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스크랩]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

鶴山 徐 仁 2009. 6. 16. 10:06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
수암칼럼에서

행동하는 양심’.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즐겨 쓰는 말이다. 오래전에 썼던 자신의 책 제목도 ‘행동하는 양심’으로 붙인 적이 있다. 양심에 비춰 옳다고 생각하는 大義(대의)가 있을 때 소극적으로 속마음에 담아두지만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가치 있는 양심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 양심이 위장된 惡(악)이 숨겨진 非(비)양심이거나, 거짓 양심의 위선일 때는 그런 양심은 행동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차라리 소리 내지 않고 마음 안에 가둬두고 있는 것이 훨씬 더 세상을 편하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으로서 또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서 행동으로 드러낸 양심 중 이 나라 역사와 민주 발전에 긍정적인 기능을 한 양심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의 지난 정치 인생을 바라보아온 국민들 중엔 그가 행동화한 이상한 양심 때문에 국민 정서가 뒤틀린 부분 또한 적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핵으로 되돌아온 대북관계, 食言(식언), 부패, 동서 화합의 한계 같은 것들이다. 그의 행동하는 양심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온 상황에서 지난주 ‘행동하는 양심으로 들고일어나라’고 한 발언 역시 또 다른 반목과 분열만 증폭시킨 경우다.

그의 말을 낱말대로만 짚어보자. 우선 그는 북한 동족의 인권에 대해 직언이나 공개적 충고를 해본 기억이 있었던가?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을 정치가로서는 덮어줄 수 있다 치자. 그러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는 인권과 평화적 삶에 대한 직언과 충고를 했어야 옳았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 권력을 향해 ‘행동’(직언과 충고)하지 않았던 그의 양심은 자신의 논리대로라면 惡(악)의 편이 되는 셈이다.
그의 발언을 뒤집어 해석해보면 반목도 없다. ‘자유와 경제와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일어나자’는 말을 ‘북한 인민의 자유’와 ‘굶어 죽는 경제’와 핵 만들어 위협하는 북에 당당히 대응하는 ‘성숙된 남북 관계’를 지키는 일에 들고일어나자’는 말로 해석하면 그가 말한 양심은 행동해도 좋은 양심이 된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해선 안 된다’는 말의 독재자는 누구인가? 촛불 정도에도 지레 놀라고 누구처럼 자식들이 돈 먹고 감옥 간 일도 없는 집권 1년 4개월짜리 이명박 대통령을 부패한 독재자라 이름 붙이기엔 아직은 무리다. 결국 DJ가 말한 독재자란 50억 달러 얻어가고도 핵 위협으로 남한 동족을 떨게 만드는 북쪽 독재자가 된다. 그런 독재자에게 더 이상 돈 줘가며 ‘고개 숙이지 말고 아부하지 말라’고 한 말이라면 이 또한 행동해도 좋은 양심이다. 비아냥이 아니다. 그렇게 풀이하면 국론 찢길 일만은 없으리란 假想(가상)의 염원이다.

‘들고일어나 희망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말도 광화문에서 국민이 뽑은 정부를 뒤집어엎으란 뜻은 아닐 것이다. 폭력으로 들고일어나 버리면 희망은 고사하고 찢겨져가는 이 나라가 아예 조각조각 결딴나 버리는 걸 그 역시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DJ께 묻게 된다. 소수 교수, 문화인, 종교인 심지어 청소년까지 들고일어나 시국 선언 등 갖가지 선언문 낭독으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국론 분열이 아닐지, 또한 ‘피 흘려…’란 말은 ‘폭력 없는 대화와 공익과 질서를 존중하는 민주시민의 역량으로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한 말로 들어도 좋겠느냐는 물음이다. 행여 그런 희망적인 해석과 물음들을 거꾸로 본 것이라며 다 부정하신다면 DJ께서 행동하라고 한 양심은 결코 대한민국과 7천만 민족을 위한 양심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와 국가 혼란을 부추기는, ‘행동해서는 안 될 비양심’이라 감히 충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누가, 무엇이 그토록 북한을 감싸고 틈만 나면 친북적 말씀을 하게 하는 건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는지, 평양 방문 때 김정일 위원장의 차 속에서 나눈 密談(밀담)들은 끝내 국민 모르게 무덤까지 갖고 가실 건지….
해묵은 의문과 불신만 되살아나게 한 백해무익의 ‘행동하는 양심’론에 나라가 어지럽다. 지금 그에게는 침묵이 애국이다.

출처 -金 廷 吉(매일신문사. 명예주필)-

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동기회
글쓴이 : 배소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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