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넷향기] 이병준 대표의 "떠나려는 남/자의 속성 잡으려는 여자의 속성"

鶴山 徐 仁 2011. 5. 26. 12:54

떠나려는 남자의 속성 잡으려는 여자의 속성
이병준

결혼 20년차 P씨는 요즘 남편의 연례행사 중 하나를 치룰 때가 되었음을 감지합니다. 20년 넘게 살아왔으니 이젠 눈빛도 봐도 대충 알죠. 남편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말 수가 현저히 줄어들며 어쩌다 하는 말도 말의 속도가 저속으로 인한 속도위반 딱지를 붙일 정도가 되며 어쩌다 하는 말도 ‘재미없다’ ‘살맛이 안난다’ ‘만사 귀찮다’ 와 같은 단순문장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럴 때마다 혹시나 남편이 뭔가 불편해 하는 것 있을까 걱정스러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음식에 신경을 쓰고 부부생활에 신경을 쓰고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지 않도록 주의시켰습니다. 몇해를 살다보니 아무리 그렇게 해도 그 고질병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젠 이젠 지겹다는 생각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오르고 남편에게 그렇게 아등바등 하는 자기 자신도 싫습니다. 중년이 되면 어느 정도 그런 문제쯤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살수록 수수께끼입니다. 도
대체 이 남자 도대체 왜 그럴까요?
내향성 성격의 소유자
이분의 남편은 전형적인 내향성 성격소유자입니다. 외향성 성격소유자의 에너지 충족하는 방식은 사람들 속으로 뛰어 들어 가는 것 즉, 각종 모임에 나가서 호탕하게 웃으며 음식을 함께 먹고 노래와 춤, 스포츠 같은 신체활동을 통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으로 마음배터리를 풀 충전시킵니다. 그러나 내향성 성격소유자는 그렇게 하면 충전되기는커녕 있던 내적에너지마저 소진됩니다. 대신 홀로 조용히 두면 알아서 충전하는 이른바 ‘셀프 충전형’이라 아무도 없는 곳, 아는 사람이 없는 곳, 홀로 사색하거나 홀로 즐기는 그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곧 괜찮아집니다. P씨의 남편은 그런 성향이죠. 그리고 내향성 성격, 외향성 성격 상관없이 남자라는 동물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그것의 원인을 아주 오래 전 수렵시대에 살았던 남자들의 사냥 본능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할 때의 그 짜릿한 느낌, 사냥감이 요리되는 것을 지켜보며 허풍이 잔뜩 들어간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 하는 기쁨, 아내와 자식이 맛있게 먹는 것을 지켜볼 때 가장으로서 뿌듯함을 느끼다 며칠 지나 먹을 것이 떨어지면 엄청난 부담감이 밀려와 빨리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남편이 시무룩 모드로 전환할 때는 사냥하지 못해 죽을 맛이 된 남자의 DNA속에 각인된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임을 기억하고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됩니다.

똑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유머하나. 개구리는 보통 파리 같은 곤충을 잡아 먹는데 꼭 꿀벌만을 고집하는 개구리가 있었습니다. 벌침에 쏘이기라도 하면 아주 치명적일 수도 있는 데도 여전히 꿀벌만을 잡아먹기를 즐겼습니다. 다른 개구리들이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그 때 그 개구리가 하는 말 “난, 톡 쏘는 맛이 좋더라!” 그렇습니다. 어쩌면 남자들은 톡 쏘는 맛이 좋아 꿀벌을 잡아먹고 싶어하는 개구리입니다. 사냥할 때 실제 사냥감을 발견하고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지는 것, 사냥감을 따라 초원을 달리며 사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걸기, 사냥감이 다니는 길목에서 숨죽이고 기다리기도 톡 쏘는 맛의 연장입니다. 그렇게 톡 쏘는 맛 즉, 적당한 긴장이 있는 그 느낌이 살아있는 느낌을 줍니다.

영국의 대상관계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D.Winnicott)은 이것을 ‘Real’과 ‘Unreal’ 이란 말로 설명했습니다. 즉 반복되는 일상에서 ‘Unreal’ 해지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Real’ 한 상태로 가고 싶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놀이동산에서 무서운 기구를 골라타는 이유도 되고, 여름철에 흉가체험 같은 것을 할 때,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지만, 삶이 ‘unreal’ 해 지면 다시 찾아간다는 것과 같습니다.

외도의 메카니즘을 이것으로 설명하는 부부상담가들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외도하는 목적이 육체적 쾌감 자체가 아니라 아내에게 ‘들킬까 말까?’ 하는 그 상태가 바로 ‘Real’한 상태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뒷조사를 하고 캐내고 사실을 확인하고 추궁해 들통나게 되면 잘못했다고 싹싹 빌 지라도 그것이 곧바로 ‘Unreal’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머지않아 그 짓을 또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다분히 많다는 뜻이 되죠.
그렇다면 뭔가 ‘Real’해 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요? 함께 할 수 있다면야 시간을 함께 하는 것, 부부사이의 fun time 이 많아지는 것도 되고 또 삶이 real 해 지는 경험을 계속하게 되니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