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의 軍史世界
굴욕의 고개 [ 6 ]
학살만 면한 참패
선두 전차부대의 공격이 있은 지 4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경 전차 3대를 선두로 한 차량 행렬과 더불어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보병부대로 구성된 적 주력이 죽미령을 향하여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진지 속에 숨어서 가한 일제공격에도 불구하고 적의 전차가 유유히 고개를 통과하여 오산으로 진격하는 것을 쳐다만 보았던 TF Smiths 의 대원들에게 아침까지의 자신만만한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 초전이 있고 4시간 경과 후 드디어 북한군 본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수적으로 그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적들과의 교전을 앞두게 되자 미군 병사들은 겁에 질려가고 있었습니다. 북한군 4사단 18연대 병력이 진지 앞 600m 까지 다가오자 대대장 Smith 중령은 부대원들에게 일제 사격명령을 내려 도로변을 따라오던 적의 대오를 향하여 화력을 집중합니다. 기습을 받은 북한군은 즉각 산개에 들어갔는데 북한 보병들의 신속한 대응은 미개한 후진국의 훈련이 안된 오합지졸의 모습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 공격을 받은 북한군은 즉시 산개하여 능선의 좌우로 치고 들어옵니다 ]
그들도 4시간 전에 죽미령을 통과한 선두 전차부대처럼 정확한 훈련에 의거 부대를 산개하여 방어진지를 향하여 차츰차츰 공격망을 순식간에 압축하여 들어왔고, 일부 부대는 병력을 우회시켜 죽미령 좌우로 분산하여 동시에 미군의 퇴로를 차단하여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상태라면 굳이 예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고지 위의 미군들은 철저하게 포위당하여 몰살당할 모양새였습니다.
[ 117고지에서 바라 본 죽미령 능선, 이곳에 일렬로 방어선을 펼쳤던 TF Smiths 는 산개하여 공격을 가하는 북한군에 서서히 포위되었습니다 ]
북한군 보병부대를 호위하던 선두의 전차가 죽미령 방어진지 앞 200m 까지 다가와 전차포와 기관총사격을 가하면서 중앙을 돌파하고 동시에 고지를 우회하여 침투한 북한 보병들이 방어진지를 좌우에서 포위하면서 맹렬한 공격을 가하였습니다. 당황한 미군들이 격렬한 저항을 하였지만 약 1시간이 지나자 TF Smiths 좌익의 B중대가 급속히 붕괴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우익 C중대도 같은 위험에 처하였습니다.
[ 참전 전 상상하던 이런 모습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어 부대 전체가 순식간 와해 될 상황에 놓이자 Smith 중령은 철수를 결심하고 순서에 따라 포위망이 뚫려있는 92고지를 경유하여 남쪽의 오산 방향으로 중대별로 철수하라는 명령을 하달합니다. 그들은 병력 수, 화력은 물론이거니와 병사의 질과 훈련에서도 북한군에 뒤져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뒤에는 증원군도 없었고 당연할 것으로 믿었던 항공지원도 기상상태로 인하여 기대 할 수 없었습니다.
[ 6시간의 전투 만에 TF Smiths 는 완전히 와해되었습니다 ]
그러나 그나마 대오를 갖추고 죽미령에서 철수 하던 TF Smiths 는 능선 아래 東 측방에 매복하였다가 나타난 적의 기습에 병력이 분산되고 모든 공용화기를 유기하는 등 많은 인원, 장비의 손실을 입는 치욕적인 마지막 일격을 당하였습니다. 결국 지리멸멸 하여 안성을 거쳐 잔여 부대원들이 천안에 집결했을 때 총 540명으로 구성 되었던 TF Smiths 의 손실은 전사 120명, 포로 및 실종 36명 그리고 150여명의 부상자와 더불어 모든 중화기는 완전히 유기 되었습니다.
[ 비록 북한군이 미군의 2배 규모인 1,100 여명 수준에 전차까지 보유하였지만 미군이 고지를 선점하고 있어서 병력이 적다고 방어에 불리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죽미령에서 바라 본 수원방향인데 관측도 편하고 적의 제압에도 유리한 지형입니다 ]
비록 적 사살 42명, 부상 85명, 전차 4대 파손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자신만만하게 참전하였던 결과에 비하면 수모 그 자체였습니다. 6시간 만에 처참하게 박살난 TF Smiths 는 그들이 어떠한 패배를 당하였는지 확인 할 시간도 없이 미 24사단 34연대가 진을 치고 있는 천안으로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그 동안 한심하다고 손가락질 하던 국군이 보조를 맞춰 함께 후퇴하고 있었습니다.
[ 전선으로 가는 도중 후퇴하는 국군을 한심스러운 듯 바라보던 TF Smiths 하지만 그들도 6시간의 전투를 끝으로 이 대열에 동참합니다 ]
미군의 바램 (?) 대로 죽미령 전투는 북한군에게도 미군이 참전하였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북한 2군단 작전참모 이학구는 후에 낙동강전선에서 포로가 된 후, " 미국이 전쟁에 개입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고, 미국의 참전 가능성에 관해서 들은 바도 없었으며, 오산에 미군이 와 있다는 것을 알고 몹시 놀랐다. 그것은 우리로서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 고 하였습니다.
[ 이학구 ( 뒷 좌석 ) 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이 미군의 신속한 참전에 놀란 것은 사실이었으나 오히려 초전에 미군을 쉽게 제압하여 미군도 별것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
하지만 이학구의 증언처럼 예상외로 빠른 미군의 참전에 북한이 놀라기는 하였지만 미군의 참전 사실을 알고 전쟁이전의 상태로 38선 이북으로 북한군이 알아서 도망 갈 것이라는 것은 단지 미군만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TF Smiths 죽미령전투는 미군들이 꿈에도 예상하지 못하였던 악몽의 6시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앞으로 계속 될 참담한 앞날의 암울한 시작이었을 뿐이었습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