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수된 북한군의 전자전(電子戰) 교범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충남에 있는 A선교회는 “북한이 한국군과 미군의 정찰 수단에 핵심 시설과 장비가 포착되지 않도록 스텔스 페인트(도료)를 칠하고 관련 대응책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위장전술을 구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북한군 교범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북한이 발간한 이 교범에는 함정과 전차, 전투기 등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페인트’를 칠하도록 했다.
교범에 따르면 이 페인트는 점착제 50%, 흡수제 33.4%, 톨루올 16.6% 등의 비율로 만들어지며 1.4~1.8㎜ 두께로 발랐을 경우 전파의 95%를 흡수하고 사용기간은 3~5년에 이른다고 명시돼 있다.
스텔스 페인트는 목표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전파의 시간차로 방향과 거리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의 원리를 역이용한 것으로, 흔히 ‘RAM’(레이더 흡수 물질, Radar Absorbimg Material) 페인트라고 부른다.
이 페인트를 바르면 전파가 반사되는 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을 감소시킬 수 있어 레이더를 속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미 공군의 스텔스기인 ‘F-117 나이트 호크’(Nighthawk)와 ‘B-2 스피릿’(Spirit) 폭격기의 검은 표면은 이 페인트를 칠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으나 성분이나 성능, 사용기간 등은 기밀로 분류돼 있다.
특히 ‘아이언 볼’(Iron Ball)이란 암호명으로 유명한 F-117의 스텔스 페인트는 모든 기체가 퇴역한 지금까지도 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정도다.
다만 이 방식은 유지보수가 잦아 비용이 많이 들고 특수물질이 섞인 페인트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등의 단점이 있어 최근에 실전배치된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Raptor)의 경우 이를 보완하는 개선된 방식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주관으로 지난 1999년부터 스텔스 기술 연구에 착수해 9년 만인 2008년 5월 개발된 스텔스 페인트에 대한 지상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ADD는 공군의 ‘F-4E’ 전투기에 새로 개발한 스텔스 페인트를 발라 지상에서 레이더 전파에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시험을 실시했으며, 양호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발표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스텔스 페인트가 RCS를 감소시켜 주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으로 레이더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페인트가 레이더 전파를 95% 흡수한다고 해서 레이더 상에 물체가 원래의 5% 크기로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 관련 민간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신인균 대표는 “스텔스 성능은 페인트보다는 물체의 형상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B-2 폭격기나 F-22 전투기처럼 RCS 감소를 위해 특수설계된 형상이 아니라면 페인트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진 = 미 공군 B-2A 스텔스 폭격기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