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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事 資料 綜合

이명박 정부의 안보국방 과제

鶴山 徐 仁 2008. 1. 29. 18:45
 

주간국방논단 원고 제1686호 (08-2), 2008년 1월 14일 발행


      이명박 정부의 안보국방 과제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요약>

  ‘민족과 자주’가 국정을 지배한 노무현 정부동안 한국의 안보국방은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친 영역에 머물러야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분리, ‘동북아 균형자론’의 부상 등은 이상주의 정책실험의 직접적 산물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한국의 안보국방이 정체에서 벗어나 ‘실용’과 ‘국익’라는 기치아래 아시아와 세계로 지평을 넓히는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일초다강(一超多强)의 국제질서가 부상하고 있는 이 때, 한국은 “이상을 품되 현실을 중시하는” 안보국방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강(自彊)을 기본축으로 하고 그 바깥에 동맹(同盟), 대주변국 안보유대, 다자협력 등이 동심원 형태로 둘러싸는 다층구조의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동맹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핵정책의 원칙을 수립해야 하며 국방개혁을 재점검해야 한다.

 



  이상주의 정책실험의 한계성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10년에 걸친 이상주의적 정책실험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상주의 기치 아래 대내정책에서는 ‘평등’, 대북정책에서는 ‘민족’ 그리고 대외정책에서는 ‘자주’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평등’ 이념은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복지, 큰 정부, 부동산 중과세, 교육평준화 시도 등을 낳았고, ‘민족’을 앞세운 무비판적 대북지원은 북핵을 제거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대북 지렛대를 약화시켰고 북한정권을 강화시킴으로써 북한 주민을 인권부재의 체제 속에 가두는 부작용을 동반했다. ‘자주’ 이념은 한국에서의 반미정서 확산, 미국에서의 반한(反韓)정서 확산, 한미동맹의 약화, 한일관계 악화 등을 가져오는데 기여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분리, 연합사 해체 등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국방의 역할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이 민족주의적 이상을 담아내야 하는 것은 숙명이라 하더라도 안보국방 정책은 현존하는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경계론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분단국인 한국에게 있어 이상론에 근거한 대북정책과 현실론에 입각한 안보국방정책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상주의가 국정을 압도하는 가운데 안보국방 역시 이상에 치우친 영역에 머물러야 했다. ‘햇볕정책’의 연장인 ‘평화번영정책’이 펼쳐지는 중에 안보국방의 위상은 추락했고, 군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가 소홀해지면서 군의 사기는 저하되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정부의 수호의지가 흔들리면서 국민의 안보의식도 희석되었다. 지도자들의 자주 만능주의식 언행, 한미동맹의 약화, 때 이른 친중론이나 ‘동북아 균형자론’의 부상 등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우선순위나 단기과제와 중장기 과제 사이의 선후완급(先後緩急) 개념이 불분명한 이상주의 정책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좀 더 현실에 중심을 두는 접근으로 국정을 쇄신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안보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은 한국의 안보가 ‘실용’과 ‘국익’라는 기치아래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지평을 넓히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일초다강(一超多强)의 안보질서 부상


  안보와 경제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최대 가치의 공공재(公共財)이다. 안보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굳이 순위를 따진다면 안보가 더 우선이다. 경제는 한번 실패해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그것으로 망국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안보 딜레마’ 이론이다. 국가체제(Nation-State System)가 존속하는 한 이 이론은 동서고금의 진리로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세계 및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조망해보면 한국이 유의해야 할 복합적 변화들이 눈에 띈다. 1990년대 초반 소련 연방의 해체와 걸프전 승리를 계기로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를 연 미국은 현재의 미국 중심적 안보질서를 영속화하기 위해 발틱해에서 출발하여 카스피해와 중동을 거쳐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거대한 육상벨트와 미영 동맹, 미일 동맹, 미호 동맹 등을 주축으로 하는 해양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을 통해 러시아와 결속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있다. 차세대 강대국으로 지목받고 있는 일본과 인도 역시 스스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거대한 경쟁의 조류 속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러의 사이에서 균형자(Balancer)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도는 양 진영으로부터의 구애(求愛)를 즐기면서 독자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경제력을 앞세운 일본은 미일 동맹의 우산 아래서 정치·군사적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본의 보수지도자들은 그러한 행보가 당장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부응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일본 스스로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면서 안보질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육상벨트가 주요 석유생산지들을 통과하는 ‘에너지 벨트’와 중복된다는 사실에서 에너지확보를 유일초강국 지위의 유지를 위한 관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역시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의식하면서 카자흐스탄, 사우디, 베네수엘라, 리비아, 수단 등을 누비면서 송유관 건설, 유전매입, 개발투자 등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반미국가인 이란 및 베네수엘라에서 원유개발과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북방도서 문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원유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중국과 에너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일 900만 배럴에 달하는 생산량과 670만 배럴의 수출량을 이용하여 정치·군사 동맹구도를 강화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렇듯 에너지 경쟁이 안보질서와 구축방향과 일치·상충·중복되면서 세계의 안보지도는 복잡해지고 있다. 요컨대, 오늘의 세계에는 패권적(覇權的)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이 주도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여타 중요국들이 발언권을 높여가는 일초다강((一超多强)의 질서가 점차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안보지도도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의 발언권이 최강인 가운데 중·일·러가 따라잡기에 나섬에 따라 동북아에도 서서히 일초다강의 질서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러 결속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과 미일 동맹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 사이의 지역패권 경쟁도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데, 중국이 일본의 미사일방어망(MD) 구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 아래서 자존심을 되찾은 러시아도 오일머니를 앞세우고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만회를 꾀하고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열리는 6자회담은 이들 4강이 벌이는 국제정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안전보장’이라는 현실 과제와 ‘자율성 증대’라는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모든 것이 힘겹다. 오랜 세월동안 스스로의 운명을 주변 강대국들의 결정에 내맡겨야 했던 한국은 20세기 후반에 이룬 기적적인 경제적 성장을 토대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자율성 증대’라는 이상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지만, 4강 사이의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미약한 국력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남북한이 확실한 공조체제를 이룬다면 국력의 취약점을 상당히 보완할 수 있지만, 이 문제 역시 북핵 문제로 인해 난마처럼 얽혀버렸다. 동북아의 상대적 약소국에다 북핵의 위협마저 떠안고 있는 한국이 현실 과제와 이상을 동시에 추구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


  다층구조의 안보전략과 국방목표


  이런 현실에서 한국은 ‘이상을 품되 현실을 중시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다층구조의 안보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독자적인 안보역량, 동맹을 통한 안보역량, 주변국을 포함한 주요국들과의 쌍무적 관계를 통한 안보역량 그리고 다자협력을 통한 안보역량이라는 4가지의 안보역량이 동심원 형태로 겹겹이 둘러싸는 구조의 안보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스스로의 안위를 지킴에 있어 독자적 안보역량이 으뜸가는 정책수단임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동맹을 통한 안보역량이다.  북핵, 남북한 군사대치, 한국 국력의 한계 등 눈앞의 현실을 종합할 때 아직은 미래 행보가 불확실한 중국의 선의에 나라의 운명을 의탁하기보다는 전통적 한미동맹을 안보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하며, 여기에는 미일동맹을 활용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 안보공조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이 팍스아메리카나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적어도 향후 50년간은 미국의 군사력에 필적할 수 있는 경쟁국이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한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변 강대국들과의 안보관계인데, 특히 강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과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토대로 안보유대를 심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는 독자적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국들은 물론 아세안, 중동, 중앙아시아 등과의 유대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6자회담을 다자안보협력체로 격상시키는 일이나 국제무대에서 다자협력을 통해 한국의 안보위상을 높이는 일도 상대적인 비중은 적지만 미래를 예비하는 일이기에 당연하고 시급하다.

  국가안보를 떠받치는 중심적 요소로서의 국방의 목표는 “현재 및 미래의 안보위협을 불식하고 안보외교 강국을 구현한다”라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는 한국 국방의 지고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국방 또한 다층적 목표를 정립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선진국방의 구현을 통해 적정선의 독자적 국방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현실적 필요성을 감안하여 동맹의 건강성 회복을 통해 국방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쌍무적 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그 다음의 순서이며, 그리고 나면 국방·군사 외교가 담당해야 할 목표들이 남는다. 요컨대, 2008-2013년간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국방목표는 독자능력 함양, 한미동맹의 건강성 회복, 대주변국 안보유대 강화, 다자협력의 강화 등의 순으로 정리될 수 있다.


  선진국방 구현과 동맹 건강성 회복은 당장의 현실과제


  각각의 국방목표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선진국방 구현을 통한 독자적 국방역량의 함양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군사력 구조 개선, 문민화, 전투력 유지를 위한 각종 정책, 군 사기 진작을 위한 병영생활 선진화 및 군 유공자 예우 개선, 군 인력 양성과정의 개선, 복무제도 개선, 군사장비 획득과정의 전문화 등 실로 다양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국방은 과학화·첨단화·정예화되어야 하고, 한국군은 ‘작지만 강한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한미동맹의 건강성 회복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훼손된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미(知美) 인사들이 국방 및 외교의 전면에 포진하여 정부간(Track-1), 준정부간(Track-1.5) 그리고 민간(Track-2) 차원의 대화채널들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의 주도로 앞당겨진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분리’ 합의를 재검토하는 일, 재협상이 불가능할 경우 전작권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유사시 효율적인 연합대응이 가능하도록 협력태세를 정립하는 일, 한국군 단독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 등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바람직한 미래동맹을 설계해나가야 한다.  즉, 군사동맹에서 공동가치를 수호하는 포괄적 동맹으로의 전환, 한반도에 국한된 동맹에서 역내 공동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동맹으로의 전환, 미국 주도의 동맹에서 공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동맹으로의 전환 등을 그려내야 한다. 이런 목표들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신동맹 구상」 같은 것을 표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그 과정에서 1996년 「미일 신안보선언」과 유사한 「한미 신안보선언」 같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주변국과의 쌍무적 안보유대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를 부활시키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토대로 하는 안보국방 분야의 접촉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간 국방 투명성 확대, 군 인사 교류, 군사외교 확대 등 다각적인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일차적으로는 주변 강대국에 집중되어야 하겠지만 인도,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으로 대상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국방·군사외교의 확대로 국가위상 제고해야


  다자협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군사외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군사외교라는 것은 단순히 무관이나 파견하고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포괄적 개념의 국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국가외교의 일부분이다. 경제외교, 에너지 외교, 군사외교 등의 구분이 무의미할 수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국방·군사 외교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목적을 위해 펼쳐질 수 있으며, 대상도 그룹, 국가, 세력, 국제기구, 협력체 등으로 다양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관 양성과정 개선, 군사외교 전문가 양성, 방위산업 협력 강화, 유엔 주도 평화유지활동 참여, 이라크 등 분쟁지역에 대한 다국적군 파견,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된 군사외교, 해상로 보호를 위한 다자안보협력체 참여, 에너지·자원 부국들을 겨냥하는 선제적 군사외교, 새로운 다자협력체 창설 주도 등 실로 다양한 정책수단들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서의 우리의 노력은 미흡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경제규모가 크고 아홉 번째로 많은 유엔분담금을 내면서도 걸맞은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일 23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세계 6위의 원유수입국이다. 유조선들은 호르무즈 해협, 인도양, 말라카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불안정한 해로를 거쳐 국내로 들어와야 하지만, 수송로의 안전을 미 5함대와 7함대에 의존하고 있다. 해군을 보내 해로를 보호할 처지가 못 되는 한국에게 있어 국방·군사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군사외교를 강화하는 것이나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멀리 보면 선진강국을 건설하는데 쓰일 벽돌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북핵 대응을 위한 세 가지 원칙


  신정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급한 현안 이슈로는 북한 핵문제를 들 수 있다. 남북한이 상호신뢰를 구축하여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들을 만드는 일, 군비감축을 실현하는 일,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 등은 당연한 역사적 과제이지만, 북한의 핵포기와 개방은 이를 위한 선결조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신정부는 세 가지의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우리가 남북한 관계개선을 통해 북핵을 해결한다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한 일이며, 핵해결 수단으로서의 ‘남북공조’를 추구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북한을 움직이는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라는 현실을 중시한다면 ‘국제공조’가 더욱 효과적인 핵해결 수단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핵을 해결한다”라는 노무현 정부의 접근법은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두 얼굴을 구분하여 각각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며, 이것이 곧 이상을 품되 현실을 중시하는 길이기도 하다. 북한은 ‘동족’이기도 하지만 ‘안보위협’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화해협력’과 ‘안보’라고 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동족이라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평화적 핵해결을 위해 대북지원을 제공하고 6자회담 같은 다자협력체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안보위협’이라는 또 하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핵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국가생존전략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주의적 대북관에 근거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이 펼쳐진 지난 10년 동안 후자는 지나치게 간과되었다.

  셋째, 협상 자체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강자의 위치’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제수호를 지상과제로 간주하는 북한과 ‘합리적인 주고 받기’ 협상을 통해 핵포기나 개혁·개방을 끌어낸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약자의 모습을 드러낼수록 협상은 더욱 힘들어지며, 협상의 과정과 결과는 북한에 의해 주도되기 쉽다. 한국이 북핵 해결을 원할 수록 강력한 국제공조와 북핵 대비책 수립이 필요함은 이 때문이다. ‘강자의 위치’ 원칙은 핵문제 뿐 아니라 남북한 군사협상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이 이러한 위치를 선점할 때 남북한 군축협상은 용이해지며, NLL에 대한 수호의지를 확고히 할수록 서해에서의 평화협력이 용이해진다.

  신정부는 이상에서 밝힌 세 가지 원칙에 대한 철저한 인식 하에 북핵에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공조와 관련해서는 대북 지렛대를 가진 나라들이 공조하여 핵포기와 개방을 수용할 경우 주어질 이익과 핵을 고수하는 경우 가해질 불이익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두 얼굴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두 개의 수레바퀴’식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2007년 대선 동안 이명박 후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수용하는 경우 북한의 개인소득이 3,000 달러 수준이 되도록 돕겠다는 소위 ‘비핵·개방·3000’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우선은 이것을 정책화하여 북한이 바람직한 변화를 보이는 경우에 주어질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안보국방을 담당하는 부처들은 악몽처럼 우리의 뇌리를 짓누르고 있는 북핵이라는 현실에 대처하는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언제나 낙관은 금물이다. 북한의 지배층이 체제붕괴를 자신들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핵무기를 체제수호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한 완전한 핵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핵무기 확산을 포기하겠다는 약속만으로도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단 몇 개의 핵무기에 의해서도 인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핵에 대한 생존대책으로는 주변4강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 및 우호선린 관계, 한미동맹 건강성 회복 및 핵우산의 효력 점검, 전작권 분리 이후에도 합동으로 북핵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작전수행 체제 수립, 핵상황을 반영하는 군사작전계획 개발, 비대량살상무기(Non-WMD) 체계에 의한 한국 단독의 대북억제력 함양, 북한 핵사용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체제 수립, 핵공격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통합형 위기관리체제 구축, 핵공격시 징벌적 보복을 위한 전략군 창설, 북한 붕괴시 핵해체를 위한 협력체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신정부는 이 중 어떤 것을 어디까지 모색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할 것이다.


  실용과 효율을 바탕으로 「국방개혁 2020」재점검해야


  2006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의 입법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친 ‘국방개혁 2020’이 진행 중이다. 군사력을 병력위주의 양적·재래식 구조에서 기술위주의 질적·첨단 구조로 전환한다는 기본 목표는 좋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함정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군병력의 감축은 미래 추세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핵을 가진 북한이 대병력주의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것은 실적주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군의 과학화·첨단화를 위해 해공군 및 해병대의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오랫동안 정형화된 ‘육군 중심적 사고와 관행’이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문민화도 그렇다. 현역군인이 차지했던 자리에 민간인을 보임한다고 문민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규 사관학교 출신, 3사관학교 출신, 민간인 등이 서로로부터 차별을 느끼는 문화에서 그리고 사관학교 선후배 관계가 국방부 업무흐름의 상당부분을 지배하는 문화에서 민간인 국방 전문가가 성장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민화의 미명 하에 ‘코드인사’들을 요직에 보임하는 것은 더욱 금물이며, 군을 사랑하면서도 특정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국방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도 신정부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621조 원이라는 예산책정 자체가 과장된 경제성장률을 가정한 것이기에 예산부분의 재조정도 불가피하다. 「국방개혁 2020」의 지속적 수행을 위해 신정부는 ‘실용성’과 ‘효율성’을 염두에 두고 개혁방향의 정당성, 예산적 타당성, 수정보완의 필요성 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방위사업청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 정부는 무기획득사업의 투명성, 효율성, 전문성, 경쟁력제고를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2005년 12월 「방위사업법」을 제정하고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을 신설했다. 획득조직의 통폐합, 의사결정 속도 가속화 등으로 효율성에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방사청의 외청화가 강행되면서 소요량, 작전요구성능 등을 조정해야 하는 국방부의 역할이 모호해졌으며, 전투자와 무기 결정자의 분리로 인한 전투사기 저하나 군내 위화감 조성도 우려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사용 권한이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사청장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것이 비리 차단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된 상태이다.


  정체에서 벗어나 재도약 준비할 때


  그 동안 ‘평등,’ ‘민족,’ 그리고 ‘자주’를 앞세운 이상주의가 득세하면서 한국의 안보국방은 이상향의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을 가로 막는 장애물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번번히 민족자주 논리나 정치논리에 압도되거나 아마추어리즘에 휘둘려야 했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국방역량을 발휘한다”라는 의미의 선진국방을 지향하고 미국도 비교경쟁의 원칙에 따라 경쟁력 있는 외국제 무기를 구입하고 있는 때에 제시된 ‘자주국방’ 논리는 아마추어리즘의 산물이었다. 아마추어 참모들이 내놓은 ‘자주국방’은 결국 전문가들의 세찬 비난에 직면하여 ‘협력적 자주국방’으로 한발 물러서야 했다.

  노무현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분리 및 한미연합사 해체 결정을 업적으로 내세우지만 국민의 동의없이 강행된 측면이 적지 않다.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앞세우고 해외주둔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지상군 주둔을 축소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어 조만간 전작권 분리 문제가 미국에 의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한국이 문제를 먼저 제기하여 분리 시점을 앞당긴 것은 잘못이었다. “안보는 튼튼할수록 좋다”라는 만고불변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더 오래 활용할 수 있는 안보자산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실용주의 원칙에도 반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이미지를 해외만방에 심고 국위를 선양한 것도 아니었다. ‘민족’ 및 ‘자주’ 논리가 득세하는 동안 특정 성향의 NGO들은 번번이 이라크 파병을 ‘수치스러운 용병’으로 그리고 동맹관리를 ‘냉전적 사대주의’로 매도했다. 2004년 김선일씨 납치살해 사건을 이유로 2006년 말까지 한국기업의 이라크 진출을 금지한 것에도 국익보다 이들 NGO들을 의식한 정치적 선택인 측면이 없지 않다. 불쑥 제시된 ‘동북아 균형자론’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현실과제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그려본 이상향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많은 뜻있는 국민은 2008년 신정부의 출범이 한국의 안보국방이 편협한 민족주의 구호로부터 해방되어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재도약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보다 대외지향적이어야 하고, 보다 정교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국방정책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이상을 품되 현실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우선순위와 선후완급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동맹이 필요한 시기 동안에는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주변의 중요국들과는 경제적 상호의존을 토대로 우호선린을 다져야 한다.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 껄끄러운 사안들에 대해서는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겠지만 그것때문에 주변국들과의 상호공존의 틀을 허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스스로의 자율성을 높이고 독자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세계를 향한 날개짓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 2008-2013년은 재도약을 위한 시기가 되어야 한다. 이 시기동안 한국의 안보국방은 보다 확실히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는 역할을 인정받아야 하며, 아시아와 세계로 지평을 넓힘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