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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연평도 배편
하루 1회뿐… 그나마 툭하면 결항
연평도 주민들은 배편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뱃삯이 어른 2만8300원(주민 5000원)이다. 자동차를 싣고 오려면 7만4000원이나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 운송비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고, 매표소에서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주지도 않는다. 여기에 ‘노조비 1만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노조원도 아닌 일반인에게 노조비를 받는 이유에 대해 터미널 측은 “자동차를 배에 싣고 내려주는 데 대한 노임”이라고 말한다. 연평도 주민들은 “하지만 섬에서 나갈 때는 운전자가 직접 배에 차를 싣는다”며 “항운노조는 차를 실어주지도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노조비만 부과하고 있다”고 불만을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배편 자체가 뜸하다는 것. 연평도를 운항하는 배편은 우리고속페리와 진도운수가 한 척씩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고속페리는 엔진 정비를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이 발표된 4일 현재 벌써 수일째 결항 중이다. 이 때문에 진도운수 혼자서 하루는 들어가고, 이튿날은 나오는 식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배편이 이틀에 한 번뿐인 셈이다.
이들 배는 예약도 받지 않는다. 선착순이기 때문에 성수기엔 부두에 일찌감치 가서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주민의 불만이 대단하다. 김영식씨는 “연평도를 관광지로 개발하네 어쩌네 말들이 많은데, 당장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교통편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백령도 운항편(하루 3회)이 연평도를 거쳐 가게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백령도 주민이 운항시간이 길어진다며 싫어한다’고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연평도 = 이범진 기자 bomb@chosun.com
낙후된 백령도 의료
국내 8위 큰 섬… 아프면 인천行
“제일 심각한 거? 의료 문제야. 여기 병원은 맹장수술 하나 제대로 못해. 의사들은 다 공중보건의인데, 안과 전문이 외과도 보고 내과도 보고 전부 처리해.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인데도 이래.”
30개 병상을 갖고 있는 백령병원에는 공중보건의 5명(내과, 정형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과 간호사 4명이 근무한다. 기자가 백령도에 머물던 10월 3일, 53세인 한 남성이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아침에 일 다 보고 멀쩡하더니, 오전 11시쯤 ‘발이 마비되고 말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해서 병원으로 데려 갔다”며 “젊은 의사 양반이 가슴을 진찰하더니 인천으로 가야겠다고 해서 1시 배를 타고 인천으로 가는 길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은 혹시 급한 환자가 생기면 어쩌나 항상 불안해 한다. 살모사에게 왼쪽 손을 물려 백령병원에 입원한 40대 남성은 “독마다 해독제가 다르다는데, 내가 살모사에 물린 줄 몰랐으면 또 인천으로 가라고 했을 것”이라며 답답해 했다. 군사지역이어서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함부로 의료수송 헬기를 띄울 수도 없는 실정이다.
김예찬 면장은 “높은 물류비용 때문에 육지에서 들어오는 물건들 값이 턱없이 비싼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인천~백령도를 연결하는 데모크라시호는 인천에서 출발해 대부도 옆 선미도 근처까지 멀리 돈 다음 그때부터 백령도로 직진한다. 데모크라시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송기채(48) 부장은 “북한의 육상포 사정거리 밖으로 운항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직선으로 가면 운행 시간이 15분은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백령도로 들어오는 배편은 하루 세 번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인천에서 배표가 없어 집에 못 오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 백령도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 [르포] 남북정상 ‘공동어로수역’ 발표, 그 후
- 연평도·백령도 주민들
“우린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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