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봄비의 저녁

鶴山 徐 仁 2008. 5. 26. 16:13

 

     
    봄비의 저녁

              -  박주택

    저 저무는 저녁을 보라
    머뭇거림도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를 마음에
    풀어놓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봄비에 얼굴을 닦는다.
     
    저 저무는 저녁 밖에는
    돌아가는 새들로 문들이 덜컹거리고
    시간도 빛날 수 있다는 것에 비들도 자지러지게 운다.
     
    모든 약이 처방에 불과할 때
    우리 저무는 저녁에는 꽃 보러 가자
     
    마음의 목책 안에 고요에 뿌리를 두고
    한눈 파는 문들 지나 그림자 지나
    혼자 있는 강 보러 가자
     
    제 몸을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은
    물을 맑히며 정원으로 간다
     
    구름이 있고, 비가 있고 흰말처럼
    저녁이 있다 보라, 일찍이 나의 것이었던
    수많은 것들은 떠나간 마음만큼
    돌아오는 마음들에 불멸을 빼앗기고
    배후가 어둠인 저녁은 제 몸에
    노래의 봄비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