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헬기를 고르라면 ‘아파치’ 공격헬기와 함께 아마 이 헬기가 꼽히지 않을까 싶다.
2001년 영화의 주인공(?)이 되면서 급격히 유명세를 탄 ‘UH-60 블랙호크’(Blackhawk)다.
UH-60은 영화 ‘블랙호크다운’에서 소말리아 반군의 공격에 속절없이 추락하며 인명피해를 냈던 헬기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사막에서 산악지형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헬기보다도 다양한 전장에 활약하며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UH-60은 ‘다목적 중형헬기’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23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한항공을 통해 1990년 9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10년 7개월간 130여 대를 면허생산 해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UH-60 헬기를 도입한 나라이기도 하다.
◆ UH-60 블랙호크의 성능
UH-60은 UH-1 헬기에 이은 미 육군의 두 번째 주력 중형수송헬기다.
UH-1은 1960년대 중반 등장한 이래 베트남전에서 활약하며 미 육군의 주력 헬기로 자리매김했으나 엔진이 하나뿐이어서 출력이 떨어지는 등 단점이 많았다.
부족한 출력은 기동성과 탑재 중량의 제한으로 이어졌고 빈약한 장갑은 기관총 공격에도 탑승한 병사가 피해를 당하거나 아예 추락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베트남전에 투입된 UH-1 헬기 7013대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3305대가 추락하거나 파손됐으며 1074명의 조종사와 1103명의 다른 승무원이 전사했다.
UH-60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처음부터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는 쌍발 엔진을 요구받았다.
덕분에 UH-60은 UH-1의 두 배에 달하는 화물을 수송할 수 있으며 UH-1이 승무원 외에 7명 내외의 병력을 실어날랐던 것에 비해 1개 분대에 해당하는 11명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또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조종석과 기체 하부에 약 320㎏에 달하는 방탄판을 설치해 각종 소화기와 기관총탄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다.
여유 있는 내부공간과 넉넉한 엔진 출력은 성능개량이나 장비의 추가설치를 용이하게 해 UH-60을 급변하는 전장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이 헬기는 1974년 첫 비행을 한 이래 끊임없이 개량을 거듭해 현재까지 중형헬기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민수용 ‘S-70’ 헬기를 합쳐 2600여 대가 생산됐다.
◆ 다양한 UH-60 블랙호크의 파생형
UH-60 헬기는 단순히 성능 개량만 받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임무에 맞는 다양한 파생형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파생형은 해상작전용의 ‘SH-60 시호크’(Seahawk)가 있으며, 특수작전에 투입되거나 적진에 탈출한 아군 조종사를 구조하는 ‘MH/HH-60 페이브호크(Pavehawk)’,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UH-60Q’, VIP 전용 헬기인 ‘VH-60’ 등이 있다.
시호크의 경우 선박의 레이더로는 탐지가 불가능한 수평선 너머의 적함을 찾아낼 수 있는 대수상 레이더와 물속의 잠수함을 찾아낼 수 있는 ‘디핑소나’, ‘소노부이’ 등의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또 소형 고속정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으며 배 위의 좁은 격납고에 들어갈 수 있도록 메인로터와 테일붐이 접힐 수 있게 설계됐다.
페이브호크 적진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공중급유용 장비가 설치돼 있으며 적에게 탐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게끔 각종 야시장비와 지상탐색레이더 등을 장착하고 있다.
UH-60Q는 내부에는 응급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각종 의료설비가 탑재돼 있어 날으는 구급차로 불린다. 이런 임무에 투입되는 헬기는 ‘매드백’(Medevac)이라 불리며 나라마다 탑재 장비의 차이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UH-60P에 항속거리를 연장하기 위해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할 수 있도록 외부보조파일런(ESSS)을 설치하고 의료장비를 탑재해 환자 수송임무에 전담투입하고 있다.
◆ 아프간까지 날아간 국군의 UH-60P
우리나라는 미 육군이 보유한 ‘UH-60L’에서 일부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경한 ‘UH-60P’를 주력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 헬기를 기초로 조종사 구출용의 각종 장비를 추가한 ‘HH-60P’를 공군이 운용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VIP 수송용 ‘VH-60P’가 추가로 생산돼 공군에서 운용 중이다.
해군에서도 수송임무를 위해 UH-60P 1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해군의 UH-60P는 간혹 해상작전용 시호크 헬기로 오해를 받곤 하는데 염분 방지 처리와 해군 도색을 제외하면 육군과 동일한 기체다. 넓은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하긴 했으나 육군 역시 같은 기체를 운용하고 있어 차별화되진 않는다.
지난 1999년에는 대량으로 면허생산한 UH-60P 헬기가 어느 정도 갖춰지자 육군의 각 군단 예하에 있던 여러 항공대대를 통합해 ‘항공작전사령부’(이하 항작사)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이전에는 각 군단 별로 소규모 강습작전만이 가능했던 것을 항작사 창설 이후에는 여단급의 대규모 강습작전이 가능해졌다.
국군은 항작사 창설 후 10여 년간 꾸준히 작전능력을 키워왔으며 올 6월에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오쉬노 부대에 2대의 UH-60P를 참가시키기도 했다.
국군의 헬기가 해외에 파병된 사례는 지난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아프간에 보내진 UH-60P는 아프간의 환경과 반군들의 위협을 고려해 일부 개량을 받았다.
현재 국군이 보유한 UH-60P 헬기들은 차례대로 야간비행에 도움을 주는 국산 FLIR와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하는 개량을 받고 있다.
◆ UH-60P 헬기(기본형) 제원
길이 : 19.7m
높이 : 5.13m
중량 : 약 4.8t
최대 이륙중량 : 10.6t
무장 : M-60D 7.62㎜ 기관총 2정
엔진 : T700-GE-701C 1860마력 x 2기
속도 : 약 295㎞/h
항속거리 : 약 590㎞
승무원 : 3명(조종사, 부조종사, 사수)
탑승인원 : 11명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