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와 교육개혁
장오현(동국대 명예교수. 경제학)
2008. 6. 18
오늘날 한국에 있어서 공교육처럼 모든 당사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분야도 없다. 공교육은 붕괴일로를 치닫고 있는 반면 사교육시장의 팽창은 그칠 줄을 모른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 책임을 공교육의 경쟁력 저하 탓으로 돌리고, 교사는 교육관청에 분노하며 교육부는 잦은 장관의 교체 탓으로 돌린다. 결국 청와대에 최종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끝없는 네 탓 타령의 전형이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모두가 대학을 가야하는데 학교는 이 열망을 풀어주지 못한다. 재수는 고4처럼 돼 버렸고 중고등학생 절반이 사교육을 필수과정으로 받아들인다.
한국 공교육 부실과 사교육 시장(암시장)의 창궐은 표리의 관계에 있으며 그 원인 제공자는 국가 독점 교육체제, 즉 국가를 매개로한 권력 엘리트 집단과 이익집단의 담합구조(법체계)라는 것이 본인의 시각이다. 이러한 독점체제는 개발연대의 국가의 성격에서 비롯되었으며 정부의 영향력은 초법적인 폭과 깊이를 갖고 있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몇 차례의 정권교체를 통하여 정부 지배력의 폭과 심도는 완화되었으나 그 본질은 현재에도 크게 달라지 않았다고 본다.
이러한 개념을 잘 표현하는 개념으로서 A. Tocqueville (Democracy in America, 1985)의 이른바 통치의 중앙집권(centralization in government)과 행정의 중앙집권 (centralization in administration)이 있다. 통치의 중알집권이란 국가 전반에 걸친 문제, 예컨대 국민 전체 를 대상으로 하는 법규의 제정과 대외관계(외교, 안보)의 설정 등이 중앙 정부에 위임되어 있는 경우이고, 행정의 중앙 집중이란 국가의 한 부분, 예컨대 자방 자치 등에 관한 의사 결정권을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경우이다. 토크빌에 의하면 자유주의 국가가 존속하기 위하 여서는 통치의 중앙 집중은 필요하지만, 행정의 중앙 집중은 국민의 지방정신을 위축시고 결국 그 국민의 정신을 황폐화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부는 이 두 가지 형태의 중앙집권을 가장 폭넓게 독점하고 있는 예에 속한다. 중앙정부는 최고위 권력엘리트(power elite)와 그 밑의 기술 관료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최고 통치자와 청와대의 막료들이며, 후자는 전자의 명령이나 의사결정을 집행하는 관료집단을 의미한다. 한국에 있어서 이러한 두 가지 형태의 중앙집권은 교육 분야에도 에외가 아니어서, 교육이 마땅히 가져야할 자율성과 다양성을 박탈하였으며, 모든 대학과 학교가 공․사립을 불문하고 중앙정부의 하부 기관화되고 본연의 기능과 의사결정을 상부기관에 자진해서 위임하는 관행이 공고화 되었다고 본다.
한국의 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도 적어도 두 가지 분야에서 질서와 정책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하나는 교육부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외부 지배구조, 즉 국가교육독점체제를 혁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내용과 방법의 혁신 즉, 교육현장의 내부혁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육 법규 전반의 정비는 물론, 특별법의 축소야말로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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