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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필요을 자기 자신의 필요만큼 소중하게
... 지난 학기에 내가 교육대학원 논문을 지도한 이 선생은 경기도의 어느 조그만 시골 중학교 영어교사였다. 도시 학생들에 비해 학생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이 선생이 선택한 주제는 '학습 부진아의 영어교육'이었다. 영어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동기유발을 부여하기 위해 쉬운 영어연극활동을 사용하면 교사와 학생들이 더 가까워지고 학습효과도 더 있었다는 논지였다. 그런데 심사 중에 교수님 한 분이 불쑥 물으셨다.
"선생님과 학생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십니까?"
이 선생님은 순간 당혹한 표정을 지었고, 나도 긴장했다. 한참 머뭇거리던 이 선생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말했다.
"아,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새는 우리 학생들이 뒤에서 '선생님!' 하고 쫓아옵니다."
그러자 심사교수님은 "그런 것은 논리적인 답이 못 되고 논지의 유효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정확한 통계나 수치를 제공하라고 했다.
지도교수로서 미처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선생님의 대답은 썩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앞서 가는 선생님을 따라붙으며 '선생님!' 했다는 것보다 더 친밀도를 증명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게 따라와 주는 학생들, 그리고 그것을 기쁘게 기억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인상 깊었다....
"그래도 학생들이 기댈 곳은 선생님인데…" -장영희 서강대교수- 장영희 교수의 글 전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chosun.com)
"만약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유일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죽기 전에 꼭 삼일 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눈을 뜨고 볼 수 있다면 나는 나의 눈을 뜨는 첫 순간에 나를 이만큼 가르쳐주고 교육시켜준 나의 선생님 '앤 설리번'을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그의 특징과 얼굴, 모습, 내 손끝으로 만져 알던 그의 인자한 얼굴 그리고 그의 아리따운 몸매를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보면서 그의 모습을 내 마음 깊숙이 간직해 두겠다."
그것은 기적이었습니다. 보지 못하던 이의 눈을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하고 듣지 못하던 이의 귀를 영혼으로 들을 수 있게 하며 말하지 못하던 이의 입을 가슴으로 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땀과 열정과 노력으로 일구어낸 기적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인내의 결실이었습니다. 설리번이 있었기에 헬렌 켈러가 있을 수 있었고 위대한 스승이 있었기에 위대한 제자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꿈을 잃으면 우리 자녀들이 꿈을 잃습니다."
조선일보에서는 오늘부터 '선생님이 희망이다'라는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한다고 합니다. 교단에 선 우리 선생님들에게 꿈과 열정을 되찾아 주고 그러한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공교육을 살려보자고 합니다. 모쪼록 이땅의 아이들에게도 부디 설리번과 같은 위대한 선생님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른 사람의 필요을 자기 자신의 필요만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할 때 사랑은 시작된다" - 앤 설리번 ("Love starts when you feel the need of your self as much as you feel the need of others." - Anne Mansfield Sulivan)
- 와플에세이 편집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