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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명분·힘 잃은 노조, '새총' 거둬

鶴山 徐 仁 2009. 8. 8. 11:19

사회
노동ㆍ복지

여론·명분·힘 잃은 노조, '새총' 거둬

극적인 협상 타결… 어떻게 이루어졌나
경찰 압박에 이탈자 속출 '정리해고자 48% 구제' 합의 평택 전체가 안도했던 하루

공권력 투입 18일째인 6일, 마침내 쌍용자동차 노(勞)·사(使) 협상이 타결됐다. 이를 반기기라도 하듯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 가물었던 평택에도 모처럼 비가 내렸다. 20일 가까이 뿌려댄 최루액과 타이어가 타면서 생긴 그을음도 씻겨 내려갔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쌓인 노·사, 노·노의 앙금까지 씻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했다.

협상 결렬 나흘 만에 대화 재개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대화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2일 쌍용차 노사는 나흘간 약 43시간 동안 7차에 걸친 협상을 하고도 합의에 실패했다. 정리해고자 974명과 관련해, 사측의 390명(무급휴직 290명, 영업직 전환 100명) 구제안과 노조측의 총고용 보장안이 맞서 결국 양측은 등을 돌렸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직원과 노조 관계자들이 노사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명호 평택시장, 박영태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지부장, 이유일 공동관리인, 문기조 A/S지부장, 김봉한 노동부 평택지청장./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협상 결렬 이틀 만인 4일, 경찰이 쌍용차 노조 진압작전에 나섰고, 노조원들은 도장 2공장으로 몰렸다. 5일 하루만 110명이 공장에서 나오는 등 협상 결렬 후 총 237명이 빠지면서 점거 파업도 동력을 상실했다. 경찰 압박이 계속되자 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공장에서 몰래 빠져나가면서 노조원들이 크게 동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산별 노조(금속 노조), 민주노총이 한 일이 뭐냐"는 비판도 잇따랐다고 한다.

한상균 노조지부장은 6일 오전 9시40분 박영태 공동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노조측에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여 협상장에 다시 앉게 됐다"고 했다.

낮 12시쯤 박 공동관리인과 한 지부장은 단 둘이서만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1시간20여분 뒤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노사 양측에서 흘러나왔다. 오후 7시40분쯤 쌍용차 본사 5층 회의실에서 한 노조지부장과 박 공동관리인이 조인식을 갖고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한 노조지부장은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이 고통과 아픔을 딛고 박영태·이유일 공동관리인이 회사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관리인은 "일찍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오후 8시쯤 공장 남문 쪽 임시 소방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자 974명 중 48%에 대해 '1년 동안 무급휴직'이나 '영업직 전직'을 선택하게 하고, 52%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거나 분사(分社)를 통해 고용하기로 했다는 노사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77일 간의 파업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점거 농성자, 경찰서에서 조사 중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지부장은 협상 조인식 이후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경찰에 따르면, 점거 농성을 푼 노조원 450여명은 대부분 완성차 성능검사소(TRE)에서 간단한 신원 확인을 마친 뒤 경기경찰청 관내 21곳의 경찰서로 이동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쌍용차 점거 농성의 단순 참가자는 선처하되 노조 간부 등 핵심 주동자는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쌍용차 노사 간에 막판 합의가 이뤄졌지만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도장 2공장에서 공장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번 농성을 주도한 노조 간부나 해산을 거부한 핵심 노조원 등에 대해선 구속 수사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공장 점거에 가담했더라도 스스로 퇴거한 단순 가담자 등에 대해선 선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계 잇단 환영… 노·사 "기쁘지만 갈 길 멀다"

77일간의 공장 점거를 끝내고 쌍용차 노사가 협상 타결을 이룬 데 대해 각계에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교섭이 타결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큰 결단을 이룬 데 대해 눈물 어린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노사 협상 타결 직전인 이날 오전 쌍용차 공장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 '쌍용차 사랑하는 아내 모임(쌍아모)' 회원 일부에게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앞으로 쌍용차가 넘어야 할 산이 높고 크다. 노사 모두 뼈를 깎는 자기희생으로 쌍용차 회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호 평택시장은 "서로 과감한 양보를 해 준 노사 양측에 감사드린다"며 "시는 앞으로 쌍용차 회생을 위해 총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이번 타결을 '대승적 타협'으로 표현하고 "자칫 큰 인명 피해로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농성 노동자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사태 때문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직원과 노조원, 가족들은 이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1년 동안 근무했다는 직원 A씨는 "동생이 집행부 간부인데 빨리 나오라도 해도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형사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쌍아모'의 이모(36)씨는 "희생자 없이 나와서 고맙다"며 "4500여명이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정상화되는 것이 쌍용차 가족이 원하는 꿈"이라고 했다.

쌍용차 직원들 대부분은 "다시 차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면서도 합의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10년 넘게 조립공장에서 일했다는 B(36)씨는 "나에게 새총을 겨누고 화염병을 던진 노조원들을 다시 '동료'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 투입된 의경의 어머니라는 김모(47)씨는 "아들이 휴가를 받아 집에 오면 따끈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