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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물 한잔도 늘 고맙다고 하셨는데…"

鶴山 徐 仁 2009. 2. 19. 11:29

[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물 한잔도 늘 고맙다고 하셨는데…"
● 마지막까지 金추기경 모셨던 율리아나 비서수녀
사람들한테 선물을 받으시면 필요한 이들에게 꼭 나눠주시고…
지난 토요일 식사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신 게 마지막 대화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5년을 곁에서 모셨던 율리아나 수녀는 "추기경님은 늘 모두에게 '고맙다'고 하셨던 분" 이라고 말했다. 수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김추기경의 사진이 들어 있는 열쇠고리이다. 김한수 기자
"마지막까지 늘 하신 말씀이 '고맙다'였어요. 물 한 잔을 드실 때도 성호를 긋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뒤의 주교관.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 추모 인파가 몰리는 것과 달리 김 추기경이 작년 7월까지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한 이곳은 조용했다.

빈소와 주교관을 오가며 김 추기경 선종 이후의 일을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노 율리아나 수녀는 양면에 김 추기경의 환히 웃는 얼굴 사진이 있는 열쇠고리를 어루만지면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율리아나 수녀는 2004년 2월 비서수녀로 임명돼 5년간 김 추기경을 곁에서 모시면서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모습 그대로"라며 추기경의 마지막 순간들을 조금씩 털어놓았다. "집(주교관)에서는 물론 병원에서도 간호사 한 명 한 명에까지 모두 '고맙다'고 하셨어요. 말씀을 하실 수 없을 때는 고갯짓, 표정으로라도 꼭 고맙다고 하셨지요."

율리아나 수녀는 처음 비서수녀 소임을 맡게 됐을 때 "다른 느낌 이전에 너무 놀랐었다"고 했다. 한국 천주교를 상징하는 거인이자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어른을 모신다는 부담도 컸다. 그러나 김 추기경은 "신앙으로 살라"며 그를 따뜻이 맞았다. 처음의 부담감과는 달리 김 추기경은 농담도 자주 던지는 등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대했다.

많은 사람이 선물을 가져왔지만 김 추기경은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바로바로 필요한 곳에 나눠주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단체 인사들을 특히 따뜻하게 맞았다.

일정을 챙기고 내방객들을 맞고 선물로 줄 묵주를 준비하는 비서수녀로서의 일상에 김 추기경이 노환으로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면서 병간호가 추가됐다. 그는 "작년 1월부터는 외출복 대신 환자복만 입고 지내셨다"고 했다. 김 추기경이 작년 7월 입원한 강남성모병원 관계자들은 율리아나 수녀의 간호가 "헌신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인식 교수는 "그렇게 완벽하게 모시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입원 전에도 '밥 반 공기, 된장국은 한 그릇 다, 반찬은 김과 콩자반 약간' 식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식사와 배변 일지는, 의사가 그 일지만 보면 김 추기경의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김 추기경의 병세가 차도가 보이지 않자 율리아나 수녀는 "제 나름대로 덜 불편하게 해 드리려고 했지만 해도 해도 늘 부족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김 추기경은 율리아나 수녀의 표정만으로도 그 마음을 읽었고, 어느 날 "(수녀는) 최선을 다했어. 고맙다"고 말했다. 또 올해 1월 1일에는 "순리대로 마음 평화롭게 살라"고 했다. 인위적인 생명 연장을 거부한 김 추기경은 가슴 속에 '순리(順理)'를 떠올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14일) 식사 도중 곁에서 돕는 율리아나 수녀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것이 추기경님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는 "선종하실 당시 고통 없이 편안한 얼굴이셨고 깨끗하고 고요하게 가셨다"며 "추기경님 선종 후 명동성당 앞에 늘어선 인파를 보면서 제가 얼마나 위대한 분을 곁에서 모실 수 있는 은총을 입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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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19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