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농, 삼학, 삼정에 대한 비유는 신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앙의 세계, 종교에서도 세 부류가 있다. 하신(下信), 중신(中信), 상신(上信)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삼신(三信)이다. 하신이란 사이비 신앙, 사이비 종교를 일컫는다. 신앙의 이름으로 인간의 영혼을 좀 먹는 사이비 신앙은 생각외로 흔하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공해(公害)가 있지만 신앙공해가 가장 해악을 끼친다. 화학공해나 농약공해 같은 공해들은 사람의 육신만 해치지만 신앙공해는 영혼까지 무너뜨리기에 치명적인 공해가 된다. 중신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되 자신의 병 낫기를 구하거나 자신이 복 받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른바 치병기복의 수준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그러나 상신은 안심입명(安心立命)과 경세제민(經世濟民)이란 종교의 기본이 되는 신앙의 양면을 균형 있게 갖춘 신앙생활을 일컫는다. 안심입명이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개인구원이라 할 수 있겠고 경세제민은 사회구원 혹은 역사구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신앙의 경지는 이 양자를 함께 갖춘 신앙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자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함께 이루어 가는 신앙이다. 한국교회는 이 양자를 균형 있게 갖추지를 못하고 한 편으로 치우쳐 온 감이 깊다. 한 편에서는 보수신앙이란 이름으로 개인구원에 머물러 왔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진보신앙이란 이름으로 사회구원에 치우쳐 왔다. 그래서 양 편이 모두 절름발이 신앙으로 지나온 감이 있다. 요즘 들어 이 양면을 함께 이루어 나가야겠다는 균형 잡힌 신앙을 찾는 흐름이 일어나고 있어 몹시 바람직스런 현상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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