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오후, 경남 사천의 한국우주항공산업(KAI) 공장.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낯선, 얼룩무늬의 헬기 한 대가 활주로 한가운데에서 힘차게 로터를 돌리고 있었다.
이윽고 시간이 되자 로터가 더욱 힘차게 돌아가면서 헬기 동체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안전을 위해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이를 지켜보던 160여 명의 개발진과 군 관계자들에게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초의 국산헬기 ‘수리온’이 첫 비행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겨우 10m 정도로 떠오른 것에 불과했지만, 항공산업의 불모지라 불리던 우리나라가 헬기를 개발하고 제작해 처음으로 비행에 나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이 비행은 업계 관례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한 지역 언론이 비행장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6월 22일 업체와 군 관계자, 시민,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대적인 초도비행 행사를 가졌다.
◆ 어디서 본 듯한 ‘신형헬기’ 수리온
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수리온을 보면서 “어디서 본 듯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리온은 유럽의 헬기제작사인 유로콥터의 ‘AS532 쿠거’(Cougar) 헬기를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거 헬기는 우리나라도 대통령 전용헬기로 도입한 바 있는 ‘AS332 슈퍼퓨마’(Super Puma) 헬기를 군용사양으로 개조한 모델이라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파생형이 만들어지는 헬기의 특성상 기본적인 설계안이 존재하며, 여기에 기초해 다양한 모델이 제작된다.
수리온은 유로콥터로부터 제공받은 설계안을 기초로 군의 요구성능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나 장비의 배치, 실루엣 등이 쿠거헬기와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수리온의 시험비행사들은 수리온이 제작되기 전까지 소방방재청이 보유한 개량형 슈퍼퓨마 헬기(EC225)를 이용해 비행훈련을 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이 두 헬기가 유사한 비행특성을 갖고 있는 것에 착안해 이 같은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리온이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이유는 첫 헬기 개발에 따른 실패위험성을 줄이고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수리온은 2005년 12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4년여 만에 초도비행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수리온의 성능
수리온 헬기는 현재 국군이 운용 중인 ‘UH-1H’ 헬기와 ‘UH-60P’ 헬기의 중간 크기로, 완전무장한 1개 분대의 병력을 태울 수 있으며 140노트(약 260㎞/h)의 속도로 최대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최대 2700m까지 상승해 제자리 비행을 할 수 있고 분당 상승속도도 150m에 달한다.
또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레이더에 탐지되면 경보를 울리면서 기만체를 투하하는 자동 방어체계를 탑재해 생존성이 크게 높아졌다.
조종석이나 엔진 등 주요부위는 방탄설계가 이루어졌으며, 연료탱크는 총탄에 구멍이 나더라도 스스로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셀프실링’(self-sealing) 기능을 갖추고 있다. 로터 블레이드의 경우 12.7㎜ 기관총탄에 피탄되더라도 기능을 상실하지 않게끔 제작됐다.
주 기어박스도 공격받았을 때를 대비해 윤활유가 없는 상태에서도 30분 이상 가동이 가능하다.
조종석의 경우, 육군이 보유한 헬기 중 가장 디지털화돼 조종사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3차원 전자지도,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 등을 장착하여 주・야간 악천후에도 비행이 가능하다.
◆ KMH, KHP 그리고 수리온
수리온은 ‘한국형 헬기개발사업’(이하 KHP)에 따른 결과물로, 이 사업은 2011년부터 240여 대의 국산헬기를 생산해 노후한 ‘UH-1H’, ‘500MD’ 헬기 등을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1조 3000억 원의 개발비와 생산비를 포함 약 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획득공고가 게시된 이래 같은해 8월 말 18개 국내생산업체와 28개 협력기관이 선정됐으며, 12월에는 유로콥터사가 해외협력업체로 선정돼 그때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KHP사업의 뿌리를 살펴보면 지난 1988년 육군의 ‘한국형 경헬기 사업’(이하 KLH)과도 관련이 있다.
이 사업은 노후한 500MD 정찰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면허생산을 통해 130여 대의 경헬기를 도입하는 사업이었으나 대폭 축소되면서 12대의 ‘Bo-105CBS5’헬기가 생산되는 것으로 사업이 종료됐다.
결국 500MD 헬기는 대체할 전력이 없는 상황에서 퇴역이 시작됐으며, 여기에 UH-1H 헬기의 퇴역과 ‘AH-1S’ 공격헬기의 노후화가 더해지면서 육군은 운용하고 있던 5종의 주력 헬기 중 3종이 대체할 수단이 없는 가운데 퇴역 중이거나 퇴역이 임박해오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육군은 정찰헬기와 기동헬기, 공격헬기를 함께 개발하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사업’(이하 KMH)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이 KMH사업은 상당히 광범위한 성능과 많은 수량을 요구했기 때문에 개발비만 2조 원, 양산비용까지 합치면 최대 13조 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대형 사업이었다.
결국 2004년 전면재검토 결정이 내려져 공격형은 추후 개발상황을 지켜보며 개발하고 우선 기동형만을 개발키로 결론나면서 사업명칭도 KHP로 변경됐다.
◆ KUH 수리온 헬기 제원
길이 : 약 14.9m
높이 : 약 4.5m
중량 : 약 4.8t
최대 이륙중량 : 약 8.7t
엔진 : T700-GE-701K 2기
속도 : 약 260㎞/h
최대 항속거리 : 약 450㎞
승무원 : 2~4명
수송능력 : 무장병력 9명, 화물 최대 3.7t(외부 포함)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기획 한국군 무기 64] 명품 국산 항공기 ‘KT-1 웅비’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만든 무기들이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것들과 경쟁을 하고,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군에서 국산 무기를 찾아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국의 것을 우리나라에서 면허생산한 적은 많았지만 ‘진짜 국산’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율곡사업 같은 대규모 국방사업이 추진되면서 육군이나 해군은 사정이 나아졌으나, 공군은 여전히 거의 모든 항공기와 폭탄, 미사일 등이 외제로 채워졌다.
이러한 점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도 당당히 국산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무기가 있으니, 바로 ‘KT-1 웅비’(雄飛)다.
KT-1은 개발 도중 사출좌석 오작동으로 시제기가 추락하고, 보다 빠른 전력화를 원했던 공군이 국내개발이 아닌 해외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뻔한 위기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비를 무사히 넘기며 웅비란 이름그대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었다.
◆ 10대 명품 무기, KT-1 웅비
공군은 1999년 당시 대우중공업(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과 85대의 KT-1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2000년 11월 공군에 인도된 KT-1은 노후한 ‘T-37C’를 대신해 공군의 차기 중등훈련기로 활약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은 ‘T-103’을 이용한 초등훈련과 KT-1을 이용한 중등훈련, 마지막으로 ‘T-50’을 이용한 고등훈련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에선 제트엔진을 장착한 T-37C를 프로펠러 엔진(터보프롭)을 장착한 KT-1이 대체하는 것에 의문을 갖기도 했으나 비행성능만 본다면 KT-1이 T-37C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KT-1은 최신 사출좌석(Ejection Seat)을 장착해 조종사의 생존성이 월등히 향상됐으며, 양력을 잃어버리고 조종불능에 빠지는 실속(失速)에 들어가더라도 자동으로 자세를 회복하는 등 훈련기로써 안전성도 매우 뛰어나다.
1998년에는 KT-1을 시승해 본 영국의 항공전문지 ‘플라이트인터내셔널’에 의해 성능과 안전성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2001년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에 7대, 금액으로 6000만 달러(약 670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5대를 더 주문해 모두 12대의 KT-1을 도입했다.
2007년에는 터키와 40대의 KT-1수출계약을 맺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군형은 KT-1B, 터키 공군형은 KT-1T로 불린다. 국산 항공기가 해외에 수출된 것은 KT-1이 최초로 이러한 성능과 실적을 바탕으로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선정한 10대 명품 무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 최초의 국산 항공기(?), KT-1
‘KT-1’은 ‘최초의 국산 항공기’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최초’는 아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0월, 공군은 기존의 항공기 부품을 이용해 길이 6.6m, 날개폭 12.7m의 소형 경비행기를 자체 제작해 운용한 바 있다.
시속 180㎞로 비행이 가능했던 이 경비행기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전쟁의 상처를 딛고 부활한다는 뜻으로 ‘부활호’란 휘호를 받기도 했다.
다소 허술했던 외관과 달리 비행성능은 준수했던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55년 대구의 한국항공대학이 인수해 1960년까지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항공기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미국이 가져갔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으나, 2004년 1월 한국항공대학이 옮겨간 자리에 들어선 경상공업고등학교의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공군은 부활호를 수거해 그해 10월까지 복원을 마치고 공군사관학교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다만 공개된 부활호는 실제 비행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현재 경상남도와 사천시는 최초의 국산 항공기인 부활호를 개량,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2월 첫 비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부활호는 생산기반이 전무했던 전쟁직후에 등장한 까닭에 양산에 이르지 못했으며, 운용기간도 길지 않았다. 운용에 대한 기록도 사진 몇 장이 전부였을 만큼 최초의 국산 항공기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부활호 이후 대한항공이 자체 개발한 ‘창공91’ 경비행기도 있었으나 이 역시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설계부터 양산까지 모두 성공한 국산 항공기는 KT-1이 최초라 할 수 있다.
◆ 이제는 공격기다! KA-1
공군은 KT-1을 개발하면서 경공격기로의 전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운용 중이던 ‘O-2A’ 전선항공통제기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선항공통제기란 아군과 적군이 근접한 상황에서 공군의 폭격을 정확히 유도하기 위해 기관총이나 연막로켓 등을 통해 적군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항공기를 말한다.
지상군의 폭격 요청이 접수되면 전선항공통제기가 적군의 위치를 표시한 후 폭탄을 매달고 기다리는 전투기가 해당 지역을 폭격하는 식이다.
전선항공통제기는 저공을 비행하면서 적의 위치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린 항공기를 이용하는게 일반적이었고, 적의 대공사격을 고려해 기동성 역시 뛰어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공군은 KT-1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이후, 이를 전선항공통제기로 개량한 ‘KO-1’의 개발에 착수해 2005년 첫 번째 기체를 실전에 배치했다.
KO-1은 원형인 KT-1과 비교해 항공전자장비가 강화됐으며 주날개 아래 보조연료탱크와 로켓발사기, 폭탄 등을 매달 수 있는 파일런을 설치해 항속거리를 늘리고 공격력을 갖췄다.
이후 KO-1은 기관총 포드(POD)와 표적획득장비인 ‘TADS’, 유도로켓 등이 차례로 도입, 개발되면서 보다 다양한 임무를 맡게 돼 명칭을 ‘KA-1’으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기존의 KO-1이 전선항공통제기의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면, 지금의 KA-1은 공격기의 임무가 강조됐음을 뜻한다.
실제로 KA-1은 전시에 전선항공통제임무 외에도 북한이 대량으로 보유한 침투용 공기부양식 상륙정을 저지하는 임무도 담당하고 있다.
◆ KT-1 웅비 제원
길이 : 약 10.26m
높이 : 약 3.67m
날개 폭 : 10.60m
중량 : 약 1.87t
최대 이륙중량 : 약 2.5t
엔진 : 플랫 앤 휘트니 PT6A-62(950마력)
최고속도 : 약 650㎞/h
순항속도 : 약 490㎞/h
최대 항속거리 : 약 1680㎞
최대 상승고도 : 약 1만 1580m
탑승인원 : 2명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기획 한국군 무기 65] 최초의 국산 초음속기, ‘T-50 골든이글’
국내 항공업계에게 2002년은 뜻깊은 한 해였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인 ‘T-50 골든이글’(검독수리)이 처음으로 날아오른 해였기 때문이다.
1992년 ‘2차 한국형 훈련기 개발사업’(KTX-2)에 착수한 지 꼭 10년 만의 일이었다. 이때부터 T-50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발전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급부상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KTX-2 사업이 출범했을 때 많은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우리나라가 개발한 항공기라고는 터보프롭엔진을 장착한 ‘KT-1 웅비’밖에 없었음에도 정부는 세계 최정상급의 목표성능을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개발과정도 다사다난했다.
KTX-2 사업 착수 당시 정부는 개발비용의 70%를 부담키로 했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애초 개발사도 삼성항공이었으나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금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통합되는 등 사업주체도 변경됐다.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짜맞춰 진 공군의 계획이 틀어지게 됐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공군은 미군이 장기보관 중이던 ‘T-38C 탤론’(Talon) 고등훈련기를 임대해 사용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2005년 8월 양산형 1호기가 출고되면서 T-50은 비로소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게 된다.
◆ 국산보단 공동개발 T-50
T-50은 많은 수식어가 붙은 항공기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발한 초음속 항공기이자,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고등훈련기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다.
이 수식어들의 특징은 ‘국산’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는 것인데, T-50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항공기인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만의 힘으로 개발했다고 보긴 어렵다.
T-50은 KT-1 훈련기와 달리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개발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개발비도 우리나라 정부가 70%, KAI가 17%, 록히드마틴이 13%를 부담해 사실상 공동개발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T-50의 개발에서 우리 쪽이 담당한 부분은 기체설계와 제작으로, 초음속 항공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항공전자장비 및 디지털 조종계통 등은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해외 업체가 담당했다. 엔진 역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04’로, 적지 않은 부품이 외국에서 도입됐다.
때문에 어떤 이는 T-50은 국산 항공기가 아니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설계도와 재료를 갖다 주더라도 이를 해석하고 제작할 기술이 없다면 그림의 떡인 것처럼, T-50이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의 현주소를 대변한다는 사실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실제로 T-50을 생산하면서 경험한 초음속 항공기의 체계조립이나 부품의 면허생산을 통한 노하우 습득도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 전투기로 진화를 꿈꾸는 T-50
우리나라는 처음 KTX-2사업을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론 국산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사업의 결과물인 T-50 역시 전투기에 근접한 성능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공군이 사용 중인 T-50에는 무장 장착능력이나 레이더가 장착되진 않지만, 비교적 간단한 개조를 통해 무장능력을 갖출 수 있고 실제로 ‘전술입문기’라 불리는 TA-50이 별도로 제작돼 전투기 조종사 양성과정에 투입 중이다.
TA-50은 외형상 T-50과 유사하지만 레이더와 무장사용을 위한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나 폭탄을 장착할 수 있어 고등비행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이 일선에 나가기 전 기본적인 무장사용법을 익히는데 쓰인다.
이외에 T-50의 제작사인 KAI는 퇴역한 ‘A-37B 드래곤플라이’(Dragonfly) 공격기와 노후한 F-5E/F 전투기를 대신하기 위해 무장능력을 강화시킨 FA-50을 개발 중이다.
애초 F-50과 A-50 등 전투기와 공격기를 별도로 개발하려 했으나, 예산문제와 군 안팎의 반발에 이를 통합하고 제식명도 FA-50으로 변경했다.
FA-50은 기존의 A-50에 비해 성능이 강화된 레이더를 탑재해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정밀 유도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KAI에 따르면 FA-50은 내년 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으로 생산량은 60대이나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훈련용이나 전투용이 아닌 T-50 계열기도 있다. 바로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Black Eagles)의 ‘T-50B’다.
블랙이글스는 A-37B 공격기를 이용해 비행을 펼쳐왔으나, 기체 노후화로 지난 2007년 서울에어쇼 기념비행을 마지막으로 잠정 해체됐다. 2년 뒤인 2009년 서울에어쇼에는 기본형 T-50으로 재편한 블랙이글스가 기념비행을 펼쳤으나, 이는 T-50B로 갈아타기 전 임시로 사용한 것이다.
T-50B는 곡예비행을 위해 개조된 T-50으로, 가장 큰 특징은 검독수리를 형상화한 화려한 특수도장이다. 또 보다 박진감 넘치는 효과를 위해 새로운 스모크 와인더(Smoke Winder)를 장착해 더 굵고 짙은 연막을 발생시킬 수 있다.
◆ 수출 실패, 실패…
애초 KAI는 T-50의 수출 가능성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T-50은 지금까지 개발된 그 어떤 고등훈련기보다 성능이 뛰어났으며, 경전투기나 경공격기로 개조도 가능해 시장의 범위가 매우 넓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30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고등훈련기 교체시기가 도래해 최대 3000대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업계의 예측도 있었다.
이에 맞춰 T-50은 전세계에서 주력으로 사용 중인 4세대 전투기는 물론 ‘F-22’, ‘F-35’ 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훈련용으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 없는 최신 장비를 탑재했다.
하지만 이 점은 오히려 T-50의 수출길을 가로막는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의 경쟁입찰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T-50은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에 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비싼 가격’.
‘고등훈련기계의 롤스로이스’라는 T-50의 애칭 아닌 애칭이 수출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분석됐다. 최신 장비와 뛰어난 성능 덕분에 훈련 효과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그만큼 비싼 까닭에 도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KAI의 경영진 교체에 따른 해외 마케팅 능력 감소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한편 KAI는 아직 폴란드와 인도네시아 등의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아직 시작일 뿐이란 입장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항공기 시장으로 꼽히는 미 공군이 최근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착수했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 T-50 골든이글 제원
길이 : 약 13.13m
높이 : 약 4.9m
날개 폭 : 9.16m
중량 : 약 6.4t
최대 이륙중량 : 약 13.5t
엔진 : 제너럴 일렉트릭 F404-GE-102
최고속도 : 마하 1.5
최대 항속거리 : 약 1800㎞
최대 상승고도 : 약 1만 6764m
탑승인원 : 2명
사진 = 공군 블로그 공감, 록히드마틴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