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사교육 없이 전교 130등서 2등, 명문대 합격까지

鶴山 徐 仁 2008. 6. 2. 15:19

연세대 합격한 고정은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아버지는 다리를 다쳐 실직 상태였고 대신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살림이 기울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지금까지 고정은(19·전남 능주고 졸)군은 용돈 한 번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집안 형편상 실업계고 진학도 생각했다. 공부를 포기하기 싫어 인문계고를 택했다. 고교 첫 시험 석차는 전교 130등(전체 200명)이었다. 그러나 고교시절 내내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 힘들게 공부해 전교 2등까지 올랐고 결국 올해 입시에서 연세대 상경계열에 합격했다.


▲ 고정은 군은 "기본부터 바로잡아야 성적이 오른다"고
 말했다. 조영희 기자remnant@chosun.com
■공부만이 희망이다

고군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뒤 가끔 일용직으로 일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가장은 식당에서 일을 하는 어머니였다. 정신지체 3급인 동생은 집 근처 실업계 학교를 다녔다. 그가 입학한 능주고는 지역 수재들이 모이는 명문사립고. 처음에는 실업계고를 고려했지만 우수한 친구들과 부딪혀 실력을 높여야 성공한다고 믿고 인문계고로 진학했다. 그러나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학비와 책값 등 경제적인 부담이 컸고 성적 역시 중하위권에 그쳤다. 고 1 첫 중간고사에서 전체 200명 가운데 130등을 했다. 국어, 영어, 수학 모두 50점대에 그쳤다. 그나마 암기과목에서 80점을 받아 겨우 130등이라는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무척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어요. 왜 실업계 학교 대신 능주고를 택했는지, 이대로 가면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지 스스로를 책망했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아 수업시간에 집중했다. 선생님 강의 한 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강제' 자율학습이라며 그렇게 싫어하던 방과후 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아무리 공부해도 암기과목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며 포기했던 국·영·수 교과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과거 암기과목 중심의 공부법에서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했다. 공부태도와 방식이 바뀌면서 몇 달 만에 전교 성적이 10~20등씩 오르기 시작했다. "성적이 계속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고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슬럼프가 찾아와 시험을 망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시험을 통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생각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롤 모델을 찾아라

중하위권 학생이었던 고군에게 전교 최상위권 반 친구들은 그야말로 부러운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무작정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고군은 친구들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공부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평소 어떻게 생활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를 익히기 위해선 같은 반 친구가 가장 좋은 멘토라고 생각했습니다."

노트 필기법이나 문제풀이 방식, 학습계획표를 어떻게 짜는지 등을 물어봤다. 각종 입시 정보나 학습법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부 노하우가 쌓이면서 일방적으로 친구 도움에 의지하는 사례는 줄었다. 친구에게 학습 정보를 먼저 가르쳐주는 경우가 늘어났다. 친구의 취약과목 공부를 도와주기에 이르렀다.

공부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는 것을 계속 공부하는 것은 투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과목이 있으면 적당히 성적을 유지할 정도로만 공부하고 뒤처지는 과목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고군은 탐구영역에서 근현대사, 정치의 성적은 괜찮았지만 한국지리가 고3 9~10월까지 4등급을 받을 정도로 낮았다. 고군은 한국지리만 열심히 파고들었다. EBS 수능방송을 보고 그동안 정리해둔 자료를 꺼내 복습했다. 결국 고군은 수능시험에서 한국지리 1등급을 받았다.

"입시공부는 모의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능 시험 당일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뒤처지는 과목을 공부할 때 하루 이틀 만에 성과를 거둔다고 생각하지 말고 수능시험일에 맞춰 길게 호흡을 잡고 공부해야 합니다."


■봉사활동과 긍정적 생각

고군은 고3 학기초 학교 근처의 노인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갔다. 처음에는 다른 학생들처럼 의무 봉사활동 시간만 채우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청소도 하고, 말벗도 해드리고, 밥수발을 들면서 자신의 처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매 주 노인복지시설에 들려 봉사활동을 했다. 헌혈도 꾸준히 했다. 고군은 자신의 성적이 오른 이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 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고군은 "아무리 힘들어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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