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교회의 성자 프렌치스코(St. Francesco d` Assisi, 1182 ~1226)는 예수님처럼 살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렸던 사람이다. 그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하여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청빈과 순종의 삶을 살았다.
그가 어느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 시골 마을을 지나다 한 농가에서 들려오는 찬송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그 집 처마 밑 창가에 기대서서 가족들의 찬송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가족들이 마음을 합하여 부르는 합창 소리에 불현듯 자기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다는 생각이 뼈 속 깊이 쓰며 들었다. 그 처마 밑을 떠나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다가 그는 한 빈터에 이르러 눈사람 가족을 만들었다. 아내 눈사람, 아들 눈사람, 딸 눈사람을 차례로 만들고는 자신이 한 가운데 서서 방금 들은 곡으로 합창을 불렀다. 그리고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문득 눈사람 가족이 생각나서 그 터를 찾았다. 그러나 낮 동안 내려 쪼인 햇볕에 눈사람들은 모두 녹아버리고 형체만 남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프란체스코가 말했다.
“아내도 가고 아들도 가고 딸도 가고 모두가 지나가지만 영원히 가지 않는 것은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로소이다. 그리스도만 찬송할지어다. 아멘”
우리는 한 세상 살아가면서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 썩는 것들과 썩지 않는 것들, 없어지는 것들과 없어지지 않는 것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매여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들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한 여름 더위를 지나며 더위를 식히는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가짐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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