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어느날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운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 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 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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