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상대적인 것들의 희열

鶴山 徐 仁 2007. 11.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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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대적인 것들의 희열        

     


  • 카메라가 부착된 모니터가 벽에 걸려 있다. 내가 카메라 앞을 빨리 지나가면 화면 속의 나는 무척이나 날씬한 형상으로 나오고, 카메라 앞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화면 속의 나는 끝도 없이 옆으로 퍼진 형상으로 표현된다. 이는 다니엘 로진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업으로 현재 대림미술관 전시 작품 중 하나이다. 본질은 똑같은 한 사람이지만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이 화면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마도 예기치 못한 낯선 기준에 의해서 자신의 모습이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우리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의문이 생기면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정답’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준이 무용(無用)함을 경험하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 공부할 때, 음식을 먹을 때, 옷을 입을 때 등등, 우리는 무엇이 제일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그 순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했다고 해서 내 자신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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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처럼 선택의 여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이냐를 먼저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아마도 지금 자신의 상황과 요구되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판단과 다르다고 해서 주눅 들지 말기를, 그리고 다른 기준을 가질 줄 아는 내 모습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인선·대림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