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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시시각각] 박근혜의 힘 [중앙일보]

鶴山 徐 仁 2009. 3. 5. 14:52

[오병상 시시각각] 박근혜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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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얼룩진 파행 국회의 최종 승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2일 오전 10시50분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본관 계단을 올라설 무렵,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성 중이던 중앙홀(로텐더홀)에선 박희태 대표가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국회의장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온 결과를 설명하고 있었다. 박희태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김형오 의장을 만나 ‘직권상정 요구’를 최후통첩처럼 던지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오랜 파행의 피날레를 장식할 한바탕 난장판이 예고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이 보이자 농성장이 술렁거렸다. 취재진이 일제히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박근혜 전 대표는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들자 계단을 다시 내려가 넓고 평평한 입구 로비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평소 같으면 간단히 인사만 하고 지나쳤을 박 전 대표다. 머쓱해진 현직 박희태 대표는 자리를 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준비해온 듯한 발언을 또박또박 뱉어냈다.

 “여당이 그간 양보를 많이 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노력을 했으니, 이제 야당이 양보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야당이 처리 시한을 확정해 주어야 여당도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야당이 이를 거부할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흘려듣자면 별 내용도 아니다. 여당의원이면 누구나 할 만한 얘기다. 그러나 뜯어보면 무게 있는 뉴스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여당의 속도전에 반대해 왔다. 처음엔 쟁점 법안 내용을 못마땅해했다. 지난 1월 5일 아침 박 전 대표가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출석했다. 역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출현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작심한 듯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 날 여야는 쟁점 법안 처리를 2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루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1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쟁점 법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농성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법안의 내용과 절차 면에서 여당이 양보했으니, 이젠 야당이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로부터 3시간 뒤 야당이 “미디어법을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하겠다”는 양보 안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의 요구에 화답하는 듯했다. 2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하는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박 전 대표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장이 주고받은 치열한 대화와 타협의 결과다. 박 전 대표는 마지막 순간에 잠시 나타났을 뿐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박 전 대표가 어부지리를 노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른 일부에선 우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다. 박 전 대표가 쟁점 법안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1월 5일 발언은 분명 다음 날 협상 결과에 대한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불만을 눌러주었다. 이후 친박(親朴) 의원들은 쟁점 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으며, 한나라당의 속도전 동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한나라당의 일부 친이(親李) 의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공포’라는 열패감까지 퍼지기도 했다. 사실상 한나라는 반쪽 정당이었다.

 거꾸로 2일 박 전 대표가 야당의 양보를 촉구하자 한나라당의 사기는 올라가고 민주당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박 전 대표가 로텐더홀에 나타난 것을 본 일부 민주당 당료들이 뒤늦게 기자들을 상대로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을 취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성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로 박 전 대표를 “이쪽으로 오시라”며 모셨다.

박근혜의 힘은 비공식적인 힘, 보이지 않는 힘이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힘이다. 힘이 있기에 이전투구 속에서도 승리는 가능했다. 박근혜의 승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짐이다. 대통령 입장에선 박근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숙제가 재확인된 셈이다.

오병상 논설위원

 

 

 

 

 

박근혜의 말한마디, 위력은 메가톤급?
미디어법 놓고 대치중 ´야당 양보´ 한마디에 분위기 급반전
"균형추 역할 보여줬다" 평가속 "메시지 정치 한계" 지적도
2009-03-02 18:50:08 휴대폰전송기사돌려보기인쇄하기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점거농성중인 로덴더홀을 방문하려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점거농성중인 로텐더홀을 방문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여야가 2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예고한 본회의 개회 20분을 앞두고 미디어 관련법의 쟁점사항에 대해 극적 타결을 이룬 과정을 지켜본 한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이날 여야가 극적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국민 공감대” 발언 등을 통해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면서 대야(對野) 강공을 펼치던 당 지도부와는 배치된 입장을 보여 왔던 터.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에선 최근 2월 입법전쟁 막바지에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선 사실상 박 전 대표를 든든한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셈. 박 전 대표가 전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호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에선 “직권상정을 막아줄 봄처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민주당의 기대를 비껴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본회의장 진입 방해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로텐더 홀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내용면에서 많은 양보를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며 “야당이 이 정도는 여당 안에 대해 협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야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야당이 이렇게까지 거부한다면 다른 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선 “상당히 고심해 합리적인 안이 나온 듯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문제가 되는 것은 시기를 못 박는 것인데, 그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받아준다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처리기한을 못 박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은 ‘미디어 관련법 처리시한을 못 박자’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상당 부분 수용하도록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묘하게 상황이 맞아 떨어졌지만, “사실상 야당 대표”라고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여야 지도부에게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탓에 한발 더 물러선 양보안을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중재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점거농성중인 로텐더홀을 방문해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결국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여야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연이 많이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오늘 협상 타결 과정을 볼 때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거의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며 “박 전 대표의 특유의 정치력이 발휘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컨설팅 업체인 <포스 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도 "워낙 청와대와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가 강하게 밀어붙이던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이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결국 박 전 대표는 이날 발언을 통해 여당 내부의 분열을 절묘하게 덮으면서 당 지도부에게 명분을 주는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 여야의 갈등과 당 권력지형상에 있어 균형추 역할을 적절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간 비주류의 수장으로서 당내 분열과 갈등에 있어 일정부분 책임지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는 분명하게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당내 주요한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그간 막판에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 이런 방식은 반복될수록 국민의 공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당내 문제 등에 있어 처음부터 원칙과 기조를 제시하고, 그 과정에 있어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내 화합에 있어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통 큰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