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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통 큰 며느리가 이겼다

鶴山 徐 仁 2010. 11. 18. 06:20

[현대건설, 현대그룹 품으로] 통 큰 며느리(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 이겼다… '승자의 저주'도 이겨낼까

현대건설 인수에 2兆 이상 빌려야… 年이자만 1500억
득 될까… 예상 깨고 과감한 베팅 모기업 되찾는 '명분'과 재계 14위 '실리' 챙겨
독 될까… 자금확보 후유증 가능성 "대우건설 비싸게 사들인 금호처럼 되나" 우려도

'현대가(家)의 아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대(對) 며느리(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한판 대결이자 올해 국내 재계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 매물인 현대건설 인수전이 며느리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결정적인 요인은 '인수 가격'이었다. 현대그룹은 인수 가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실상 '올인' 전략을 구사해 적중시켰다.

이번 인수로 현대그룹은 모기업을 되찾아 그룹의 적통성을 세웠다는 '명분'과 재계 순위가 14위로 수직상승하고 경영권도 방어하는 '실리'를 동시에 챙겼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당초 예상 가격(최대 4조원)보다 훨씬 많은 5조5100억원을 써냄에 따라 향후 인수 자금 마련이라는 큰 짐을 떠안았다. 이런 이유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그룹이 차입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번 인수가 자칫 독(毒)이 될 수도, 약(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토록 바랐던 현대건설을 품에 안게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현 회장.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인수 가격 격차가 승부 갈라

'다윗 대 골리앗'의 대결로 불릴 만큼 이번 인수전은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룹 규모나 자금력만 보면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을 압도했던 탓이다. 현금 동원력의 경우, 현대차그룹은 10조원이 넘었지만 현대그룹은 1조5000억여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과감한 베팅을 한 쪽은 다윗 격인 현대그룹이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다른 비(非)가격 요소를 압도할 정도로 현대그룹의 가격 베팅이 셌다"고 말했다.

보통 기업 M&A 입찰에서는 가격 요소가 70~80%, 비가격요소가 20~30%를 차지한다. 현대그룹은 점수 비중이 높은 가격 평가에서 현대차그룹을 크게 앞질렀다.

현대그룹이 승리한 배경에는 '절박함'도 큰 몫을 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배수진'을 치고 필사적으로 임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이 현대차 등 범(汎)현대가로 넘어가면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번 인수 성공으로 현대그룹측은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모기업 되찾자" 10년 숙원 풀어

현대건설을 최종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2조3000억원에 매출 21조4000억원으로 두산과 한화에 이어 재계 14위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현대상선을 제외하면 변변한 대표 기업이 없던 상황에서 매출 10조원 안팎의 현대건설을 그룹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 것도 큰 성과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넘버 원'이면서 해외에서도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 건설사로 키울 계획"이라며 "현대상선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사업 기반이 두 배로 커져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위상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10년여 동안 품어온 "잃었던 모기업을 되찾아 지키겠다"는 숙원도 풀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로 넘어간 2001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반드시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인수 자금 조달이 최대 과제

현대그룹이 인수전 1차 관문에서는 이겼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 가격이 예상 가격보다 훨씬 높아 '승자(勝者)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을 빌렸다가 그룹 전체가 유동성(현금 흐름) 위기를 겪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조선(造船) 경기 침체로 인수를 포기하면서 3000억원의 계약금을 날렸다.

인수 자금 조달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현재 현대그룹이 자체 조달한 자금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빌려야 할 돈은 2조원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재무적 투자자인 동양종합금융증권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총 1조9000억원을 투자의 형태로 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외부 차입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금융전문가는 "외부 차입금에 대한 연간 이자만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며 "현대건설 영업이익이 연간 5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장사해 번 돈의 30%를 이자로 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정호 현대그룹 상무는 "우리는 현대건설에 맞는 적정 가격을 제시했다"며 "인수 이후 (자금 확보를 위해) 현대건설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는 시장의 루머(뜬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승자의 저주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얻기까지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어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잃는 현상을 뜻하는 말. 치열한 기업 인수·합병(M&A) 경쟁 속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내고 인수한 기업이 그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 말을 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오늘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최종 입찰 제안서를 낸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 가운데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진정호 상무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정하게 심사해준 채권단에 감사하다"며 "모든 역량을 모아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건설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부 민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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