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엄마들이 뿔났다

鶴山 徐 仁 2008. 3. 31. 19:40
조선닷컴에 가입하신 현명한 사람(Wise People) 회원님께 드리는 '와플레터(WapleLetter)' 서비스 입니다

엄마들이 뿔났다

 


엄마들이 뿔났다. 잠자코 있는 주부들을 선동하자는 게 아니다. 사건 사고를 주로 다루는 사회부 데스크에 앉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엄마들이 뿔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놀러 나간 여자 아이 둘이 동시에 사라져 70여 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도무지 경찰들이 했다고 할 만한 게 없다. 경찰을 믿을 수 없으니 엄마들이 밖에 나간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누가 접근하지 않나 감시해야 할 판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주전부리 중 하나인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가 나왔다. 이젠 과자를 살 때마다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하겠다고 떼라도 써야 한다. 아이들의 영양 공급원 중 하나로 여겨지는 참치캔에서도 쇳조각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두 손 두 발 다 들 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만드는 데 쓰는 수입 치즈에서도 화학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반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들이 궐기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상황이다. 기왕 뿔난 김에 못된 기업들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도록 엄마들이 철저한 응징에 나설 수밖에 없다.

 
먼저 '똑똑한 소비자여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평범한 명제를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되새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자기 권리를 찾아 먹지 못하면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세상이 됐다. 새우깡 사건만 해도, 그냥 덮고 지나가려던 농심의 의도대로 됐다면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말 사건이었다. 그걸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피해자가 있었기에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일부에선 '웬디스 손가락 햄버거 사건'(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햄버거에 집어넣고 햄버거 제조가 잘못된 것처럼 속여 보상금을 타내려 한 미국 사건) 같은 극단적 사례를 들어 신중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블랙 컨슈머'(악성 민원제기 소비자)를 적발하는 것과 소비자 권리를 되찾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기업들로서는 간이 콩알만 하게 될 일이지만 현실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다 회사 문을 닫아야 했던 선진국의 사례들이 말해준다.
일본의 육가공 업체인 유키지루시(雪印) 도산사건(2001년)이 대표적이다. 우유 가공처리를 잘못해 식중독을 유발한 데다 호주산 소고기를 국내산이라고 팔다가 들통났는데도 거짓말을 하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문을 닫은 것이다. 사장이 언론 앞에 나와 일본 특유의 '허리 90도 굽혀 절하기'로 사죄한 것도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소비자는 그만큼 무섭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운동가 대신 엄마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딸을 잃은 엄마가 중심이 돼 1980년 결성된 반(反)음주운전 어머니협회(MADD·Mothers Against Drunk Driving)처럼 엄마들 스스로가 중심이 된 조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와야 한다. 그 엄마들은 음주운전 자제 촉구 시위를 벌이거나 운전자들에게 금주 캠페인 리본을 달아 주는 수준을 넘어 음주 사고를 낸 운전자가 재판에 회부됐을 때 달아나지 못하도록 감시단을 조직한다. 또 음주 운전을 중범죄로 간주하도록 법 개정운동을 벌여 주(州)에 따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스로 조직된 엄마들은 아이들을 지키는 주체로서 이렇게 무한한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도 팔을 걷어붙인 엄마들의 무서운 힘을 보여줄 때가 됐다.

                                                  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