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10.01.08 03:02 / 수정 : 2010.01.08 03:28
창간 90주년 연중기획
"집 한 채에 국민연금뿐"
1955~1963년생 직장인들 문제 현실로
1955년생 양띠인 서울 광성고 58회 졸업생 300명은 1971년 고교에 입학했다. 산업화의 초입, 아직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때 100명이 넘는 과밀 학급에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며 사회에 진출한 광성고 58회는 고도성장의 한복판을 달려온 '질주(疾走)의 세대'이자 산업화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올해 55세를 맞은 이들에겐 '준비 안 된 은퇴'라는 새로운 현실이 닥쳐오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S음식점. 광성고 58회 동창 30여명이 모인 송년회는 건강과 자녀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그러나 누구의 입에선가 은퇴 얘기가 나오면서 썰렁하게 가라앉았다.
"이렇게 팔팔한 나이에 은퇴하라고? 노후 준비는 생각도 못했는데….(공기업 기술직 A씨)"
참석자들은 대부분 괜찮은 직장과 평균 이상 소득을 벌고 있지만 은퇴는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보험설계사 B씨는 "자식들 출가시켜야지, 부모님 모셔야지,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은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해는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은퇴를 시작하는 원년(元年)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한국전쟁 종전 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도입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집단이다. 워낙 비중이 크다 보니 교육·취업·소비·내집 마련 등 지나온 자리마다 다양한 사회현상들이 발생했고, 이 중 가장 빠른 1955년생이 올해 만 55세를 맞아 정년이 빠른 대기업부터 집단 퇴직을 시작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부터 9년에 걸쳐 베이비붐 세대 취업자 532만명 중 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임금 근로자 311만명이 은퇴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마다 30만~4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는 IMF사태 등을 겪으며 이미 노동시장에서 퇴직한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일자리 현장에 남아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아 1년에 수십만명씩 은퇴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서울대 한경혜 교수는 말했다.
이들의 은퇴 러시는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에 진입한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노령층 실업→내수시장 위축→사회보장 비용 증가→재정 악화→경제 활력 위축으로 이어지는 '연쇄축소의 악순환'을 경고한다. 우리보다 3년 앞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된 일본은 이미 혹독한 대량 은퇴 후유증을 겪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온 이들 세대는 노후 준비도 제대로 못했다. 광성고 58회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자기 집 외에 평균 금융자산 5000만원을 가진 것이 전부였다. 제2의 직업이나 은퇴 후 인생 설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돼있지 못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올해부터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은 '2010년 쇼크'로 불린다. 조선일보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실상을 추적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연중 기획의 긴 여정(旅程)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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