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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떠나간 무바라크/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2. 14. 16:51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떠나간 무바라크

입력 : 2011.02.13 23:13 / 수정 : 2011.02.14 05:42

지난 토요일 오전 1시(한국 시각) 이집트 국영 TV로 무바라크 사퇴가 발표됐다. 부통령이 한 문장짜리 짧은 발표문을 읽었다. 실권을 쥔 군부는 무바라크가 작별인사를 할 기회조차 막았다고 한다. 그를 홍해 연안 사저(私邸)로 실어나른 헬리콥터에는 육군참모총장이 동행했다. AP통신은 "무바라크의 사퇴 배후엔 군부 쿠데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금요일 오전(워싱턴 시각)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다 쪽지를 받았다. '무바라크 사임'. 오바마가 TV를 켜자 이미 환호의 도가니로 변한 카이로 타흐리르광장 모습이 비쳤다. 오바마는 받아적게 했다. '비폭력과 도덕의 힘이 역사의 활을 한 번 더 정의 쪽으로 휘게 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주의를 겁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뜻밖의 사태 발생을 겁내고 있는 미국의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년 전 무바라크가 미국 의원들을 만나 말했다. "내가 부시 대통령에게 후세인을 몰아내선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가 쫓겨난 뒤 가장 좋아한 사람들이 이란 지도층이다. 미국이 큰 실수를 했다." 이집트는 신정(神政)체제인 이란과 달리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다. 사정이 복잡하지만 어쨌든 독재자 무바라크는 '종교적 급진주의'에는 방파제 같은 존재였다.

▶무바라크는 공군 비행사 출신이다. 그가 공군참모총장이던 1973년 제4차 중동전이 터지자 북한 조종사들이 미그기를 몰고 이집트 편으로 참전했다. 이후 무바라크는 북한에 세 차례나 갔고 김일성과 '혈맹관계'를 맺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은 2008년부터 평양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작년에 김정일이 삼남 정은에게 권력승계를 할 때, 무바라크 역시 차남 가말에게 권력을 물려줄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무바라크는 평생 검정 양복에 검정 넥타이를 고집했다. 그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위키리크스는 "어떤 일을 해서 빛을 본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지 않아서 빛을 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주말 외신들은 "아랍의 베를린 장벽이 방금 무너졌다"고 했다. 성인의 50%가 문맹, 국민의 40%가 빈곤선 이하에서 사는 이집트에서 혁명을 만들어낸 휴대전화가 북한에서 민주혁명의 기적을 일구어낼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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