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담임교사 기피

鶴山 徐 仁 2008. 6. 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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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 기피

 

  
올해 초 서울 어느 고교가 8학급인 3학년 담임교사를 지원 받았더니 4명만이 희망했다. 교장은 교사들에게 사정해 나머지 4명을 겨우 뽑았다. 지원자가 더 적었던 작년과 재작년엔 인기투표식으로 '누가 3학년 담임을 하면 좋겠다'는 교사들 추천을 받아 8명을 뽑았다. 요즘엔 고1 담임을 더 꺼린다. 생활기록부 새로 만드는 일 같은 허드렛일이 많아서다. 주로 1학년 때 가는 수학여행과 수련회도 사고 날까 걱정이고 전학·자퇴도 많아 학급 관리가 까다롭다.

▶ 초등학교는 6학년 담임이 기피대상 1호다. 올해 서울 Y초등학교에선 90명 교사 중 6학년 담임을 맡겠다는 이가 한 명도 없어서 교장이 반강제로 배정했다. 50대 이상 교사의 6학년 담임은 금기다. '구식'이라고 학생들이 얕잡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번을 정해놓거나 초임 또는 전근 온 교사에게 맡기는 학교가 많다. 얼마 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선 6학년 남학생이 훈계하는 여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 학생들이 다투거나 가벼운 사고만 나도 학부모들과 부딪치게 되는 것도 담임 기피 이유다. 지난달 서울 한 중학교에선 친구와 주먹다짐을 한 학생의 부모가 말다툼 끝에 담임교사를 폭행했다. 2년 전엔 충북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점심을 빨리 먹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 앞에 무릎 꿇은 일도 있었다. 작년 교권 침해사례가 79건, 그 중 학부모와 학생의 폭행·협박이 26건이었다. 대개 담임이 겪는 수난이다.
 
 

▶ 담임 기피현상이 심각하자 서울시교육청이 중·고교 담임교사에겐 내년 교사 평정부터 한 달에 0.005점씩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학원 2년 다니면 1점을 금방 따는데 담임으로 1점을 따려면 17년이나 걸린다. 담임수당도 월 11만원밖에 안 된다.

▶ 담임선생님은 아버지처럼 회초리로 훈육하고 어머니처럼 배고픔과 아픔을 어루만져 줬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추억하는 스승 중에 담임선생님이 많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적어도 담임선생님 서너 분 성함은 기억한다. 그러나 요즘엔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을 학교 행정의 전달자이거나 지시·통제만 하는 '담탱이'로 여기는 예가 많다. 선생님은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 됐지만 자부심은 크게 떨어졌다. 그래도 담임선생님은 제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제자들 심성을 풍요롭게 키워주는 대표적 '스승의 길'이다.



                                                                                                                      - 김홍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