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서울광장] ‘사람특별시 오세훈 시장’ /함혜리 논설위원

鶴山 徐 仁 2010. 6. 10. 11:06

▲ 함혜리 논설위원
광화문 근처를 지나가다 앞서 걸어가고 있던 주부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광화문 광장을 가리키면서 “전에 은행나무가 정말 멋있었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다 망쳐놨어.”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도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루는 택시를 탔는데 해치가 그려진 오렌지색 택시였다. 왜 해치택시를 운전하느냐고 물으니 기사 아저씨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새로 허가 받는 것은 무조건 해치택시여야 한다니 어쩔 수 없지만 손님들이 타기를 꺼려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어떤 도시환경 디자이너는 “ 디자인서울에 디자인은 없고 이벤트만 있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예산을 함부로 쓸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그동안 치적으로 내세웠던 주력사업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결국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표로 나타났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나선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0.6%포인트 차로 앞서며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했다. 역대 시장 선거 중 가장 근소한 표차다.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에서 한 후보에게 패했다. 오 시장이 앞섰던 8개구 가운데 6개구가 강남권이었다. 이겼지만 실은 이긴 게 아니다. 오 시장 자신도 사실상 패배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딴판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모두가 놀라고 이변이라고 했지만 내 관점에서는 전혀 이변이 아니었다. 나는 오 시장을 ‘일 잘하는 젊은 시장’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이 봤다. 운도 실력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오 시장은 이같은 평가에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오시장의 정책들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자의 관점이 아니라 공급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디자인 서울, 한강르네상스, 광화문 광장, 서울형 복지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시성 행정에 엄청난 예산을 퍼붓고, 그것도 모자라 치적을 알리기 위한 광고·홍보비를 물쓰듯 썼다. 그러면서 정작 서울 시민들이 답답해하는 보육과 교육, 복지, 일자리 문제는 등한시했다. 희망플러스, 서울희망 드림뱅크, 서울형 해비탯, 안심자립 스타트, 웰빙가정 만들기, 여행(女幸) 프로젝트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든 프로그램들이 서울시내 홍보판을 가득 채웠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들 정책 중에는 소요된 홍보예산보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책도 있다. 겉만 번드르르한 정책에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럼에도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등 기존 사업들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오 시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 대다수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 보여주기식 정책은 그만 접고 사람이 중심이 된 시정을 펼쳐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서울이 아니라 시민들이 살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서울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 살 만한 서울, 사람을 중시하는 서울을 만들겠다.”며 한 후보가 내세웠던 ‘사람특별시’의 비전을 과감히 채택해 봄은 어떨까. ‘사람특별시장 오세훈’,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오 시장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21명의 야당 구청장,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시의회, 진보교육감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책추진력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기인 동시에 그의 정치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슴을 열고 대화와 소통으로 현안들을 풀어 나가겠다고 다짐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시험에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시험문제를 낸 주체가 바로 서울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라는 얘기다.

lotus@seoul.co.kr

2010-06-10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