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를 잃든지 빼앗기든지 하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누가복음 9장 25절) 대학시절에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다.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가 감독한 이탈리아 영화로 안소니 퀸 주연의 ‘길’이란 제목의 영화이다.
여주인공 젤소미나는 떠돌이 요술사, 곡마단 단장 잠파노에게 끌러 다니는 어릿광대요 아내요 조수였다. 잠파노가 죄를 짓고 경찰에 붙들려 간 사이에 젤소미나는 곡예사인 청년과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은 어느 날 가랑잎 휘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차며 말한다. “우리들 신세는 마치 길거리에 무심히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군요. 대체 우리와 같은 이런 인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나요?” 젤소미나가 신세를 한탄하며 말하였을 때에 곡예사 청년이 말한다. “하지만 돌멩이도 돌멩이로써의 한 가지 의미가 있답니다. 어떤 것도 이 돌멩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젤소미나는 끝내 청년을 따라가지를 않고 잠파노에게로 돌아간다. 잠파노에게 학대를 받다가 쓸쓸히 죽어간다. 길 가의 하나의 돌멩이 같이, 길 위에 나부끼는 가랑잎 같이 죽어간다.
돌멩이 하나에도 나름대로 존재하여야 할 의미가 있다. 그 위치에 있어야 할 의미가 있다. 그 어느 것도 그 돌멩이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하물며 우리들 인생의 소중함이야 다른 무엇에 비유할 수 있겠는가? 누가복음에 이르기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생명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하고 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값어치가 어찌 길가의 돌멩이에 비할 수 있겠는가? 길 가의 돌멩이 하나에도 나름대로의 존재하여야 할 의미가 있을진데 사람의 소중함이야 더 일러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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