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北 판문점 도끼 만행 땐 韓·美 무력 시위… 이번엔?
"보복타격 땐 南 경제 손실"
對北방송 등 심리전 재개… '팀스피리트' 부활도 고려
1976년 8월 18일 미군 장교 2명이 숨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주한미군은 전쟁준비 태세인 '데프콘 3'를 발령하고 문제의 미루나무를 제거했다. F-111 전투기 20대가 한반도로 급파됐고 미 해군 항공모함이 동해로 북상했다. 한국군도 특전사 요원들이 북한군 초소 4곳을 파괴하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그러자 북한은 인민군 총사령관 명의로 유엔군 사령관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며 백기를 들었다.2010년 천안함 사태를 보는 군(軍)의 시선은 34년 전 도끼 만행 사건 당시 한미의 태도에 맞춰져 있다. 한광문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기획조정실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다시는 도발을 할 수 없도록 미국과 연합해 전투준비 태세를 정비하고 일전을 불사하는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군사적 조치를 준비하긴 하더라도 '보복 타격'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한 전직 국방장관은 "미·영 등과 함께 일단 북한이 발뺌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뒤 군사적인 보복보다는 국제 사회와 함께 외교·경제적인 제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 2004년 6월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은 북측의 요구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선전광고판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뒤편에 있다 철거된 대북 방송용 확성기. /연합뉴스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군사적·비군사적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 소행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소행이 확인됐을 때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군사적 조치 중에서도 화력(火力)을 동반하지 않는 '로우 키(low key·저강도)' 전술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대북 경고 성명 발표 ▲대북 항의 전통문 발송 ▲남북 정상급 군사회담 개최 요구(엄정 항의) ▲한미연합사 주관으로 연합 위기 선포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현장 조사 진상 규명 ▲개성공단 폐쇄 ▲대북 심리전 재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 상선에 개방한 제주·부산 해역 봉쇄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저강도 방식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찬반 양론이 있지만 대체로 "군사적인 보복 조치로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국지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면 경제적 손실이 북한보다는 우리가 훨씬 크다"는 인식이 많다.
대북 심리전(상호 체제 비판과 비방 방송)은 2000년 6·15 선언을 계기로 중단됐다. 전직 고위 장성은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며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무기를 폐기한 것은 뼈아픈 실수"라며 "대북 전광판, 확성기 방송,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TV용 방송 등을 개발해 심리전(心理戰)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3년 중단된 한미 합동군사훈련 '팀 스피리트'를 부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공군 장성은 "이 같은 무력시위를 통해 북한이 스스로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군사적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은 "국민이 지지하고 미국을 포함한 우방들이 광범위하게 동의하는 방법 중 수위가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배 전 국방연구원장은 "이번 기회에 전시작전권 환수(2012년)를 연기해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북한이 원하는 대남 적화통일, 전작권 환수, 주한미군 철수를 좌절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2005년 8월 채택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제주해협을 북한 상선에 개방하고 있으나, 이번 기회에 봉쇄하면서 대북 제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관 전 성우회장(전 해군 참모총장)은 "외부의 적뿐 아니라 내부의 적을 소탕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뿌리 깊게 퍼진 안보불감증도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북한 사람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핫이슈]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