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佛 소설가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68)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선정
"인간성 탐구·관능적 환희·시적 모험 탁월"
비주류·약자·사라져가는 ‘주변 문화’ 대변 - 아프리카, 아시아,남미에서 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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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68)는 진작부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멕시코나 사하라 사막에서도 그의 책은 쉽게 발견될 정도로 이미 세계적 작가다. 그는 “자유라는 가치는 그리스 시민이 아닌 노예들에게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고 즐겨 말한다.
기독교 문명에 바탕한 서구적 틀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합일되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왔다. 평소 “나는 조국이 없다. 작가의 조국은 모국어다”라 말하는 그의 문학적 세계관은 삶의 행적과도 닮았다.
르클레지오는 1940년 세계적인 휴양도시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태어났다.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 태생인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뒀다. 만삭의 어머니가 남편을 떠나 니스에 머무는 사이에 그를 낳았기에 이중국적자(프랑스·모리셔스 공화국)다. 영어와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기에 처음엔 영어로 글을 쓰려 했다. 그러나 영국이 모리셔스 섬을 식민지화하려는 데 반감을 느껴 불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63년 첫 소설 『조서』로 르노도(Renaudot)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물질문명에 희생되는 왜소한 인간군상을 다룬 이 소설은 프랑스 드골 정부에 대항한 알제리의 독립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 66년 프랑스군에 입대한 그는 2년간 방콕에서 교관으로 체류했다. 이때 접한 불교문화와 선(禪)의 세계는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7년엔 멕시코에서, 68~73년엔 파나마에서 체류하며 남미 인디언의 삶에 매료돼 인디언 신화를 번역해 책으로 냈다. 65년 『열병』을 거쳐 서구 대도시의 혼돈·두려움·고뇌를 그린 『홍수』(66)를 발표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를 전후하여 『사랑의 대지』(67), 『도피의 서』(69), 『전쟁』(70), 『거인들』(73)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확고히 한다. 『저편으로의 여행』(75)에서 보이는 절제된 문체와 보다 폭넓은 주제 의식은 단편집 『몽도,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78)에서 산업화 이전 사회의 순진함,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1980년 『사막』을 비롯한 그의 전 작품으로 ‘프랑스의 한림원’이라 불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스웨덴 한림원도 9일 수상 이유를 설명하며 “『사막』은 이민자들의 눈에 비친 북아프리카 사막의 잃어버린 문화가 잘 그려진 작품”이라 평가했다.
르클레지오의 작품을 가장 많이 국내에 번역·소개한 소설가 최수철 교수(한신대 문예창작과)는 “그의 작품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홍수』등의 초기작에서 서구 문명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성 말살 소외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보여준 형이상학적이고 분석적인 문체가 점차 서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관심 자체도 변해갔다. “서구 문명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 대신 서구 사회가 현대적인 삶에서 잃어버린 감수성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다른 문명권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혁명』(2003)은 “현대의 인종문제, 문명권의 갈등 문제 등을 노 작가의 깊은 시각으로 종합하고 아우른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림원도『혁명』에 대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들, 즉 기억과 망명, 어린시절에 대한 재성찰, 문화 갈등을 집약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르클레지오는 발표 당일인 9일 아침 프랑스 뉴스 전문 라디오 프로 ‘프랑스 엥테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내가 클로드 시몽(1985년 수상자)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불어권 문학 전문 번역가 이세욱씨는 “휴머니티와 세계성을 견지하며 일관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르클레지오의 노벨상 수상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여러 문화권이 교차된 출생과 결혼(사하라 사막 유목민의 혈통을 이은 모로코 부인), 남미와 아시아 등 세계 문명을 아우르는 방랑적 삶을 작품으로 담아낸 그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작가”라고 평가했다. / 중앙일보,2008.10.10
■ 2008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 |
1940 | 4월13일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
1948년 | 나이지리아에서 영국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에게 건너감 |
1960년 | 니스대 졸업 후 영국 브리스톨대 유학 |
1963년 | 첫 소설 ‘조서(원제:Le proces-verbal·The interrogation·調書)’ 발표 |
1966∼1967년 | 군입대해 태국 방콕에서 교관으로 복무 |
1970년대 |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소설 ‘전쟁’(1970) ‘거인들’(1973) ‘저편으로의 여행’(1975) 등 발표 |
1980년 | 발표한 소설 ‘사막’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폴 모랑상 수상 |
1994년 | ‘생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불어를 쓰는 작가’로 선정 |
2001년 | 한불작가교류행사 참석차 한국 첫 방문. 전남 화순 운주사 방문 때 시 ‘운주사 가을비’ 남김 |
2002년 | 미국 뉴멕시코대 불문학과 미술사 교수로 재직 |
2003년 | 자전적 소설 ‘혁명’ 발표 |
2007∼2008년 |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초빙교수로 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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