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누이여 12월이 저문다

鶴山 徐 仁 2007. 12. 14. 09:33


    누이여,
    벌판에서 새소리 들리고
    수수밭머리엔
    아직도 바람소리 끝나지 않았다.
    바람을 흔드는 것은 바람이다.
    너는 너의 무게로 고개를 숙이고
    철새마저 다 떠나고 말면
    세상에는 무엇이 남아 벌판을 흔드랴.
    땅거미 짙어가는 어둠을 골라 짚고
    끝없는 벌판길을 걸어가며
    누이여,
    니는 수수모가지에 매달린
    작은 씨앗의 촛불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가고 가는 우리들 生의 벌판길에는
    문드러진 살점이 하나,
    피가 하나,
    이제 벌판을 흔들고 지나가는
    無風의 바람이 되려고 한다.
    마지막 네 뒷모습을 비추는
    작은 촛불의 그림자가 되려고 한다.
    저무는 12월의 저녁달
    자지러진 꿈,
    꿈 밖의 누이여.

    박정만 : 누이여 12월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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