "혼자서 중소기업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도 남는다"는 말도 나온다.

▶강호동과 김아중은 공교롭게도 몇 해 전 일선 세무서에서 '명예민원봉사실장'을 맡기도 했다. 연예계 탈세는 주로 개인 지출을 경비로 꾸미거나, 방송 외 활동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식이라고 한다. '연예산업'이라는 단어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됐다. 관련 시장과 기업 규모가 팽창하면서 탈세 여지는 갈수록 커간다. 강호동은 "이유와 과정이 어찌됐든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점을 사과드린다"며 충실한 추징금 납부를 약속했다. 더 나아가 '국민 MC'다운 기부와 나눔에 눈길을 돌린다면 팬들의 실망을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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