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의 본질과 기본원칙 및 실천원리
장오현(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994. 9. 8
1. 문제의 제기
교육받은 사람들과 그들의 아이디어가 부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든 오늘날 교육의 가치는 인류 역사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교육을 통 하여 길러내는 인재와 지식은 개인의 번영과 복지에서부터 국가 경쟁력, 국가 안보 와 문화적 풍요로움에 이르기까지를 현대 사회의 핵심요소가 된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의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능동적으로 부응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이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한국의 현행 교육제도는 시민사회의 창달에 필수불가결한 인성교육과 규범교육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등 자생적 사회발전과 열린 질서로의 이행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교육제도는 사회의 자율화, 개방화 그리고 글로벌화에 부합되도록 근본적으로 개혁 되어야 하며 이러한 개혁대안에는 교육의 자율성과 자기책임원칙이 수용되어야 한 다.
그러면 역대정부가 빈번한 교육개혁을 시도하였으나 지금까지 한국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총체적으로 개혁, 치유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물론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근원 적으로 보면 한 마디로 문제의 본질과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부족과 실천의지의 결여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와 실천의지의 결여는 기본질서 및 자연법적 원리로서의 교육개혁과 공리적 원리로서의 교육정책의 구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정부실패를 조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본원리로서의 교육제도와 정책은 교육시장의 효율성과 공평성의 제고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정책으로서 시대와 상황 이 변하여도 바뀌어서는 아니 될 정책원리를 의미한다. 교육의 자율화와 창의성, 그리고 다양한 기본가치의 추구는 시대의 변화를 초월하는 것이다. 반면에 공리적 원리로서의 교육정책은 개방화, 글로벌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경쟁력의 제고 등을 지원하는 정책으로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장 순응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정책, 즉 교육의 기본가치 창달을 지원하고․보완하는 수단으로서의 정책이다.
교육정책을 기본질서와 원리의 문제로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공리의 문제, 즉 이해득실과 행정편의의 문제로 보면 교육정책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임기응변적 으로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행정편의 및 흥정위주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기본가치 를 훼손하고 교육소비자의 권익을 훼손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흥정위주의 교육 정책은 겉으로 공익을 명분으로 표방하고 있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정치 및 관료 기구의 이해관계나 특정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경향을 내재적으로 예방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교육 분야에 있어서 이러한 정부실패의 가능성을 예방․축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기본가치의 실현은 물론 지식정보화시대의 글로벌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자질향상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2. 교육개혁의 본질과 기본원리
먼저 교육개혁의 본질과 기본원칙,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와 실천대안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환언하면 교육개혁이 지향하는 기본 가치와 목표,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수단이 무엇인가의 규명 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육개혁은 자율과 개방 및 창의를 핵심 가치로 하는 열린 질서의 창출에 봉사하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하며, 이것은 구시대의 관치와 타율을 대체하는 신사고체계(new paradigm)의 확립으로 집약될 수 있다.
교육개혁이 지향하는 이러한 paradigm의 가치실현을 위하여 정부가 솔선 수범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교육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실현하고 교육재정에 예산의 최우선순위를 부여하되 교육의 자율성과 책임원리를 보장함으로써 구시대적 정부실패와 비효율 그리고 불공정을 축소하는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지도자의 비전과 결단여부가 교육개혁의 성패를 가늠 하는 관건이 된다. 이 점에서는 새 정부가 21세기형 국가발전 차원에서 교육의 제도적 틀과 교육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다.
3. 개선방안
세계는 바야흐로 경제에 관한 한 국경이 소멸되고 국가 간의 경쟁력이 나라의 장래와 직결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경쟁력에 있고 과학기술의 혁신과 산업경쟁력은 효율적인 교육투자(가정교육, 학교교육, 직장교육 및 사회교육)와 인적자원의 생산성 제고에 있다. 교육개혁과 교육재원조달은 국가생존 전략 및 국가경쟁력 제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또 다른 당위성과 절박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교육개혁을 포함한 국가정책이란 국내외의 환경변화와 도전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자기혁신 행위이며 이러한 자기혁신은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교육재정의 기반확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개혁의 비젼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선행 되어야 한다.
이상에서 논의한 개혁의 기본방향과 그 절박성에 비추어 볼 때 교육개혁이 지향해야 할 기본과제와 내용을 명확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교육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을 축소․정비하지 않는 한, 그리고 교육산업과 교육기업에 더 많은 자유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한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정직해야 하며, 단기적 이고 가시적인 「쇼크요법」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개혁청사진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상적 배경과 지도 원리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 현행 교육제도의 병폐, 문제의 소재와 발생경위, 개혁의 목표와 성취수단, 개혁의 비용과 긍정적 효과, 그리고 개혁대안간의 장단점 비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왜냐하면 교육개혁의 비용과 편익은 궁극적으로 학부모와 납세자의 부담으로 귀착되기 때문 이다.
동시에 국민의 신뢰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혁청사진과 실천수단을 뒷받침하는 사상적 기초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지도 원리는 상호 경쟁하는 가치관의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닌 원리의 문제로서, 이러한 원리는 자연법적인 천부의 가치와 권리의 신장을 그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교육시장 운용의 기본 틀이 바로 이러한 원리의 영역에 속하며, 따라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사상적 기초는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가치추구와 그 실현을 상위가치로 하며 교육발전이 단순한 효율이나 부의 극대화와 동일시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위가치는 지시와 통제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의와 능률 및 협동의 자극을 그 본질로 한다. 이와 더불어 모든 사회, 정치, 경제 및 교육제도는 상호 유기적으로 기능하며 따라서 교육개혁 프로그램은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신속히, 그리고 입체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한 이익집단의 저항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에 관한 확고한 비젼과 철학을 가진 인재의 발굴과 적소의 배치가 개혁성공의 중요한 관건임을 지적해둔다. 물론 이상은 발제논문과 그 기조를 같이하는 것이다.
2. 국가전략차원에서 교육부문에 예산배정의 최우선순위를 부여하되 공공부문의 재정부담 확대는 민간부문의 자율적 교육비 부담을 유인하고 보완하는 대안으로서 이해되고 접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및 재산세의 과세기반(tax base)을 확대하고 세율체계를 합리화하는 등 세제전반의 총체적인 개혁과 전반적인 조세수입의 증대노력과 연계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환언하면 조세감면을 대폭 축소․정비하고 토지세의 과표를 조속히 현실화하며, 종합소득,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양도소득, 산림소득 및 퇴직소득의 종합과세화를 동시에 그리고 조속히 단행하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발제논문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대안은 바로 이러한 조세제도 개혁이 전제될 때에만 그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의 조세수입 확대노력과 함께 공기업민영화 수입을 교육재정에 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업만 남겨두고 그 외 기업은 동시에 그리고 조속히 민영화를 단행하는 것이 원칙에도 부합된다고 본다.
3. 지방정부의 자구노력을 유인하는 대안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와 교육 자치를 통합하여 교육재정위주의 운용이 제도적 으로 보장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가 분리된 상태 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능동적 참여의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제를 통합하고 재산세, 종합토지세 및 도시계획세, 취득세, 등록세 등을 통합하여 일정비율을 교육재정에 편입하는 대안은 매우 설득력 있는 접근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대안은 종합토지세와 재산세의 과표현실화가 조기에 단행될 때 실효성이 높아지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조세를 지방세화하고 “중앙정부교부금”을 총지방세수입의 일정비율로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완전한 지방자치 하에서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연합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조세권과 교육재정의 조달책임은 지방정부에 귀속시키는 것이 지방주권의 원리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방주권의 실현은 기초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에 위치하는 모든 중간조직의 소멸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4. 교육부와 교육기관 위주의 현행 교육제도, 학생과 학부의 희생만 강요하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체제는 조속히 소비자위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등교육기관에 학생선발권과 납입금을 자율화해야 하며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육공급자 간의 경쟁과 학교경영에 혁신이 촉진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중등교육기관의 예산․결산과정에 학부모와 교사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소비자주권과 책임원리에도 부합된다. 교사양성에 있어서 사범대학의 독점을 폐지하고 신규교원의 임용자격을 비사범계 학사학위 소지자로 확대하고 기존교원의 재교육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한 21세기형 인재양성의 목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5. 국공립대학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고 모든 대학에 학생선발권과 납입금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시의적절하며 수익자부담원칙에도 부합된다고 본다. 아울러 대여장학금제도를 확대․보편화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학평가제도는 강화되어야 하며 사학에 대한 국고지원은 연구사업과 특별 교육 사업에 국한하되 업적중심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6. 또한 교육개혁을 지역발전의 핵심요소로 격상시킴으로써 도서벽지와 농어촌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교육기회의 균등과 자율성, 다양성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고지원이 이러한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분되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7. 결론적으로 「교육개혁을 위한 교육재정의 확충」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시장에 자율성과 다양성의 보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평소의 소신을 독일의 자유주의자인 Wihelm Von Humboldt의 사상을 빌어 강조해 두는 바이다.
「교육이 지표로 삼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도원리는 모든 인간이 제각기 그 개성에 따라서 가장 다양하게 발전되어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The grand, the leading principle, towards which every argument unfolded in these pages directly converges, is the absolute and essential importance of human development in its richest diversity) - W. V. Humboldt, Sphere and Duties of Government(John Stuart Mill, On Liberty, p.2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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