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의사협회 100년

鶴山 徐 仁 2008. 10. 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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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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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가 돈 없는 환자들을 자꾸 거저 치료해 주자 병원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원장 선생님은 환자 치료비를 받는 문제는 우리들한테 맡겨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후 어떤 환자가 입원비를 못 내자 장 박사는 "내가 밤에 문을 열어 놓을 테니 몰래 나가라"고 일러줬다. 직원들은 그런 그를 '바보 의사'로 부르면서도 존경했다. 장 박사는 중풍인 상태에서도 부산 병원에서 영세민들을 무료 진료해주다가 1995년 저세상에 갔다.

    ▶장기려 같은 의사만 있는 건 아니다. 환자들과 눈 한번 마주쳐 보지도 않고 기계처럼 진료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유방암 수술 후 병원에 갔던 어느 40대 여성은 의사에게서 "괜찮아요?" "사흘 뒤에 오세요" "나가세요"라는 딱 세 마디를 들었다고 한다. 의사 앞에 선 환자는 고양이 앞의 쥐나 마찬가지다. 겁먹은 환자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암이 번졌다는 식의 통보를 하더라는 젊은 의사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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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아는 집안 어른이 병원에서 심장박동조절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 후 집도의는 병실로 회진 와서는 80 넘은 그 어른에게 "큰일 날 뻔했어요. 제가 살려드린 거야" 하면서 수술이 잘됐다고 설명해 줬다. 그 어른은 수없이 머리를 꾸벅꾸벅하며 "고맙다"는 말만 연발했다. 지금도 그 의사가 자기 생명을 구해 줬다면서 때만 되면 전화도 하고 인사도 한다. 의사란 환자에겐 하늘 같은 존재다.

    ▶세계 86개국 400여명 의사가 참여하는 세계의사회 총회가 그제부터 사흘 일정으로 서울서 열리고 있다. 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의협이 유치한 행사다. 의협 전신(前身)인 '의사 연구회'는 1908년 11월 15일 당시 관립의학교 출신 의사 10여명이 모여 만들었다. 세계의사회 총회에선 '건강과 인권'을 주제로 한 서울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사 중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도 있다. 대학 때는 의대생들끼리 같은 공부만 하고, 의사가 되고 나면 병원에서 주로 지내고, 어울리는 사람도 대부분 의사들이다. 그러니 병원 밖 세상에 대한 관심도 옅어지고, 의사 아닌 사람들이 의사를 어떻게 보는지도 둔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캐나다 의학자 오슬러는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위대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한다"고 했다. 기술만의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아픔을 배려하는 의사를 많이 보고 싶다.

                                                                                                                         

  •                                                                                                                      - 김동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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