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넷향기] 박영택 교수의 "먹으로 그린 그림 이채영"

鶴山 徐 仁 2011. 6. 8. 21:06

먹으로 그린 그림 이채영
박영택

깜깜하고 어두운 새벽 풍경이다.
새벽 2시 35분이다. 이시간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않고 너무 고요한 어두운 밤일 것이다.
아직 새벽이 되기에는 좀 이르고 사람들이 다니거나 관찰할수 있는 시간대는 아니다.
너무 평범한 동네 한 귀퉁이의 풍경이다. 벽이 있고 쓰레기통이 있고 내다 놓은 물건, 자동차 두대가 서있다.
한대는 포장으로 감싸져있어서 어둡고 한대는 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차체의 몸통을 보여주고 있다.
담벼락, 짙은 어둠, 방범용 카메라, 쓰레기통만 있는 아주 적막한 밤 풍경이다.

제목이 새벽 2시35분이다.
흑백사진 같지만 종이에 먹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이런 그림을 우리는 흔히 먹으로 그려진 극사실적인 그림이라고 말해볼 수 있다.
보시다시피 그림에는 붓질이 없다.
대게 먹그림은 모필의 흔적들이 유장하고 흐르고 멋드러지게 보여줘야 하는데 이 그림은 먹을 피고 스며들게 해서 그렸다고 말해볼 수 있다. 이것이 동시대에 젊은 작가들이 먹을 다루는 방법이다. 오늘날 동양화과를 지망하는 학생들도 거의 없고 동양화 재료에 익숙한 세대들도 거의 없다. 동양화라고 하는 것은 철저하게 붓질이다.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붓대신에 딱딱한 연필들을 가지고 사용한다. 연필에 익숙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동양화과에 입학해 어려운 것은 붓을 어떻게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시절부터 붓을 많이 쓸수 있는 체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동양화에 좋은 작업이 나오고 동양화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모필을 사용하되 연필처럼 쓰는 다소 이상한 나쁜건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필, 먹체험을 보여주고 있다.

이채영이라는 작가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필을 가지고 자신에게 익숙한 볼펜이나 연필처럼 구사하고 있다. 또하나는 동양화를 가지고 산수화처럼 전통적인 그림을 그리는 대신에 자신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풍경들을 그렸다. 대신 시간을 적었다. 매일매일 자신의 앞에 있는 아무것도 아닌 풍경들을 짙은 어두움 속에서 마치 사람처럼 서있거나 놓여져 있는 두대의 차, 버려진 듯한 쓰레기통, 짙은 그림자, 전봇대 밑의 조명, 방범등, 방범카메라 이러한 삭막한 오늘날 도시의 풍경들을 자신의 먹을 다루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이 작가가 본 도시의 풍경이다. 도시는 비정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주 고독하기도 하고 낮에 번성한 거리는 밤에 절멸의 풍경으로 돌아가는 그 한순간을 자신이 다루는 먹 작업을 가지고 보여주고 있는 이채영이라는 작가의 새벽 2시 35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